한국해동검도, 무술 철학도 “흔들”

해동검법개론서, 편저자는 따로 있나?

편저자 논란의 海東劍法槪論(해동검법개론,1984)
최근 ‘해동검도(海東劍道)’ 관련 단체의 역사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한국해동검도의 정체성을 가늠할 수 있는 교본이 도마 위에 올랐다.지난 1984년 3월 현 한국해동검도협회(이하 한국해동검도)의 나한일 총재가 편저자로 돼 있는 海東劍法 槪論(해동검법개론)이 논쟁의 발단.
현재 한국해동검도 대표 서적 海東劍道 叢書(해동검도 총서, 오정교 저,1995년)와 해동검도교본(강영욱 저,1999년)은 해동검법개론의 내용이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해동검법개론의 편저자인 나 총재가 이 책에 기여한 바가 없다는 주장이 제기 되고 있다.
당시 해동검법개론을 편저한 나 총재는 지난 2002년 10월 수원지방법원 증인신문조서에서 “원고작성의 관여도는 6~7%정도 기여했다”고 밝힌바 있다. 여기에 집필과정에서 무슨 자료를 참고했는지에 대해선 20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시점에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해 의구심을 들게 했다.
특히 해동검법개론의 구성은 어려운 한문과 일어를 번역해 인용한 것이 대부분. 당시 나 총재의 나이와 학력, 해동검도의 수련상태 등의 주변상황을 고려하면 편저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법정정황에서 수차례 제기됐다.
또한 당시 무명생활에 힘들어하던 때 나 총재가 액션영화 거장이었던 이두용 감독에게 캐스팅되기 위한 하나의 경력 자료로 활용했다는 후문도 따랐다. 자신의 캐스팅으로 해동검도가 알려지고 사범들도 영화에 출연하게 되는 효과를 내세운 것이라는 게 당시 상황을 꿰뚫고 있는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와 관련, 나 총재는 당시 법정에서 “여러 사람의 도움으로 직접 쓴 것”이라고 의혹을 일축하며 해동검법 개론에 포함된 심상검법과 장백검법 부분에 대해서도 “(김정호와)같이 한 것이다”라고 잘라 말했다.

해동검법개론의 장백검법을 시연하는 김정호 총재(위)와 해동검도총서 저자 오정교의 시연
이런 가운데 해동검도의 고위 원로들은 편저자가 나 총재가 아니라면 이를 토대로 저술된 지금까지의 한국해동검도 무술 철학 근간은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해동검도의 역사적 사실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편저자가 나 총재로 되어있지만 책의 전체를 놓고 보면 이론부분에서는 한학(漢學)에 조예가 깊은 김동주(김 총재의 이모부)가 집필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실기는 김 총재가 담당해 직접 시연까지 했다”고 확신 했다.
실제로 해동검법개론의 실기 부분 전체는 김총재의 시연 사진으로 이뤄져있다. 책의 검법 소개에서도 김 총재가 전수받았다고 하는 심상, 장백검법 부분만큼은 한문이 나란히 적혀 있지 않다. 실기부분은 김 총재가 직접 저술한 만큼 한글로 설명이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때문에 이론과 실기 모든 부분에 걸쳐 나 총재가 개입했다는 정황은 전혀 찾을 수 없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다.
한편 해동검도의 한 최고원로는 “한 사람이 혼자 만들어낸 것이 해동검도가 아니다”며 “역사의 맥이 끊겨 전해 내려오는 것이 없다고 그 틈을 파고들어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내는 것은 잘못된 행동”이라고 꼬집어 말했다.
각 무술단체는 자신들의 철학을 집대성 해 교본을 만들어낸다. 동시에 교본은 해당 무술의 기록 보존 및 수련생들과 지도자들에게 동작의 구체적인 이해를 독려하기 위한 방편이 되기도 한다. 이 와중에 총서, 개론, 교본 등은 무술단체에서 수없이 쏟아내는 연구의 산물이다.이것들은 지극히 객관적, 사실적이어야 하며 보태지도 빼지도 말아야 함은 당연하다. (끝)
[정대길 기자 / press02@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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