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기원 품새 다시 만들어야 하는 건 아닌지...

[태권도 품새 되짚어 보기 - 3]

국기원(원장 엄운규) 연수원 품새 교육장면. (무카스미디어 DB)
40년이 넘는 시간동안 국기원 품새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태권도는 최초 청도관, 지도관, 무덕관, 창무관, 송무관, 오도관, 강덕원, 한무관, 정도관 등 9개관에서 대한태수도협회와 대한태권도협회로 이어지면서 지금에 이르렀다. 태권도가 통합된 이후 대한태권도협회는 통일된 품새 제정의 필요성을 실감한다.
이후 품새 제정을 위해 1965년 각 관에서 품새 제정에 참여할 위원을 추천 받아 ‘품새제정위원회’를 구성하게 된다. 품새제정위원회는 각 관의 인사들이 참여해 팔괘 1장부터 8장까지 8개의 팔괘 품새와 9개의 유단자 품새(고려부터 일여)를 1967년 완성하고, 그 해 8월 대한체육회 강당에서 ‘형’(당시에는 품새라고 하지 않음) 발표회를 가진다.
태극 품새(1장부터 8장)는 1973년에 제정된 것으로 교육부에서 태권도 품새를 교육과목(체육)으로 선정 하면서 아동이 쉽게 배울 수 있게 개발 된 것이다. 이후 태극품새의 보급을 위해 유급자 품새였던 팔괘품새는 뒤로 밀려나게 된다. 지도자교육에서 조차 팔괘품새는 제외되고 아동 수련생을 위한 태극품새에 초점이 맞춰지게 된다. 현재 팔괘품새를 수련하는 태권도장을 찾기 힘든 것이 이러한 이유다.
국기원 공인품새가 나오고 강산이 네 번쯤은 바뀌고도 남을 시간이 흘렀다. 그러나 강산만이 변했을 뿐 국기원 품새에는 전혀 변화가 없다. 너무나 완벽하기 때문에 변화가 없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상당수의 태권도 지도자들은 현 국기원 공인품새에 많은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한다.
세계태권도사범연수원 이규현 원장은 “현 국기원 품새는 옛날부터 내려온 구습이다. 우리 몸에 맞지 않을 뿐 아니라, 강약 조절이 안 되기 때문에 근육에 많은 무리가 간다”며 “젊은 청년들은 억지로 수련이 가능할지 모르나, 노인이나 여성이 하기에는 부적합하다”고 국기원 품새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또 그는 “무술은 시간이 지나면서 발전 해야 한다. 공수도나 우슈의 경우 다른 무술의 장점을 받아들이며 진화하고 있다. 이에 비해 태권도 품새는 제자리 걸음이다. 마음 같아선 태권도 품새를 처음부터 다시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국기원 공인 품새는 장점이 없는가
세계 186개국 7천만이 넘는 인구가 세계태권도연맹(총재 조정원, WTF)에 가맹되어 있다. 이들은 국기원 공인 품새를 수련하고 있다. 만약 지금의 공인 품새가 장점은 없고 문제점만을 가지고 있다면 이렇게 많은 인원이 수련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국기원 연수원 이종관 연구부장은 “국기원 품새 수가 적다는 부분은 인정하지만, 품새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부분은 인정할 수 없다. 태권도 원로들이 많은 연구와 노력에 의해서 만들어지고 시간을 지나면서 다듬어진 것이 지금의 국기원 공인 품새이다. 가장 훌륭한 품새라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계명대학교 태권도학과 이규형 교수는 “다른 무술과 비교해 태권도 품새는 자세가 매우 안정적이다. 태권도 품새만큼 기저면이 안정적인 무술도 없다. 그런 면에서 정말 잘 만든 품새이다. 비판을 하기 이전에 깊이 있는 수련을 먼저 해보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수정할 부분이 없냐는 질문에 이규형 교수는 “태권도 품새는 한 박자 혹은 두 박자가 많다. 박자가 다양해야 한 순간에 속도 변화가 가능하다. 최소한 열 박자 이상은 돼야한다. 기술적으론 반복된 동작이 많고 발차기가 다양하지 못한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상당수의 태권도 지도자들은 국기원 품새가 난이도 조절에서 실패했다고 지적한다. 또 기술에 대한 용어 정립도 시급하다고 말한다. 국기원 공인 품새를 다시 제정하자는 말은 그 동안 끊임없이 논의 되었다. 하지만 결과는 늘 제자리걸음이었다.
한 태권도 원로는 “태권도가 경기화 되면서 무도 태권도는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경기태권도와 무도태권도의 무게 중심을 맞출 수 있는 방안은 품새에 있다”며 “만약 태권도 품새가 변화하지 않는다면 태권도는 무도로서의 가치를 잃을 것”이라고 충고했다.
물이 너무 오래 고여 있으면 썩기 마련이다. 그동안 태권도 품새는 겨루기 경기에 비교해 정체돼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 시점에서 국기원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는 명확하다. 국기원이 “기득권의 횡포”라는 말을 들을 것인지 “역시 세계태권도본부”라는 말을 들을 것인지는 그들의 판단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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