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기도인들에게 ‘도주’의 의미는 무엇인가

최용술 선생 이후 역사 정립과 도주의 상징성 회복 필요

왼쪽부터 故 최용술, 故 최복열, 김윤상 선생
합기도인 중 몇 명이나 한국 합기도의 뿌리에 대해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한국 합기도의 시조라는 최용술 선생이 일본 대동류 합기유술의 다케다 소가쿠(武田惣角, 1859~1943)의 제자라는 것이 한국 합기도계의 정설이다. 역사를 더 거슬러 올라가면 대동류가 사실은 우리나라의 것으로 시조인 신라사부로 미나모토 요시미츠(新羅三郞原義光)가 신라의 후예라는 설도 있다.
이외에도 합기도 역사와 최용술 선생에 대한 검증되지 않은 이야기는 다양하다. 이는 합기도 역사를 정립할 만한 확실한 자료나 검증이 부족한 탓이기도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합기도인들은 한국 합기도의 시작점이 최용술 선생이라는 것은 대체로 인정한다. 문제는 최용술 선생 이후이다
故 덕암 최용술 선생은 어린 나이에 고아가 돼 일본으로 건너가 무술을 배우게 된다(누구에게 어떤 무술을 배웠는지는 아직까지 논쟁거리다). 1946년 한국으로 귀국한 최용술 선생은 대한합기유권술이란 명칭으로 자신이 수련한 무술을 국내에 전파한다. 최용술 선생은 1968년 그의 제자들로부터 대한민국 합기도 도주로 추대되었으나, 말년에는 소수의 제자만이 곁을 지키며 1986년 쓸쓸히 세상을 떠났다.
합기도 1대 도주 최용술 선생은 2대 도주권을 자신의 아들인 최복열씨에게 넘겨준다. 그런데 하나로 끝내야 할 2대 도주권을 해외에서 활발하게 합기도를 전파했던 장진일씨에게도 넘겨주었다고 한다. 합기도인들은 여기서부터 합기도 도주의 상징성이 퇴색되기 시작했다고 생각한다. 이후 3대 도주권은 현재 금산에서 용술관을 운영하는 김윤상씨가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도주권 승계에 대해 합기도인들은 저마다 다른 소리를 내고 있다. 검증이 되지 않은 사실이라는 것이다.
합기도에서 ‘도주’는 합기도의 대표성을 가지는 상징적인 의미다. 하지만 지금은 도주를 합기도의 상징이라고 보기는 힘들어 보인다. 3대 도주라는 김윤상씨는 용술관에서 최용술 선생의 기술을 가르치며 후진 양성에 힘쓰고 있지만, 이는 합기도 전체로 봐서 미비한 수준이다.
합기도 도주의 상징성이 퇴색한 가장 큰 이유는 최용술 선생에게 합기도를 배운 제자들과 잠시나마 가르침을 받았던 사람들이 각자의 합기도 유파 즉 관(館)을 만들면서부터다. 이후 지금의 합기도 역사와 상징성은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합기도 역사를 연구하고 관련 서적까지 발간했던 한 합기도 인은 “도주라는 개념은 일본 아이키도에서 차용했다고 생각한다. 1대 도주 최용술 선생님까지는 문제가 없지만 2대 이후부터는 도주라는 명칭을 사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며 “최용술 선생님 이후 1세대 제자들인 지한재, 서복섭, 김무홍씨 등이 새로운 자신만의 합기도를 만들어 나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시 말해 도주를 인정하기 보다는 자신들의 단체의 정통성을 더욱 강조했기 때문에 합기도 역사가 복잡해지고 상징성에 대한 혼란이 커졌다는 것이다.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한 합기도 단체 임원은 “각 합기도 단체들은 서로 자기들이 정통 ‘도주’라고 주장하고 다닌다. 창피한 일이지만 사실 뻥 튀겨서 말하는 부분이 많다. 그러다보니 상대방을 지적하고 헐뜯을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현재 합기도의 역사는 각 단체마다 주장하는 부분이 상당수 차이가 있다. 무술을 전공하고 있는 한 대학교수는 “합기도 1세대 원로들이 아직 살아 있을 때 합기도 역사를 정리하고 상징성을 되찾는 것은 매우 시급한 일”이라며 “만약 합기도가 지금 같이 역사마저 분열된 상태로 있게 되면 뿌리 없는 무술로 전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수많은 합기도 단체의 통합은 현실적으로 바로는 힘들지만 합기도 역사의 정립과 상징성 회복은 다르다. 의식있는 합기도인들이 나서 객관적인 자료를 토대로 검증을 절차를 거치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현재 대학을 중심으로 이러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 아닐 수 없다. 합기도 도주의 상징성 회복이 아니더라도 합기도 역사 정립은 합기도인들을 떠나 한국 무술계에 꼭 필요한 일임에 분명하다.
[신준철 기자 / sjc@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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