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호구 때문에 울고 웃는 태권도

전국체전 태권도 전자호구 도입, 판정시비는 여전

광주광역시에서 열리고 있는 제88회 전국체육대회 태권도대회가 날이 갈수록 열기가 고조되고 있다. 지난 9일부터 12일까지 나흘 동안 태권도 경기장은 온통 전자호구 때문에 울고 웃었다. 경기장 안팎으로 ‘전자호구’에 대한 이야기들뿐이다.
예전 같으면 득점으로 여겨졌던 기술들이 유효타로 인정되지 않는가 하면, 아닌 것 같은 기술이 득점으로 인정되는 등 전과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대한태권도협회(회장 김정길, KTA)는 심판판정의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이번 전국체전에 사람이 아닌 기계를 택했다. 이를 위해 자체 시연회 및 시험운영을 통해 전자호구를 도입했다. 특히 전국체전은 팀 대결이기 보다 지역별 대결이라는 점에서 오랫동안 심판 판정에 대한 시비가 끊이질 않았다.
대회를 하루 남겨둔 현재까지 전자호구에 대한 평가는 선수, 지도자, 시도협회 관계자 등 모두 분분하다. 기존에 종합성적 하위에 머물렀던 팀들에게는 큰 부담이 없는 듯하다. 반대로 줄 곧 상위에 오르던 팀들에게는 전자호구 도입에 회의적인 반응을 분명하게 나타내고 있다.
대회 나흘째인 12일. 남자 일반부 미들급 결승에서 전남대표와 서울대표가 3회전까지 접전을 펼쳤으나 무승부로 4회전 연장전(서든데스)에 돌입했다. 예전 같았으면 1분도 안 돼 한 선수가 먼저 승리했을 법한 기술들을 주고받았다. 결과는 ‘0-0’. 정확한 득점부위에 기술이 닿지 않았던가, 적정 강도에 미달했다는 것이다. 결국 승부는 기계에서 사람에게 넘어갔다. 우세판정 결과 승리는 서울대표에게 돌아갔다.
이에 전남대표 선수단이 집행부에 심한 욕설을 퍼부으며 강하게 항의했다. 전남협회 A 부회장은 "기계(전자호구)가 장난쳐 약 올리더니, 이제는 사람(심판)까지 장난(연장전 우세판정)치냐"며 집행부에 강하게 항의했다.
전자호구 도입으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라면 대량 득점이 나오지 않는다. 한 경기에 득점이 5점을 채 넘기지 못했다. 발등에 있는 센서가 상대 복부의 센서에 적정 강도로 가격되지 않으면 무효타로 인정된다. 그래서인지 3회전 동안 두 선수가 접전을 펼쳤는데도 일부 경기는 0-0으로 끝났다.
이번 대회에 사용된 전자호구는 세계태권도연맹(총재 조정원, WTF)이 공인한 FP라저스트 사의 몸통보호대이다. 얼굴과 주먹 센서는 제외시켰다. 경기방식은 전자호구가 몸통득점을 심판이 얼굴득점과 연장전 우세판정을 각각 맡았다.
KTA 측은 현재까지 전자호구에 대한 공식적인 평가를 내리지 않고 있다. 대회가 끝난 후 기술전문위원회를 소집해 여러 의견을 모아 최종 평가할 계획이다. 평가 기준에 따라 앞으로 열릴 대회에 적용여부도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KTA 한 관계자는 <무카스뉴스>와 인터뷰를 통해 "현재로서 만족하기에는 부족함이 많은 것 같다. 그렇다고 절망적이진 않다. 지속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KTA와 제조사간 장기간 협의를 통해 부족한 점을 보완해야 할 것 같다"고 개인적인 소감을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미흡한 것은 인정하나 사람이 못한 것을 기계가 충분히 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본다"며 "똑같은 상황, 똑같은 조건에서 대회가 치러지는 만큼, 선수단도 피해의식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것 같다"고 긍정적으로 답했다.
이번 대회에 전자호구를 제공한 제조사의 입장은 어떨까. FP라저스트 김종대 부회장은 "기존처럼 소리와 눈에 의한 득점인정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만족스럽지 못한 평가들을 할 것"이라면서 "전자호구는 앞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나아질 것이다. 현재까지 강도설정을 제외하고는 대체적으로 공정하게 잘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전자호구로 인해 기존과 변화된 점도 있다. 선수들의 도복 바지 길이가 상당이 줄어들었다. 가격시 도복 바지가 발 센서를 가려 득점이 무효 될 것을 우려해 선수들이 도복 바지 길이를 줄인 것이다. 그전 대회에서는 반창고로 임시 처리했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아예 도복을 자르고 나왔다. 혹시 모를 불이익을 최소화 시키겠다는 만반의 준비인 셈이다.
이를 지켜본 한 관계자는 "그렇지 않아도 현재 도복이 경기복으로서 세련미가 떨어지는데 바지까지 줄어드니 촌스럽기 그지없다"며 쓴 소리를 내뱉었다. 경기에 출전한 한 선수 역시 "바지 때문에 센서가 가릴까봐 대회를 앞두고 세탁소에서 직접 줄였다"며 "우리만 하고 나온 줄 알았더니 다른 선수들도 다 하고 나와 조금은 놀랬다"고 말했다.
경기 기술력에 있어서도 조금이나마 변화되는 양상이다. 몸통 득점이 잘 들어가지 않자, 얼굴 기술이 늘어나고 있다. 또 경기 중 가장 많이 시도하는 몸통 돌려차기를 할 때도 몸의 중심과 허리가 전보다 많이 돈다. 발등 전체가 몸통 센서 부위에 정확하게 가격돼야 득점으로 인정되기 때문이다. 앞으로 전자호구가 대회에서 지속적으로 사용될 경우에는 전자호구에 맞는 기술들도 함께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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