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성이의 태권도 수련기 (12)
재성이의 태권도 수련기 (12)
2학년시기 더운 여름방학때의 자율학습시간. 그것처럼 잠오고 지치는 시간은 없을 것이다.
어떤 놈들은 해변으로 놀러가면서 "해변으로 가요"를 부르고 어떤 놈은 방학에도 학교에 나와서 자율학습을 하니 말이다. 특히 오후 특별수업시간은 거의 지옥과도 같았고 아이들은 자기자신과의 싸움에서 처절히 싸워나간다.
어떤 이들은 그 싸움에 패배하여 만화책을 보고 무협지를 보거나 하고 어떤 이들은 졸고 앞에 몇몇 학생들은 그래도 졸음을 참아가며 선생님의 수업에 집중을 하고. 나 같은 경우는 그와 같은 수업시간에 반절은 졸고 반절은 수업 듣고 하는 식이었다.
수업시간이 끝나고 꿀같은 쉬는 시간이 오면 아이들은 자유롭게 책상에 엎드려 퍼질러 자고 몇몇 아이들은 교실 스포츠(우유곽축구, 우유곽농구, 우유곽야구 등등 우유곽을 이용한 스포츠) 를 즐긴다.
교실 한 귀퉁이에서는 몇몇 아이들이 피로를 이겨내고 몸에 나른한 기운을 없애기 위해서 스트레칭을 한다. 목도 돌리고 허리도 돌리고 무릎도 돌리고 팔도 쭉 펴고. 허리를 숙여 손바닦으로 땅을 짚기도 하고.
그중 한 녀석이 몸이 좀 유연한지 땅에 손바닥 전체를 가져다 댄다. 그러니 아이들은 "와 유연하다"하는 소리를 내며 그 녀석을 쳐다본다. 그래서 나는 조금 같잖은 생각이 들었고 나의 유연한 몸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당당히 그들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비켜봐"하는 소리에 아이들은 나를 주목하고 나는 당당히 허리를 숙여 땅을 짚으려 했다. "아잉.. 이게 웬일인가" 땅바닥에 손이 닿지 않는다. 좀더 힘을 내어 숙여보지만 손끝조차도 닿지 않고 허리와 허벅지로 내려오는 그 땡기는 통증이 척수 신경세포를 타고 머리끝까지 전해온다.
"어어 예전엔 안그랬는데.. " 그래서 나는 다른 것을 보여주려고 다리를 옆으로 찢었다. 다리는 정삼각형 모양을 그리며 찢어졌고 역시 머리끝까지 아픔이 전해져 온다.
"이 이럴수가! 그럼 앞으로 다리 찢자" 그러나 역시 정삼각형만을 그리며 더 이상은 찢어지지 않는다. 정말 쪽팔렸다. 태권도 한다고 자랑했는데. 다리도 못찢는다니.
중학교때까지만 해도 허리는 폴더같이 숙여졌고 다리는 앞으로 옆으로 쭉쭉 잘 찢어졌는데. 이를 어찌한단 말인가! 십년이 넘게 걸쳐서 해왔던 것을 단 몇 년 쉬었다고 안된다는 게 너무도 아쉬웠고 자랑스런 태권도의 그 유연함을 반 동기들에게 보여주지 못했던 것이 안타까웠고 잘한다고 거만떨다가 못해서 쪽팔렸다.
TV에서 태권도 시범보이면 괜히 잘 아는 척 다 할 수 있는 척 했는데 다리도 못 찢는 놈이 어찌 하겠는가. 나 자신이 태권도 삼단이라는 게 너무 부끄러웠다. 사람들은 태권도 삼단이면 대단한 줄 아는데 그리고 발차기도 쭉쭉 올라가고 멋있게 날라차기도 하는 줄 아는데.
1학년 때의 아픔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담임선생님의 비꼬는듯한 말 "재성이가 태권도 3단이란다". 그러한 것을 만회해 보려고 얼마나 노력했는가. 철봉에도 매달리고 평행봉에도 그 쪽팔림을 참아가면서 매달리고.
그런데 결국 중요한 것은 잊고 있었다니. 나에게는 새로운 계기가 필요했다. 수련이었다. 여느때와 같이 철봉앞에 선다. 그러나 철봉에는 매달리지 않았다.
단지 조용히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며 몸을 천천히 풀었다. 목도 천천히 돌리고 팔목도 돌리고 허리도 돌리고 무릎도 돌리고 비록 뱃살 때문에 땅에 닿지는 않지만 허리도 숙여 손바닥을 땅에 대보려고도 하고.
그리고 철봉에 매달리면 몸에 힘을 뺀 채 허리를 양 옆으로 틀며 몸을 푼다. 유연한 몸을 다시 갖추기 위해서는 이런 과정이 필요했다. 지금까지 철봉을 해오면서 느꼈던 것은 하루에 너무 무리를 하면 그 다음날 그 다 다음날까지 영향을 미쳐 결국 아무 것도 못한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비록 작지만 꾸준히 하는 것이다. 티끌모아 태산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지금은 손바닥이 땅에 닿지 않지만 매일 꾸준히 조금씩 해나가면 언젠가는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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