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가는 외국인 선수, 무너지는 대회 신뢰도

‘코리아오픈 공수도대회’에 참가한 이집트 선수들 행방 묘연

10일 열린 코리아오픈 공수도대회 개회식, 이집트 국기는 안 보인다
국내에서 열리는 국제무술대회 신뢰도에 빨간불이 켜졌다. 대회를 이용한 외국인 밀입국 사례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지난 10일 대한공수도연맹(회장 정도모, KKF) 주최, 주관으로 제주도에서 ‘제3회 코리아오픈 국제공수도선수권대회’ 개막식이 열렸다. 한국에서 열린 공수도의 한바탕 축제지만, 정도모 회장은 연신 줄담배를 피우며 노심초사하는 모습이었다.
그 이유는 대회에 참가하기로 한 이집트 선수 5명이 한국 입국 후 바람처럼 사려졌기 때문이다. 내용은 이렇다. 코리아오픈 공수도대회에 코치를 포함한 이집트 선수 5명이 참가 신청을 했다. 이들은 국내에서 주최하는 국제무술대회의 허점을 노렸다.
국가가 아닌 개인 자격 참가가 가능한 점을 이용해 불법체류를 감행한 것. 잠적한 이집트 선수 5명은 맘도우 알리(MAMDOUH ALY), 와심 라가브(WASIM RAGAB), 아헤메드 라가브(AHMED RAGAB), 바하 알데인 알리(BAHAA ELDEIN ALY), 아시라프 엘로켈(ASHRAF ELOKEL)이다.
그들의 행보를 보면, 한국 밀입국을 사전에 철저하게 계획했을 가능성이 크다. 우선 이집트 선수들은 공수도연맹에 입국시간을 숨겼다. 인천공항에서 이집트 선수단을 기다리던 공수도연맹 측 인솔자는 계속 기다릴 수 없어 도중 철수했다. 이후 출입국 사무소를 통과한 이집트 선수들은 행방을 감췄다. 이들이 과연 공수도 선수인지도 불분명한 상태다.
정도모 회장은 <무카스뉴스>와 인터뷰에서 “이집트는 지난 세계주니어공수도 선수권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는 등. 공수도 신흥 강국으로 떠오른 나라다. 빈곤국도 아니기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 날 줄은 생각도 못했다”며 “해외 선수 관리에 세심한 관리가 필요했는데, 대회 준비에 정신이 없다보니 실수가 발생했다”고 해명했다.
국내 주최 국제무술대회에서 밀입국 사례는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충주 세계무술축제에서는 지난 2001년과 2003년 두 차례, 스리랑카 선수 4명과 중국인 선수 4명이 출국을 앞두고 잠적 했었다.
또한 ‘2001년 코리아오픈 춘천 국제태권도대회’에 참가한 인도 선수 6명이 사라졌고, 2004년 경기도 성남에서 열린 ‘아시아 태권도선수권대회’에 참가한 스리랑카 선수 2명이 숙소를 이탈해 행방불명 됐었다.
법적인 책임은 없으나, 국제무술대회 신뢰성 잃어
무술대회를 통해 불법체류를 시도하는 외국인들은 대부분 우리나라 보다 못사는 개발도상국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불법 체류자가 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하지만 무술대회 주최 측은 개발도상국이라도 가릴 처지가 아니다. 최대한 참가국 수를 늘려야만 다음 대회에 인지도를 높일 수 있고, 그에 따른 예산 지원도 확대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무술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이 불법체류를 한다고 해서 대회 주최 측이 법적인 책임을 지는 것은 아니다. 주최 측은 참가 선수를 고의적으로 불법체류 시키지 않았다는 관련 서류만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제출하면 책임을 면할 수 있다.
외국인출입국 심사과 이시행 계장은 <무카스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대회 주최 측에서 초청장을 발급할 경우 비자 발급이 상대적으로 쉬워지는 점을 악용해 처음부터 불법체류를 목적으로 오는 경우도 있다”며 “대회가 너무 많기 때문에 불법체류자를 가려내기는 현실적으로 힘들다. 법적인 책임은 없지만, 무술협회나 주최 측에서 신경을 쓰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불법체류자에 대한 처리는 어떻게 하냐는 질문에 이 계장은 “먼저 불법체류자로 분류해 출국을 막고, 국내 활동을 철저하게 제약한다”며 “대회를 주최한 무술협회에는 공문을 보내 주의를 주는 선에서 끝낸다. 하지만 다음 대회 유치나 대회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일부러 불법체류를 시킬 목적으로 무술대회나 연수를 여는 경우는 다르다. 재단법인 ‘세계태권도 국기원’ 설립자 박 모 원장은 지난 2005년 10월 국내 취업을 희망하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수백만 원씩 20여명에게 억대에 가까운 금액을 챙겨 태권도연수생으로 둔갑해 국내에 불법으로 입국시킨 혐의로 구속 됐었다.
해마다 늘고 있는 국제무술대회. 각국 선수들을 초청하기 위해 가장 많은 대회 예산을 쏟아 붙고 있지만, 선수 관리조차 제대로 안 되고 있다. 포장만 요란한 ‘속빈강정’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노력이 먼저 필요해 보인다.
[신준철 기자. sjc@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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