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아야 제대로 된 인간이 된다?

체육대학, 도를 넘어선 선후배 간 얼차레

한 체육대학의 신입생 길들이기 현장-출처 : 한겨레-
체육대학 신입생들이 팬티바람에 대학 정문 앞을 서있는 사진이 많은 파문을 일으켰다. 일명 ‘신입생 길들이기’의 현장이다.
지성의 상징인 대학에서 공공연하게 이러한 가혹행위가 이루어지고 있다. 체육관련 신입생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참아 내야 한다.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 되어 버리는 것이다. 관행처럼 되어버린 조직문화에 개인의 힘은 미약할 수 밖 에 없다.
태권도 학과를 위시한 체육대학들은 얼차레를 ‘유대감과 조직력 강화를 위해 필요한 교육’이라고 말한다. 이들은 ‘신입생 길들이기’를 당연한 관행처럼 생각한다. 지금까지 잘 이어져온 전통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 잘난(?) 전통 때문에 고통 받는 학생들이 있다는 것은 모르는 것일까.
얼차레를 교육의 하나로 생각하는 것은 재학생뿐만이 아니다. 관련 학과 교수들조차 전혀 문제 될게 없다는 입장이다. 어떤 교수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orientation)에서 공공연하게 “이제 좀 굴려야 되는 게 아니냐”는 말을 서슴없이 한다. 신입생들 입장에서는 믿었던 교수에게 뒷통수를 맞은 기분일 것이다. 이러다 보니 폭력행위가 죄책감 없는 정당한 행동으로 둔갑한다.
개인이 없다면, 조직도 없다
대학 폭력문화가 형성된 원인은 무엇일까. 일제강점기 제국주의 잔재 일까. 아니면 유신정권 시절, 군사문화의 우울한 결과물 일까. 어떤 사람들은 운동선수나 무술 수련자는 자유스러운 분위기에서는 능률과 체계가 잡히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너무나도 전 근대적인 생각이 아닐 수 없다.
이와 관련 인권위원회 언론팀 관계자는 “대학폭력 관련 기사가 나가고 피해사례 문의가 많았지만, 대학폭력 피해자 신고는 없다”고 말했다. 그만큼 체육대학 학생들은 폭력과 인권상실에 대해 둔감하다는 반증이다.
때론 개인의 인권이 과하다 싶을 정도로 보호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번엔 한 개인의 인권보다 조직이 우선시 됐다. 조직을 위해 개인 인권이 무시된 것. 시대에 역행하는 발상이 아닐 수 없다. 개인이 없다면 조직도 없다.
개인이 무시되고 조직을 우선시 하는 경우가 대한민국에서는 비일비재(非一非再)하다. 그중 체육대학 혹은 무술계에서는 이러한 경향이 더욱 강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또한 엘리트 체육도 조직을 우선시 하고있다. 그래서 파벌이라는 말도 나오는 것이다.
그렇다면 엘리트 체육우선주의인 우리나라가 올림픽에 나가서 금메달을 휩쓸어야 정상이다. 개인 보다는 조직이 먼저라는 사고를 놓고 봤을 때 말이다. 하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개인주의가 강하다는 미국이 올림픽에서는 항상 1등을 차지한다. 조직 우선주의는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문제이다.
되풀이 되지 말아야 할 악습의 고리
‘체육대학 신입생 길들이기 폭력 파문 기사’를 접한 시민들과 네티즌들의 비판이 거세지자, 13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체육개혁을 실천하는 교수연대’ 이창섭(충남대 체육교육과) 대표 등 교수들과 각 체육대학 학생회장들이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사과했다.
한편, 교육인적자원부도 지나친 ‘신입생 길들이기’와 관련해 각 대학에 방지대책을 마련하라고 공문을 보냈다. 내용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프로그램 개선, 선ㆍ후배 멘토링(어떤 문제에 대하여 일대일로 상담하거나 조언해 주는 프로그램)도입, 폭력 신고센터 운영 등이다. 또한 대학별 대책을 마련하고 폭력사태가 발생했을 경우 가해학생에 대한 엄격한 징계를 지시했다.
지난해 3월 태권도학과를 필두로 각 체육대학 폭력문제에 대해 비판하는 기사와 목소리가 높았다. 당시 교수와 재학생 모두 팔짱을 끼고 있었다. 세간의 관심이 사라지자 악습은 개선의 여지없이 되풀이 됐다.
이번 파문도 일회성의 관심으로 끝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한국인의 냄비근성을 걱정하는 것이다. 간단한 사과와 단순한 지시로 끝낼 문제가 아니다. 지속적인 관심과 개선만이 해결책으로 보인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학생들의 의식이다. 사리판단을 충분히 할 수 있는 대학생들 아닌가. 구태의연한 악습을 따를 필요가 없다. 한 교수가 사과문에서 말했듯 70년대로 돌아가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은 이제 사라져야 한다. 폭력은 어떠한 경우에도 정당성을 인정받지 못한다.21세기에 걸 맞는 지성인으로써 생각하고 행동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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