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식의 첫 승이 값진 이유

‘비운의 스타’ 4전 5기로 일어서다

승자의 얼굴이라고 보기 힘든 윤동식의 승리포즈 (사진출처 = 조선일보)
2회전 시작 종소리와 함께 링으로 들어서는 윤동식의 오른쪽 눈은 시퍼렇게 멍들어 부어올라 있었다. 1라운드 초반 상대 선수의 속사포 같은 좌우 파운딩을 견뎌낸 결과였다. 과연 이길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잠시. 시작 1분17초 뒤 상대 오른손을 꺽는 암바 기술로 경기 포기 선언을 이끌어냈다.
미국 경기장을 가득 메운 2만 여명의 한국 교민들은 “대~한민국”을 연호했다. 일부 교민은 윤동식의 첫승을 지켜보며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가슴 뭉클한 순간이었다.
윤동식은 유도 국가대표 시절부터 항상 ‘비운의 스타’라는 꼬리표가 따라 다녔다. 국제대회 47연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웠지만, 선수로서 최고 영광인 올림픽 무대에는 출전 기회조차 잡아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윤동식은 2001년 현역 유도선수에서 은퇴했다. 그러나 올림픽 메달에 대한 꿈을 포기 할 수 없었던 그는 2003년 현역으로 복귀했다. 마지막 기회였던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선발전에서 김민규, 권영우에게 잇따라 패하며 ‘비운의 스타’라는 꼬리표를 끝내 떼지 못하고 유도판을 떠났다.
잊혀져 가던 그가 대중 앞에 다시 모습을 나타낸 것은 2005년 3월 프라이드FC 진출을 선언하면서 부터이다. 그러나 비운은 격투기까지 이어지는 거 같았다. 프라이드 전적 4전 4패. 그가 프라이드에서 얻은 성적표이다. 성적만을 놓고 본다면 그의 격투기 진출은 실패였다.
격투기 전문가들의 평가는 달랐다. 그가 상대했던 선수들은 일본 격투기의 영웅 사쿠라바, 현 UFC 라이트 헤비급 챔피언 퀸튼 잭슨 등 당대 최고의 파이터 라고 하기에 손색이 없다. 이런 상대를 맞이해서 윤동식은 점차 발전되어가는 기량을 선보였다. 가능성 있는 파이터로 평가 받는 것은 당연했다.
결실은 지난 3일 열린 ‘K-1 다이너마이트USA대회에서 거뒀다. 프라이드에서 K-1으로 이적 후 갖는 첫 대회. 윤동식은 네덜란드의 타격 강자로 불리는 멜빈 마누프를 제압하며 격투기 데뷔 첫 승을 거둔다. 비운의 스타에서 영광의 스타로 바뀌는 감격적인 순간이었다.
윤동식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첫 승리를 거둬 기쁘다. 최선을 다해 좋은 모습을 보여줘서 나 자신이 자랑스럽다”며 “나를 응원 해준 한인교포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승리였다”고 언론사를 통해 밝히며 퉁퉁 부어오른 눈으로 함박웃음을 지었다.
지난 77년 복싱선수 홍수환은 카라스키야를 상대로 그 유명한 4전 5기 신화를 만들어 냈다. 격투기 팬들은 윤동식의 4전 5기 또한 한국인 특유의 불굴에 의지가 만들어 낸 또 다른 신화라고 말한다.
윤동식의 신화는 진행형이다. 앞으로 그의 허리에 K-1 히어로즈 챔피언 벨트가 채워질 날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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