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성이의 태권도 수련기 (2)
재성이의 태권도 수련기 (2)
태권도를 그만둔 이후 매일 꾸준히 해왔던 운동을 그만 두어서인지 아니면 성장기에 어떤 호르몬이 과다 분배되어서인지 살이 찌기 시작했다. 사실 태권도를 했을 때는 몰랐지만 그만둔 후 나의 먹는 양이 엄청 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운동하고 나서 배고프면 먹고 먹고. 사실 어렸을 때는 장 기능이 약해서 뭘 잘 먹지도 못했고 조금만 과식해도 배탈이 나거나 아프거나 했었다. 그런데 이제는 먹는 것을 주체할 수가 없단 말인가?
그러나 다행이 먹는 것에 비례해서 살도 쪘지만 또 그러한 영양분은 키에도 갔었다. 그래서 말 그대로 비온 뒤에 죽순처럼 쑥쑥 튼튼히 커나갔다. 예전에 다니던 도장은 집에서 상당히 멀었고 그래서 매일 봉고차로 태워가곤 했었다.
그러나 몇년전 우리 동네로 김제에서 도장을 경영하시던 이아무개 관장님이 이전을 해오셨고 나는 태권도를 조금 했던지라 정식으로 다녔던 것은 아니고 놀러가는 식으로 한번씩 나갔었다.
그곳에는 개구리를 닮은 이아무개 형제가 있었고 그 중 큰형이 나와 동갑이었으며 초등학교 동창이었고 같은 반의 꼬봉이었었다. 그러나 태권도를 배우고 있다는 자부감이었을까?
그 녀석의 눈빛은 단을 딴 이후 자신감있게 변해갔다. 그리고 한번씩 나를 건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나 역시 도장을 그만두기 전에 이미 태권도 3품을 땄었고 하루에 몇번씩 밖에 차지않은 기본 발차기일망정 십여년 가까이 했기에 몸에 익을 데로 익었었고 그 녀석의 도전은 나에겐 너무 가소로웠다.
사실 내 체격은 허리가 길고 다리가 짧은 일명 숏다리이고 스피드보다는 힘 위주의 스타일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팔씨름을 했으면 진 적이 없었고 중학교 졸업할 즈음에는 덩치도 상당히 커져서 힘으로는 거의 적수가 없었다.
게다가 아버지가 유도 3단에 유도선수생활을 하셨기에 유도기술에는 익숙한 편이었다. 어느날 그는 나에게 도전했고 나는 관장님이 없는 틈을 타 겨루기에 응했다. 그러나 운동을 쉬어서일까? 아니면 살이 쪄서일까? 과거에 그리도 잘되었던 발차기가 잘되지 않는 것이었다.
나는 벌써 퇴물이 되었단 말인가! 역시 현역에는 당할 수 없는지 그 녀석에게 복부와 힙 등을 몇차례 얻어맞았다. 사실 나도 공격을 했었으나 속도가 느려서 번번히 피했고 쭉쭉 올라가는 그의 발차기에 속수무책이었다.
그 녀석을 힘으로 짓눌러버릴 수도 있었으나 그것은 나에게 용납이 되지 않았고 결국 태권도 3품이 1품에게 지고 말았던 것이다. 질 때는 분했으나 사실 개구리를 닮은 이아무개는 태권도를 정말 열심히 했고 나는 그에 승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녀석에게 진 후 도장에 한번씩 놀러나가는 것도 재미가 없었고 이제 고등학생이 되어서 시간도 없었다. 우리 학교는 아침 7시에 시작해서 저녁 10시에 끝났고 매일 앉아서 공부만 했기에 (사실 헛생각을 더 많이 했음) 그리고 먹는 양도 굉장했기에 나의 살은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쪄 나갔다.
고 1때 79킬로그램 고 2때 84킬로그램 고 3때 96킬로그램. 키는 고 1때 172 고 2때 176 고 3때 180 정말 거구가 되어갔다. 지금도 한번씩 그때 사진을 꺼내 보는데 지금의 내 모습과 너무도 다른 모습에 웃음이 나온다.
그러나 그런 모습에 불구하고 나는 언제나 자부심을 가졌다. 나는 태권도 3단이다(원래는 3품이나 나이가 차면 단으로 바뀌니까). 그러나 그것은 속마음일 뿐 겉으로 드러내지는 못했다. 왜냐하면 나의 외모가 이미 태권도와는 거리가 먼 체격이었으니까 말이다.
고등학교 1학년 초 담임선생님이 학생부에 취미나 특기를 써넣으라고 하면 나는 쓸게 없으니까 태권도를 써 넣었고 선생님이 몇단이냐고 물어봐 3단이라고 대답했고 선생님들은 비웃는 식으로 "야 재성이가 3단이란다"하며 아이들에게 알려줬고 아이들은 태권도 한번 해보라고 자꾸 졸라서 부담이 되었고 쪽팔리고 곤혹스럽기도 했다. 나는 이러한 것을 만회하기 위해 새로운 것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댓글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