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슈계 왜 이러나, 고소·고발 잇따라

정용만 前 우슈국가대표 감독, 김현규 사무국장 상대로 명예훼손및 진정서 제출
지난 달 30일 대한우슈협회(이하 우슈협회)에서 만난 김현규(54) 사무국장은 과거에 비해 몰라보게 수척해 진 얼굴을 하고 있었다. 지난 취재 때 의욕 넘치는 얼굴로 우슈협회 정상화를 외쳐 되던 모습과는 사뭇 대조적이었다.
최근 정용만 前 우슈 국가대표 감독이 명예회손 등의 혐의로 김현규 사무국장을 상대로 법원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정용만 전 감독이 명예회손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부분은 두 가지다. 우선 지난 10월 18일자 무카스뉴스 기사 『18기-쿵푸-우슈, 관리단체... 다음은?』에서 “김현규 사무국장 인터뷰 내용 중 일부가 자신의 명예를 훼손 했다”는 이유. 다른 하나는 자신이 “훈련비를 유용 했다는 관련 서류를 법정 판결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배포했다”는 것이다.
정용만 전 감독이 문제 삼았던 기사 내용이다. [전 국가대표 감독이 국가를 상대로 우슈협회를 고소, 고발했다. 덕분에 국내 우슈의 이미지를 추락시키며, 우슈협회가 관리단체로 지정되는데 큰 역할을 했다. 평생 우슈 국가대표 감독직을 보장해 달라는 조건으로 고소 고발을 지금까지도 하고 있으니 같은 우슈인으로서 이해가 안 된다.]
훈련비 유용관련 서류 문제에 대해 김현규 사무국장은 “정용만 전 감독이 훈련비 유용문제로 우슈협회에서 제명 된 것은 이미 공문화 된 사실이다. 이제와서 그것을 가지고 명예훼손이라고 하니 황당할 뿐”이라고 말했다.
현재 정용만 전 감독은 대한체육회, 대한우슈협회, 대구우슈협회에 3건의 진정서를 제출해서 법적 대응 중이다. 정용만 전 감독은 <무카스뉴스>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자신은 훈련비를 유용한 사실도 없고, 우슈협회에서 제명당할 이유가 전혀 없기 때문에 법적으로 대응하는 것”이라면서 “김현규씨를 사무국장이라고 부르지 마라, 그는 호칭을 도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무국장 호칭을 도용하고 있다는 정용만의 주장에 대해 김현규 사무국장은 “지난해 정용만 전 감독의 진정서로 인해 전국체전을 이틀 앞두고 우슈협회가 마비 됐었다. 그래서 당시 회장이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나를 사무국장으로 임명했다”며 “월급도 받지 못하는 사무국장 직책이었지만 우슈인으로서 나만 생각할 수 없기에 묵묵히 1년여를 일했다. 당시 회장이 승인한 사항을 가지고 호칭을 사칭했다고 하니 어의가 없다”고 말했다.
사실 김현규 사무국장과 정용만 전 감독은 서로 만난 적이 없다. 단지 우슈를 배운 사람으로서 선, 후배 관계일 뿐이다. 김현규 사무국장 말로는 정용만 전 감독에게 우슈를 가르쳤던 선생 중 한명과는 동문(同門)지간이라고 한다. 그렇기에 이번 일은 김현규 사무국장에게 청천벽력과도 같은 일이다.
김현규 사무국장은 “독대 한번 해본 적 없는 정용만 전 감독에게 악감정이 있을 이유는 없다. 서운하거나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한번 찾아 오던가 최소한 전화라도 했다면 좋게 풀 수 있는 것을 이렇게 일을 처리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상황이 이렇게 된 만큼 나도 법적대응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번 일과 관련해 대한체육회도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우슈협회가 정상단체 복귀를 위한 순조로운 진행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대한체육회 경기운영부 김재철 팀장은 “정용만 전 감독이 우슈협회를 상대로 계속 문제를 제기하면 대한체육회 입장에서는 우슈협회를 정상단체로 보기 힘들다”며 “사실 명예훼손이라는 것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많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기 때문이다. 합리적으로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국내 우슈인들, “해도 너무 한다”는 반응
이번 일을 두고 국내 우슈인들은 깊은 한숨을 내 쉬었다. 어쩌다가 우슈계가 이지경이 된지 모르겠다는 이유에서다.
지방 우슈협회 한 관계자는 “우슈협회를 떠나고 싶었지만 지금까지는 선, 후배님들을 생각해 견뎌왔다. 하지만 맨날 고소, 고발만하는 단체 꼴 보기 싫어서라도 하루 빨리 나가야겠다”며 “요즘 우슈협회를 보면 무술 하는 사람들의 단체인지, 정신병자 단체인지 모르겠다”고 혀를 찼다.
오랜시간 우슈를 수련해온 한 유슈인은 “과거에도 우슈인들끼리 분쟁은 있었다. 하지만 무술한 사람들답게 호탕하게 술 한잔 기울이면서 문제를 쉽게 풀어나갔다”며 “정용만 전 감독이 왜 이렇게 법적인 부분을 좋아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번 일과 관련해 우슈계 전체 이미지가 안 좋아지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냐고 정용만 전 감독에게 물었다. 이에 대해 그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할 말 없다. 자꾸 그런 소리를 할 거면 더 이상 통화하기 싫다”며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정용만 전 감독 입장을 이해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한 우슈계 원로는 “정 감독도 분명히 억울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물론 해결방법이 좋다고는 볼 수 없지만, 김현규 사무국장이 윗사람으로서 참는게 우슈 선배로서 도리”라고 말했다.
이번 일과 관련해 만나보거나 전화 통화를 한 우슈인들은 대체로 정용만 감독이 너무 했다는 의견이 많았다. 특이한 것은 인터뷰자들이 대부분 실명을 거론하기를 꺼렸다. 한 우슈인은 “무서워서 피하는 것이 아니다. 정용만과 얽히기 싫을 뿐이다. 고소, 고발을 워낙 좋아하는 사람이라 어떻게 나올지 알 수 없다”며 실명을 사용하지 말아주기를 부탁했다.
시대가 변하면서 무술계는 조직과 기술 등에서 많은 발전을 거듭해 왔다. 그러나 과거 무술인들간의 끈끈한 정과 사제 관계는 점차 퇴보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사자소학’에서는 인의예지(仁義禮智)를 인간이 지켜야 할 기본적인 도리라고 한다. 분쟁이 생기면 법부터 따지고 나오는 무술인들은 과연 얼마나 기본을 지키고 있는지 궁금하다. 그런 분들은 한걸음 물러나 자신을 다시 한번 돌아보고 인의예지를 되새겨 보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신준철 기자 / sjc@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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