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성이의 태권도 수련기 (11)
재성이의 태권도 수련기 (11)
마음의 상처
웬만한 사람들은 중고등학교 시절 한두번씩은 겪어 보았을 아픈 기억이 있을 것이다. 바로 길거리의 양아치들이다.
밤길 으슥한 골목에 숨어 만만한 사람이 지나가면 모습을 드러내 돈을 빼앗는 거리의 좀벌레들. 그들은 적어도 세명 이상씩 몰려다니며 많은 수로 홀로 떨어진 먹이를 노리는 마치 아프리카의 게걸스런 하이에나 같다.
그들은 약육강식의 짐승의 논리에 지배되어 그들보다 수가 많고 강한 자들에게는 꼬리를 내리고 약한 자들에게는 더 없이 잔인한 존재이다. 마치 쥐를 잔인하게 희롱하며 죽이면서도 개 앞에서는 꼬리를 내리고 도망가는 고양이처럼.
나는 그런 논리가 너무 싫었고 그런 논리를 가진 인간들을 증오했다. 어떤 이에게 약점만 보이면 그 약점을 파고들어 괴롭히는 무좀균같은 존재들.
그러나 이렇게 그들을 증오한 나조차도 힘 한번 못 써보고 약육강식의 논리에 의해 자존심에 상처를 입고 굴복한 아픈 기억이 있다.
고등학교 2학년 겨울방학 때였을 것이다. 이제 곧 있으면 3학년이 되고 수능을 눈 앞에 둔 수험생이 된다. 때문에 방학때 역시 자율학습이 있었고 학교에서 늦게까지 공부하고 집에 돌아오는 시간은 약 10시쯤 된다.
학교에서 우리 동네로 직통으로 가는 버스가 없기에 나는 언제나 중간에서 내려 약 1킬로 정도 집으로 걸어가야 했고 집으로 가는 길에는 으슥한 골목도 많이 있었다.
그러나 나는 그런 으슥한 골목들을 지나갈 때도 별로 두렵지 않았다. 나는 키도 컸고 힘도 나름대로 쎄다고 자부했고 태권도도 배웠기 때문에 나름대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일은 언제나 자기 생각대로는 돌아갈수 없는 법. 학교를 끝내고 밤 늦게 돌아오던 어느 추운 겨울날. 눈은 내리지 않았지만 숨을 내쉬면 입김이 뽀얗게 되어 나오고 양 볼과 귀가 차갑게 얼어붙는 것 같은 겨울날이었다.
언제나와같이 으슥한 골목길을 지나는데 다 지나갔다 생각했을 때 골목 끝에 으슥한 놀이터가 있었고 그 곳에서 한 녀석이 자꾸 나를 쳐다봤다.
비실비실 유들유들하게 생긴게 꼭 간사스런 일본놈같이 생긴 녀석이었는데 난 기분이 나빴고 같이 노려보면서 내 갈 길을 가려고 했다.
그 녀석이 손으로 까딱이면서 이리로 와보란다. 그런 양아치를 상대하기는 싫었으나 그런 녀석이 우리동네에 얼쩡이는 것이 싫었고 충고 좀 해줄려고 가는데 다른 골목에서 두 놈이 나와서 세 놈이 나를 애워쌌다.
나는 앗차하는 느낌이 들었고 이런 상황을 타개할만한 좋은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고 순간적으로 좀 놀랐던 것 같다. 그래도 그런 녀석들한테 꿀리기 싫어 눈에 힘 빡주고 그 중 한 녀석을 노려봤다.
그러자 그 중 한 녀석이 "눈 깔어" 하며 재수없는 입을 놀려댔고 한 녀석은 주머니에서 날카로운 흉기를 꺼냈다. 나는 순간적으로 머리 속이 텅비는 것을 느꼈고 몸이 얼어붙어 발이 한 발자국도 떨어지지 않았다.
마치 안개 속을 헤치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 흉기에 놀란 나는 그들에 의해 놀이터 한 귀퉁이로 끌려 갔었고 그들의 말장난 도구가 되어야만 했다.
나를 도망치지 못하게 벽의 한 귀퉁이에 몰아붙이고 한 녀석은 땅에 턱 걸터앉아 침을 탁 뱉고 고개를 숙이며 눈을 치껴 떠 나를 노려보고 남은 두 녀석은 내 양쪽에서 퇴로를 차단하고 있었다.
내 가방을 벗겨 자기 옆에 탁 던져놓고 하는 말이 "너 xx 고등학교지? (나는 교복을 입고 있었다) 거기에 아무개가 내 친구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땅에 걸터앉은 녀석을 가리키더니 "이분이 누군지 알어? xx 형님이신데 좀 배가 고파서 그런데 너 돈 얼마 있냐?" 하며 수작을 걸었다.
고등학생 신분에 많은 돈이 없었고 어머니가 쓰라고 주신 돈 5천원이 품 속에 있었고 그 돈을 그 녀석들에게 배불리기 위해 주는 것이 싫었다. 그래서 호주머니에서 차비를 내고 남은 7백원을 내놓자 그 녀석이 피식 웃는다.
"너 장난하냐? 뒤져서 나오면 10원에 피한방울씩이다." 라며 겁을 준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웃긴 이야기지만 그 때는 놀란 가슴에 그 상황을 빨리 벗어나고 싶었고 결국 품 속에 간직하고 있던 어머님의 소중한 돈 5천원을 내놓았고 빰을 두어대 얻어맞은 후에 자리를 벗어나게 되었다.
그들은 내 이름을 물어보고 반을 물어보고 10초 안에 사라지라고 그런다. 그리고 열을 세며 뒤도 돌아보지 말고 뛰라고 하기에 나는 뛰었고 눈에서는 자존심에 상처를 입어 눈물이 흘렀다.
결국 나도 양아치에 굴복하는 약한 놈이었던가! 하는 사실에 마음이 너무 아팠고 자존심 다 내팽게치고 비루맞은 똥개마냥 도망치는 내 꼴이 너무 우스웠다.
집에 들어가기 전에 동생과 부모님에게 너무나도 부끄러웠고 때문에 나는 눈물을 닦아내고 마음을 진정시키려고 했으나 사실 이런 경험이 처음이기에 놀란 가슴은 쉽사리 진정이 안됐고 어떻게 마음을 겨우 진정시키고 집에 들어갔다.
어머니는 역시 어머니라는 말이 있다. 역시 우리 어머니도 어머니였던가! 내 안색을 보고 뭔가 이상함을 눈치 채신 어머니.
"재성아 오늘 안좋은 일 있었냐?" 하고 물어보셨고 나는 얘써 표정을 감추려고 했으나 얻어 맞아 불그스레해진 뺨과 서러움에 눈물이 흘러내리는 것을 보고 어머니도 짐작을 하신 모양이다.
그래도 내 자존심을 생각하셨는지 아무 것도 묻지 않으셨고 나는 잠자리에 누워 잠을 이루지 못하고 그 상황을 자꾸 생각했다.
날카로운 흉기와 더러운 인상의 세 놈들. 그리고 그들에게 비참하게 굴복한 나 자신. 영화나 책에서는 영웅이 그런 더러운 놈들을 싸그리 물리쳤고 나 자신도 언제나 마음 속으로 그리고 머리 속으로 그런 모습을 생각했으나 현실은 내 생각과는 너무나도 틀렸고 마음에 큰 상처를 입었던 것 같다.
나는 입술을 꽉 깨물었고 그날 저녁은 그 생각에 잠도 못 이루며 뜬눈으로 밤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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