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산5] 태권도 어디로 가야 하나
[결산5]태권도 어디로 가야 하나
시드니 올림픽은 태권도를 사랑하는 전세계 태권도인들에게 많은 숙제를 남겨줬다. 어떤 사람들은 태권도 경기가 너무 재미없으니 올림픽 영구종목으로 채택되기 위해서는 경기방식을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고 어떤 사람들은 심판 판정의 공정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한편에서는 올림픽에서 태권도 경기가 열리는 것 자체에 별다른 관심을 가지지 않는 사람들도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경기 중심으로 태권도가 발전하는 것 자체를 비판하면서 태권도의 영역이 경기로 축소되는 것을 경계하기도 했다.
태권도는 과연 어디로 가야 하나?
50여년 전 한국에서 시작돼 짧은 시간동안 전 세계로 뻗어 나간 태권도는 그 보급 속도만 따지고 보면 거의 인터넷의 보급 속도에 가깝다.
5천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수련하고 있거나 수련중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는 태권도는 이제 새로운 출발점에 서 있다. 올림픽에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것이 바람직한 것이냐 그렇지 않은 것이냐는 논쟁은 이미 그 의미를 잃어버렸다. 이미 기정 사실이 되어버렸고 다음 올림픽에도 채택된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태권도는 2004 아테네 올림픽에서도 정식 종목으로 채택될 것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 김운용 세계태권도연맹 총재가 체급도 늘릴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는데다가 아테네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이미 태권도 경기를 치를 경기장을 짓고 있다. 대회 일정도 이미 짜여져 있다. 거기다가 이번 시드니에서 그리스 선수가 금메달을 획득해 아테네에서는 태권도가 정식 종목으로 되는 게 거의 확실하다.
그 다음 올림픽은 2008년에 열리게 되는데 아직 주최지가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지금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중국의 뻬이징이 유치하게 된다면 이 역시 태권도 경기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될 가능성을 높이는 결과가 될 것이다. 왜냐하면 중국은 이번 시드니 여자 67Kg이상급에서 첸종이 금메달을 목에 건 것을 보면 알수 있듯이 여자부를 중심으로 태권도 경기력이 급신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게 된 이상 올림픽 태권도는 나름대로의 발전을 추구해야 한다. 경기방식을 조금 더 흥미롭게 바꾸고 심판 판정의 공정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은 이미 여러 차례 지적된 바 있고 거기에다가 무도에서 출발한 스포츠라는 점을 감안해 다른 어떤 종목보다도 더 예의를 강조해야 한다는 과제가 추가된다.
그리고 태권도가 경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올림픽 스타일의 태권도 경기에서도 의식적으로 보여주고 선전해야 한다. 세계태권도연맹에서는 품새를 경기화하기 위한 작업을 추진중인데 이것이 어떠한 결과를 낳을 지 속단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품새는 올림픽에서도 소개되어야 한다.
올림픽 스타일의 태권도를 하지 않는 대다수의 태권도 수련자들을 위해 태권도계는, 특히 세계태권도연맹이나 국제태권도연맹 같은 책임성 있는 단체들은 태권도계 자체의 올림픽 또는 다른 무도 종목도 다 포괄하는 무도 올림픽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축구가 단일종목으로서 올림픽에 맞먹는 월드컵을 4년에 한번씩 개최하고 있는 것과 같이 태권도도 충분히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렇게 하면 태권도의 경기화가 갖는 폐단을 상당히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격파나 시범, 품새 등이 경기화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하지만 그런 문제점을 충분히 예상하면서 대회를 엘리트 선수가 아닌 동호인들 모두가 참여하는 축제로 꾸민다면 이는 축구 같은 엘리트 스포츠로서는 도저히 따라올 수 없는, 엄청나게 대중적인 대회로 치를 수 있을 것이다.
이미 미국에서는 많은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ATA(American Taekwondo Association)의 세계선수권대회를 보더라도 그렇고 경기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USTU(U.S Taekwondo Union)의 각종 대회를 보더라도 그렇다.
모든 수련자들이 참여해 제각기 갈고 닦은 격파, 품새, 시범 실력을 가지고 경연을 펼친다면 이는 이미 철저히 상업화되고 엘리트화되어 아마추어 정신을 상실한 올림픽보다도 더 훌륭한 대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태권도가 앞으로 스포츠와 무도 두 방향으로 병행 발전되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스포츠적인 측면에선 이번 시드니 올림픽에서 보완해야 할 것들이 많이 지적됐지만 미흡하게나마 의미있는 성과를 이뤄냈고 이젠 무도적인 측면의 발전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이것이 김운용 세계연맹 총재와 최홍희 국제연맹 총재를 비롯한 세계 태권도계 지도자들이 앞장서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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