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웅, 최중화, 트랑콴.. 같은 ITF, 다른 단체

[ITF 태권도를 말한다 - 1]

‘ITF 태권도’는 ‘북한 태권도’가 아니다.
지난 10월 2일부터 18일까지 북한 태권도시범단(이하 북한 시범단)의 미국 순회시범이 있었다. 올 4월에는 춘천과 서울을 오가며 국내에서 시범을 선 보였다. 태권도 소식에 인색한 국내 언론들도 북한시범단 관련 소식만큼은 예외였다. 하지만 대부분 태권도 보다는 남북관계에 초점이 마쳐졌다.
이러다 보니 태권도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일반인들은 국제태권도연맹(ITF) 태권도는 곧 ‘북한 태권도’라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북한은 ITF의 산하 회원국 중 하나 일뿐이다. 물론 총재가 북한 사람인 장웅 IOC 위원인데 왜 북한 태권도가 아니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이러한 의문점은 ITF의 탄생과 현재의 상황에 대해 알면 쉽게 이해 할 수 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태권도는 세계태권도연맹(WTF)을 만든 김운용 전 총재가 올림픽에 정식 종목으로 올려놓은 태권도이다. 이것을 올림픽태권도 혹은 ‘WTF 태권도’라고 말한다. 사실 태권도란 이름을 만든 사람은 ITF를 창설한 故 최홍희 총재다. 같은 이름의 태권도가 WTF와 ITF로 나눠지게 된 것은 정치적인 이유에서다.
군 장성 출신인 최홍희 총재는 1972년 박정희 대통령과의 마찰로 캐나다로 망명하게 된다. 이후 ITF와 한국 정부는 앙숙과도 같은 사이가 되고, 한국은 김운용 총재의 WTF태권도를 육성하게 된다. 한국과의 관계가 단절된 최홍희 총재는 1980년에 ITF시범단을 이끌고 평양으로 가 북한에 ITF태권도를 보급하게 된다. 이것이 북한과 ITF와의 관계의 시작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ITF의 시련이기도 했다.
전 세계적으로 세력을 키워가던 ITF 태권도는 2002년 최홍희 총재의 사망과 함께 또 다른 시련을 맞게 된다. 최홍희 총재의 뒤를 이어 장웅 북한 IOC 위원을 새 총재로 선출된다. 이에 최홍희 총재의 장남인 최중화가 북한 음모론을 제기하면서 자신만의 세를 규합해 캐나다와 영국을 기반으로 독자적인 ITF를 만든다.
또 ITF 사무국에서 일했던 베트남계 캐나다인 트랑 트리유 콴(Tran Trieu Quan, 이하 트랑콴)도 2003년 별도의 ITF를 구성한다. 통일성을 강조하던 ITF가 한 순간에 세 조각이 나 버린 것이다.
현재 세 단체는 자신들이 정통성 있는 ITF 단체라고 각각 주장하고 있다. 그래서 ITF 태권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사람들은 세 단체 수장의 이름을 붙여 ‘장웅ITF’, ‘최중화ITF’, ‘트랑콴ITF’로 구분하기도 한다.
국내에서도 최홍희ITF태권도(ITF태권도협회 itf-korea.com, 총재 장웅), ITF대한태권도연맹(kitf.org, 총재 최중화), ITFKOREA(itfkorea.net, 총재 트란콴) 세 단체가 정식으로 활동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최중화ITF와 장웅ITF가 빠른 속도로 세력을 넓혀가고 있다. 트란콴ITF도 세력 넓히기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ITF의 불모지라 할 수 있는 국내에서도 이들 단체들의 노력으로 ‘ITF태권도’의 인지도가 급상승하고 있다.
국내에 활동하고 있는 세 개 ITF단체 실무진들은 ITF 통합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현실적으로 당장은 힘들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ITF 통합에 대해 장웅ITF 김훈 사무총장은 “시간이 해결 할 문제”라고 말했고, 최중화ITF 오창진 사무총장은 “두 단체와 비교되는 것 자체가 기분 나쁘다"면서 "우리만의 길을 걷겠다”고 소리를 높였다. 또 트랑콴ITF 김범석 사무총장은 “자신들이 추구하는 ITF 태권도를 하면 된다"며 "서로를 비방하는 일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한숨지었다.
세 개의 단체는 분명 같은 최홍희 총재의 ITF 태권도를 한다. 기술도 같다. 하지만 각자가 추구하는 ‘마이웨이’는 너무나 틀려 보인다. 이것이 ITF의 득이 될지 실이 될지는 두고 봐야할 문제이다.(끝)
* 다음에 계속
[신준철 기자 / sjc@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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