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산1] 태권도 경기방식 개선 필요
[결산1]태권도 경기방식 개선 필요

사상 최초로 태권도가 정식 종목이 된 태권도가 이번 시드니 올림픽에서 경기방식이라는 측면에서 많은 문제점을 드러냈다.
태권도는 점수만을 위한 경기, 이미 딴 점수를 지키기 위한 경기라는 오명을 쓴 것이다. 이번 올림픽 태권도 경기에서는 어느 선수가 얼마나 멋진 기술을 선보였는지 그래서 관중들을 얼마만큼 열광하게 했는지는 전혀 고려할 사항이 아니었다.
심판으로부터 경고를 교묘하게 피할 수만 있다면 단 한번의 공격을 하지 않아도 좋다. 시간때우기 식의 경기운영을 해 경기를 아주 맥빠지게 해도 좋다.
경기 초반에 올린 점수를 지키거나 마지막에 한번만 공격에 성공하면 되는 것이다. 오로지 점수판에 표시된 숫자가 높은 선수가 승리하는 것이다. KO승이라는 것이 있기는 하지만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번 올림픽에서는 4일간 120번이 넘는 경기에서 프랑스의 파스칼이 남자 80kg 이상급 8강전에서 쿠바의 넬슨 센즈 밀러를 2라운드 KO승을 거둔 것과 패자부활전에서 만난 사우디아라비아의 카할리드에게서 다운을 뺏은 후 기권승을 받아낸 것 말고는 전무하다.
태권도 경기가 득점 지상주의이다 보니까 이번 올림픽에 참가한 선수들은 가장 안전하고 점수 따기에 편리한 돌려차기만을 연발했다. 그리고 가끔 그 돌려차기를 받아서 뒤차기를 할 뿐이었다. 특히 몇몇 경기에서는 두 선수 모두 돌려차기로만 득점한 경우도 있었다.
가끔은 3라운드 9분간 내려찍기, 후리기, 점프 뒤차기 등 다양한 기술을 선보이며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하는 선수들이 있기는 했지만 이런 선수들은 아주 극소수로 대부분의 태권도 경기는 각국 선수들을 응원하는 응원단을 지켜보는 것보다 더 재미없었다.
남자 68kg 이하급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한국 신준식의 경우만 보더라도 미국 로페즈와의 결승전에서 경기 초반에 올린 1득점을 지키기 위해 공격다운 공격 없이 시간 때우기식의 경기운영을 하다 경고 세 개로 감점 1점과 막판에 얼굴찍기를 허용, 실점 1점으로 결승전에서 패한 바 있다.
태권도는 이제 점수만을 위한 경기, 딴 점수를 지키기 위한 경기라는 오명을 씻기 위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도적으로 선수들이 박진감 넘치고 다양한 공격을 펼칠 수 있게 뒷받침 해줘야한다.
새로운 경기방식의 도입이 어느 때보다도 더 절실하다. 새로운 경기방식의 도입이란 그 동안 너무나도 많이 제기 되었던 차등 점수제를 뜻한다.
차등점수제는 타격점에 따른 차등점수제와 또 충격 정도에 따른 차등점수제 둘로 나눌 수 있다. 먼저 타격점에 따른 차등점수제의 예를 들어보자.
멋진 장면을 연출해 머리 등을 가격하는 것과 단순히 몸통 돌려차기를 성공시켰을 때 똑같은 1점이 주어진다는 것은 애초에 선수들에게 다양한 기술을 선보이지 말라는 말과 똑같다.
어느 선수가 인생을 바꿔 놓을 수도 있는 중요한 시합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멋진 기술을 선보이겠는가? 선수들에게 화려한 기술을 기대한다면 제도적으로 그러한 기술이 나왔을 때 선수에게 2점 혹은 그 이상의 점수를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태권도 경기는 돌려차기, 뒤차기 위주의 단조로움에서 벗어나 말 그대로 재미있는 경기가 될 것이다.
이번에는 충격 정도에 따른 차등점수제에 대해서 논해보자. 태권도 경기를 본 사람이라면 왜 태권도 경기에서는 상대 선수가 입은 충격에 관계없이 점수가 모두 1점일까? 라는 의문을 가졌을 것이다.
태권도에서는 아무런 충격 없이 단순히 소리만 요란하게 옆구리를 가격해도 1점 그리고 아찔할 정도의 충격을 입혀 KO 시켰을 때에도 1점만을 얻을 수 있다.
현재의 태권도 경기방식은 파이팅 넘치는 경기보다는 기술적으로 득점부위에 발을 갖다 대는 경기를 지향하게 만든다. 그리고 점수차가 3점 이상 나면 이기고 있는 선수는 더 이상 무리를 해가며 공격을 시도할 필요는 없게 된다. 점수관리만 하면 되는 것이다.
다른 격투 종목인 유도를 예로 들어보자. 유도는 상대가 아무리 큰 점수 차이로 이기고 있건 지고 있건 결코 방심할 수 없는 경기다. 왜냐하면 바로 언제나 역전이 가능한 한판이 있기 때문이다.
유도는 상대방에게 입힌 충격과 기술의 정확성 등을 토대로 효과, 유효, 절반, 한판 등으로 점수를 차등화해 선수들을 방심시키지 않고 지속적인 공격을 유도하고 있다.
예를 들어 태권도에서는 다운을 시킨다면 3점 혹은 그 이상의 점수를, 그리고 어느 정도 충격이 가해졌다면 2점, 단순히 득점부위만 가격했다면 1점, 이런 식의 경기운영 방식을 태권도 경기에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더 이상 점수 관리를 위한 시간 때우기식의 맥빠진 경기를 펼치는 선수는 태권도 경기에서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고 관중들은 그야말로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즐길수 있을 것이다.
앞에서 열거한 타격점에 따른 차등점수제를 도입하건 충격 정도에 따른 차등점수제를 도입하건 아니면 둘 모두를 병합해서 도입하건 태권도는 어떤 식이라도 경기방식 면에서 변화를 도모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스 아테네 올림픽까지는 앞으로 4년, 태권도가 올림픽 영구 정식종목으로 채택되기 위해서는 가야할 길이 많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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