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불허전 피터 아츠, 힘내라! 레이 세포

[관람기] ‘2007 K-1 월드그랑프리 서울’ 피터 아츠 VS 레이 세포 戰
지난 29일 성황리에 막을 내린 ‘K-1 월드그랑프리 서울대회 파이널 16’ 장외폭력, 판정시비 등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대회였지만, 최고의 선수들이 보여준 경기력만큼은 어느 대회보다 훌륭했다고 생각한다.
이중 K-1 골수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경기는 ‘링의 폭군’ 피터 아츠(37, 네덜란드)와 ‘흑표범’ 레이 세포(36, 뉴질랜드)의 대결이었다. K-1의 살아있는 레전드(legend)라고 부르기에 손색이 없는 두 선수이기에 경기에 대한 기대감이 큰 것은 당연했다.
결과는 의외로 싱거웠다. 피터 아츠의 1라운드 이후 기권승. 경기를 지켜본 사람들은 "역시 피터 아츠"라며 “레이 세포는 이제 은퇴해야 할 때”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개인적으론 레이 세포가 못 했다기보다 피터 아츠가 너무 잘한 경기였다고 평가하고 싶다.
경기 출전 전 인터뷰 영상에서 아츠는 “현재 상태는 최상이다. 많은 준비를 해 왔다. 1라운드부터 결렬한 충돌이 예상되지만, 걱정되지는 않는다”고 자신 있는 말투로 말했다. 이에 비해 레이 세포는 “팬들의 사랑으로 경기에 출전 할 수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에 보답하는 경기를 하겠다”고 말했다. 소감에서부터 투지의 차이가 난 것이 아닌가 싶다.
아츠의 공격은 이종 격투기의 교과서를 보는 것 같았다. 좌우 연타에 이은 로우킥 콤비네이션 공격은 정말 일품이었다. 아츠의 폭풍 같은 공격에 세포는 흡사 늪에 빠진 것 같았다. 허우적거리며 발버둥 쳐도 점점 밑으로 가라앉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아츠는 초반부터 작정하고 로우킥으로 세포의 다리를 무디게 만들었다. 1라운드 막판, 펀치에 이은 중단 킥 옆구리가격이 결정타였다. 이 공격이후 세포의 얼굴은 심하게 일그러졌다. 1라운드가 끝나고 자신의 진영으로 돌아간 세포는 의자에 앉지도 못하고 그대로 무릎을 꿇은 채 머리를 숙였다. 2라운드를 알리는 종소리에 함께 나타난 것은 세포가 아닌 흰 수건이었다.
무릎을 꿇은 채 흐느껴 울고 있는 세포의 모습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고 있자니 마음이 아팠다. 지난해 6월 ‘월드그랑프리 서울대회’에서 루슬란 카라에프를 1라운드에 장기인 부메랑 훅으로 링 바닥에 때려눕힌 세포의 모습을 똑똑히 기억하기에 더욱 그랬다. 세포는 K-1 정상급 선수 중 가장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다. 일본에서 조차 자국 선수보다 레이 세포를 응원하는 일본인이 더 많다. 그렇기에 이번 그의 패배는 팬들의 억장을 무너트렸다.
이번 경기에서 세포를 비난하기 이전에 아츠의 완벽한 부활을 칭찬하자. 지금 상태의 아츠라면 4번째 월드그랑프리 벨트를 차지하는 것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회에서 보여준 그의 저돌성은 전성기 그 이상이었다. 더욱이 상대는 레이 세포 아니었는가.
개인적으로 레이 세포가 이대로 주저앉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거인들이 무성한 K-1에서 180cm가 조금 넘는 신장으로 당당히 최고의 파이터 자리에 오른 레이 세포. 빠른 시일내에 그의 전매특허인 노가드 어깨춤 세레모니를 볼 수 있길 기대한다.
사진으로 보는 피터 아츠와 레이 세포

입장부터 긴장한 모습이 역력한 레이 세포

피터 아츠의 질풍같은 공격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피터 아츠의 로우킥 공격에 속수무책인 레이 세포

방어하기에 급급한 레이 세포

1라운드가 끝나고 고개를 떨군채 눈물을 흘리는 레이 세포

승자인 피터 아츠의 얼굴도 밝아 보이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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