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연재

[유병철의山山水水] 지인진 결단과 멋진 최용수

[유병철의 격투기 뒤집어보기 - 두 번째 이야기]


얼마 전 <기자협회보>에 마이너 매체들의 특종이 묻힌다는 기사를 읽었다. 필자는 3주전 ‘지인진의 K-1 진출을 <일요신문>을 통해 기사화했다. 그것이 오늘(7월24일)에야 크게 터졌다.

모 일간지가 지난 달 21일 K-1 대회 현장에서 지인진을 만나 인터뷰하고, FEG코리아 측에 확인해 기사를 쓴 것이다. 물론 이전에도 <연합뉴스>와 <데일리안> 등 인터넷 매체에서 이 문제를 설로 다루기도 했다.

뭐 아쉬움은 없다. ‘특종상’을 받고자 한 것도 아니고, 원래 타 매체의 보도를 받아쓰는 것에 인색한 국내 언론문화야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답답한 것은 이런 언론보도 형태야 말로 대한민국 복싱이 얼마나 죽었는가 하는 것을 너무도 잘 보여준 탓이다.

현역 세계챔피언이 K-1에 진출한다고 하는데 그 어떤 매체도 적극적으로 확인하지 않았다. 정말 세계적인 뉴스 아닌가? 그런데 한참이나 지나서야 본격적으로 기사화되다니. 언론들은 복싱 침체가 문제라고들 한다. 따지고 보면 언론이 먼저 복싱침체를 야기하지 않았는가 하는 의문이 든다.

지난 달 21일 필자도 물론 장충체육관 현장에서 최용수의 경기를 봤다. 지인진도 만났다. “내 기사로 인해 힘들게 해서 미안하다”고 하니, 녀석(지인진)은 "이제 형님이 책임지세요"라며 농을 곁들여 말했다. 미안했다. 진심으로. 기사를 먼저 썼기 때문이 아니라 그가 처해 있는 상황에 어떤 도움도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최용수와 지인진은 개인적으로 친동생 같은 친구들이다. 정말이지 훌륭한 복서이고, 잘들 살아야 하는데 말이다.

씁쓸한 마음은 최용수 덕에 다소 풀어졌다. 용수 녀석이 너무도 멋있게 KO승을 거둔 후 마이크를 잡고는 "지인진의 K-1 진출에 욕하는 사람이 많은데 오죽하면 그렇게 하겠는가? K-1도 프로복싱도 많이 사랑해 달라"고 했다. 눈물이 핑 돌았다. 최용수는 겸손하고, 원래 말이 없는 사람이다. 말도 잘 못하는 녀석이 워낙 좋은 멘트를 날려 이거 뭐 미리 지인진이나 K-1측과 시나리오를 짜고 한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 정도였으니 말이다.

경기 직후 라커룸으로 가 대놓고 물었더니 "즉흥적으로 했다"는 대답이 나왔다. 세컨들에게 물어봐도 마찬가지였다. 최용수는 "내가 총대를 매고 욕을 먹더라도 인진이가 마음 편하게 K-1에서 운동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최용수가 공개적으로 이런 말을 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지인진은 아예 눈물을 글썽거렸다.

최용수와 지인진. 다른 건 몰라도 녀석들의 의리만큼은 진정 세계챔피언이다. 이런 것도 모르고 인터넷에서 댓글을 통해 아무렇게 잘난 척하는 찌질이들이나, 자기들 마음대로 해석하는 분위기를 보니 정말 화가 많이 났다.

지인진은 8월부터최용수가 훈련하는 박현성 관장의 체육관에서 훈련하기로 했단다. 한 번 들려 소주나 한 잔 해야겠다. (끝)

[위 내용은 유병철 편집위원이 지난 7월 25일 작성 하였음을 알립니다. 유병철 기자는 현재 <일요신문> 스포츠부 전문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무카스뉴스> 편집위원을 맡고 있다. 전 <스포츠투데이>와 <일간스포츠> 등에서 스포츠 전문기자로 10여 년 이상 왕성한 활동을 해왔다. / 편집자 주]

- harrison@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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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greatman 2007.08.11
퍼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