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구 사범, “태권도가 필요 없는 사회”

[무카스가 만난 사람] ‘美 태권도 대부’ 이준구

“모든 사람이 인간성을 회복해 천사와 같다면 태권도를 비롯한 무술이 필요할 이유가 없다”
지난 5일 한국을 찾은 이준구(75) 사범을 서울에 있는 한 호텔에서 만났다. 그는 지난 4월 11일 UN본부에서 자신의 철학과 태권도 정신을 집대성한 체,덕,지 이론 강연을 시작으로 3개월 동안 그야말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날을 보냈다.
13세 때 마릴린 몬로에게 반해 무작정 미국행을 꿈꾸던 작은 소년이 태권도를 통해 1956년 미국행을 결정하게 되고 이후 ‘준리’라는 미국명을 가지고 태권도를 미국에 알리는 일등 공신이 된다. 이소룡(브루스 리)을 비롯해 무하마드 알리, 전 현직 미 연방 하원의장 등에게 태권도를 가르친 것은 준리라는 이름을 미국인들에게 각이 시키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러한 이준구 사범의 미국에서의 일화와 업적에 대해서는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렇기에 그를 미국태권도의 대부라고 부르는 것이다. 게다가 그는 미국 이민자 가운데 가장 성공한 200인 중 한 명이기도 하다. 태권도를 통해 가장 성공한 사람 중 한명인 것이다. 그런 그가 “태권도가 필요 없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어찌된 영문일까.
이준구 사범은 “모든 사람이 인간성을 회복한다면 태권도뿐 아니라 정부와 종교도 필요없다. 이러한 것이 생겨난 것은 인류가 타락했기 때문이다. 서로 사랑하는 사회라면 필요 없는 것들이다”며 “내가 태권도를 하는 궁극적인 이유는 태권도가 필요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이다”고 설명했다.
지금의 이준구를 만든 것이 태권도인데 이러한 대답은 모순이 있어 보였다. 이에 이준구 사범은 “이러한 나의 생각에 이성적으로는 동의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단지 감정적으로 싫어할 수는 있다”며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태권도를 버리자는 것이 아니라, 이상세계에 한 발짝 다가가자는 말이다. 지금 당장 태권도가 필요 없다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준구 사범은 자신을 무도인으로 부르지 말라고 말한다. 문,무,예를 모두 갖춘 완성된 인간을 지향하는 사람이라고 불러 달란다. 사실 이러한 이준구 사범의 독특한 철학 때문에 그는 국내외적으로 태권도인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준구만의 태권도 ‘준리도’
이준구 사범은 자신만의 태권도를 가르친다. 일명 ‘준리도’라고 하는 준리 태권도이다. 이 사범은 준리도가 지금의 태권도 보다 기술이나 정신에서 모두 앞선다고 주장한다. 기자에게 송판 4장을 한 손으로 잡아보라고 하더니 예비동작 없이 순식간에 격파한다. 75세 노인의 격파 속도라고는 믿기 힘들었다.
국내외 태권도계에서 비주류에 속하지 않냐는 질문에 이 사범은 “타락한 인간성에 비유하고 싶다. 그들이 아집이 너무 강하기 때문에 타협을 못하는 것이다. 지금의 태권도 제도권과 융화하지 않아도 상관없다. 각자의 생각이 틀린데 함께 갈 수 없는 것 아니냐. 난 나만의 철학이 있다”고 말했다.
이준구 사범은 3년 전 판막증 수술 후유증으로 몸에 풍을 맞고 굉장히 힘든 나날을 보냈다. 당시 의사는 앞으로 3~4년 동안은 절대로 비행기를 타지 말라고 충고했다. 하지만 세계가 자신의 철학을 강연해 주기를 원하는데, 차라리 비행기에 죽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죽을 시간도 없이 바쁘게 보냈다. 그랬더니 거짓말 같이 다시 건강을 되찾았다고 한다.
인격, 체격, 지격을 모두 갖추어야 지식을 남용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이준구 사범. 이번 만남은 미 태권도 대부 이준구의 모습보다는 마치 종교 지도자와 같은 느낌을 많이 받았다. 이 모습이 이준구 사범이 말하는 문,무,예를 갖춘 완성된 인간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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