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헌의 태권도 이야기 (1)
조헌의 태권도 이야기 (1)
글을 쓰기전에 우선 잠깐 내 이야기를 해야겠다.
나는 물론 태권도를 배웠다. 그래서 태권도 문외한이 아니다. 태권도 단증도 있고 태권도 이외에도 유도, 격투기, 쿵후, 검도도 배워봤으므로 얼마든 비교를 할수 있다는 걸 미리 말해야겠다.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태권도의 스포츠화와 국내에선 동네태권도로 전락하게 된 이야기 등이다.
올림픽 정식종목으로까지 채택된 와중에 무슨 스포츠화 운운이냐라고 할 수도 있지만 올림픽 전으로 시기를 잡아서 이야기 해볼란다.
처음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걸 들었을 땐 한마디로.. 내맘은.. 이제 태권도는 완벽하게 스포츠가 되겠군 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머 그렇다 하더라도 무도에서 출발한 게 어찌 스포츠화 되었다고 해서 무도가 아니냐 라고 할 수도 있지만 권투를 봐라 권투는 스포츠지 권투가 무예는 아니잖아 무도란 무술이랑 다르다.
뒤에 도가 붙었다는 건 무로써 도를 추구한다는 말이지 그래서 온갖 무술 중에 뒤에 도가 붙은 무도는 그리 많지 않다. 유도, 검도, 공수도 등 몇가지 밖에 없다. 쿵후는 무도가 아니라 그냥 무술이다. 그런데 태권도는 애초부터 무도가 아니었을 수도 있다. 무예였을수도 있다. 아마 무도가 아니라 무예였다고 생각이 든다.
태권도는 국기원의 주장을 90%도 신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 원류조차 확실치 않다. 공수도의 아류라는 주장도 있고 8년전 쯤만 해도 택견에서 나왔다는 말도 안되는 주장도 있었다.
나 개인적으로는 수박도에서 나온 거라는 생각이 든다. 어차피 서양인들에게야 원류가 어떻던 그건 전혀 고려할 문제가 아니겠지만 어디까지나 무술이라는 이름으로써 태권도를 배우고자 해서 배웠던 사람들에겐 원류라는 건 중요한 문제였다.
하지만 내가 태권도를 배웠던 시절도 이미 거의 스포츠화가 진행된 상황이어서(그 당시엔 공수도의 영향으로 끊어치기가 성행했었다) 끊어치기란 내가 임의로 이름을 붙인건데 대련시에 상대방을 칠 때 타격부위 3센치쯤 앞에서 발이나 손을 멈추는것이다.
즉 형식적인 대련이 되버린다. 그 것 때문에 공수도에서 말도 많았었고 현재는 아마 호구를 착용하고 직접 타격을 가할 것이다. 이건 아주 오래전 이야기이고 90년대 초반 태권도에서 끊어치기가 성행한 건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다 (물론 안그런 도장이 더 많을 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내가 태권도를 배웠던 시절에도 이미 무술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주먹치기를 못하고 발로만 찰 수 있는것은 손만 쓰는 권투와 별반 다를 바가 없다. 불필요한 동작 남발의 극치가 쿵후라면 태권도는 꼭 필요한 동작을 빼버렸다.
물론 발로만 하는 무예도 있고 손으로만 하는 무예도 있고 유술계도 있지만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은 원래 태권도는 발로만 하는 무예가 아니었고 스포츠화를 위해 국기원에서 멋대로 손동작을 빼버렸다는 것이다.
손동작이 원래 있었다는 걸 말할 수 있는 이유는 우리 집엔 아주 오래전에 발간된 태권도 교본이 두가지 있는데 모두 손동작이 포함되어 있다. 태권도는 발이 주가 되는 무술이었느니만치 손동작의 비중은 크지않았지만 얼마든지 응용 가능한 꼭 필요한 손동작을 없애버린 건 너무한 일이다.
아시다시피 원래 태권도는 주먹으로 얼굴도 쳤었다. 태권스포츠를 배우고자 하는사람은 배우더라도 무술을 익히고 싶은 한국 사람은 더이상 태권도를 배우지 않는다. 이말이 무엇을 뜻하는 줄 아는가?
서양에서 무예뻘 되는 것이라곤 미국의 권투와 프랑스의 사바테 러시아의 삼보와 브라질의 카포엘라 등 몇가지가 전체를 통틀어 전부인데 그런 사람들에게 태권도가 어떻게 변하던 놀랍고도 신비한 동양의 무예인 것이고 세계에서 가장 무예가 발달한 중국 한국 일본의 삼국인이 태권도를 찾지 않는다는 건 태권도는 더이상 무예로써의 가치가 없단 말이다.
일본인들이 태권도를 안 배우는 것에 대해서 잡소리가 있던데 일본은 일본 나름의 국기 비슷한 가라데(공수도)가 있고 우리의 최배달(최영의) 선생이 남긴 극진가라데도 있고 그들은 스스로의 무예를 소중히 알 줄 알아서 대부분 스스로 만든건 없어도 현재 우리나라에 비하여 무술이 훨씬 발달한 나라이다.
중국은 말할 필요도 없이 세계 최강의 무술대국이어서 굳이 남의 나라 것을 배울필요성이 전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우리는 일제시대를 거치면서 많은 무예들이 말살당했고 그나마 있던 무예들마저 스포츠화되어버려서 내세울만한 무예가 현재 없다.
유도나 검도는 원래 우리의 무예였거늘 우리는 우리 스스로의 무예를 천대하고 일본은 그것을 더욱 발전시켜줬는데 우리가 유도나 검도를 우리 것이라고 하기엔 일본에게 미안할 정도다.
무술이 스포츠화되면서 살인기 같은건 사라지더라도 있어야 할 기술을 빼버리는건 문제가 있다. 우리는 태권도를 국기라고 할 수 있을까나.
세계에 전파된 태권도라고 자랑스러워 하지만 순전히 비굴한 스포츠화의 산물일뿐이다. 중국무술이 낳은 최고의 무술이라 칭송받는 태극권은 변형없이 세계에 고루고루 전파되었는데 우리의 태권도는 극도의 스포츠화를 통해 심지어는 태권에어로빅이라는 생쇼까지 벌여서 세계화에 실패하면 그게 창피한 일이다.
요리에는 퓨전요리가 있고 무술도 교류를 통해 더욱더 발전하기도 하지만 태권에어로빅이라는 건 발전한 것이라고 결코 말할 수 없다. 태권도는 무예였거늘 건강상품이나 되는 것인양 태권에어로빅까지 만들어서 팔아먹는 건 도대체 뭐냐.
그리고 태권도가 한국의 국기라고 할 수 있을라나. 한국의 국기라고 하는 건 한국의 대표적이고 대중적이고 훌륭한 한국의 무를 승화시키기 위한 무예를 칭하는게 아니었던가?
에어로빅을 가지고 한국의 국기라고 할 수 있단 말인가? 이미 스포츠화 되었긴 하지만 태권도의 발놀림은 아주 훌륭하다. 그것만으로도 배울 가치는 있지만 배울 맘은 전혀 들지 않는다.
그래 텔레비전에서도 그러더구나. 애초에 태권도란 이런저런 군소 문파가 난립하던 걸 어떤 군바리가 정립해서 이렇게 만들었다는걸 원류라고. 아예 공수도의 아류+기타무술의 아류를 그저 한 군바리가 모은 게 태권도였을까.
하지만 생쇼를 벌이면서 결국 태권도는 수많은 나라의 국민들이 하게 되었고 이제와서 스포츠화를 중단하고 무예화시킬 가능성은 1%도 없을 것 같고 그렇게 하지도 말아야 하겠다.
외국인들에게 해달라고 발악하다가 이제와서 거둬가면 수십년간 욕만 대박 터지게 먹을테니까. 이미 버린 무예 외국인에게 적선이나 줘야지. 하지만 힘과 덩치를 앞세운 서양인에게 맞장 떠서 이길 방법은 무술뿐이었다는 걸 기억한다면 그다지 우리 무예를 서양인에게 퍼트리는 건 기분 좋은 일이 아닐 것이다.
이미 버린 무예를 서양인들이 그렇게 애용해주니까 서양인을 위해서 퍼트려라. 그럼 무예 하나 잃어도 국가이미지는 좀 좋아지니까. 참고로 말하지만 일본의 공수도나 중국의 무술들이 서양에 퍼트려진 건 중국이나 일본이 퍼트리려 해서 퍼트려진 게 아니라 단지 그곳의 이민자들이 하던걸 서양인이 호기심을 가지고 따라 하기 시작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알아둬라.
공수도의 전파엔 우리 최영의 선생의 몫이 컷다는 것도 알아두고. 그네들은 우리처럼 스포츠화시켜 가면서까지 퍼트리려고 악을 써서 퍼트린 게 아니다. 우리가 더 많이 전파한 것이 어쩌면 당연하다.
서양인 취향에 맞춰서 이리저리 뜯어고쳐서. 그게 뭐냐? 미국에 태극권 도장과 지부가 생기고 많은 서양인들이 태극권을 배우지만 태극권은 조금도 변한 게 없다. 태극권은 중국인의 자존심이고 그걸 서양인 취향에 맞춰 뜯어고칠 바에는 중국내에서만 하도록 할 것이기 때문에.
우리의 태권도가 태극권에 비할 바는 못되지만 그래도 국기라는 이름을 달고 있거늘 태권에어로빅이 도대체 뭐냐? 하지만 태생적으로 태권도는 그런 길을 갈 수밖에 없으니 이해해주련다.
어차피 때늦은 비판이고 애초에 비판할 수도 없는 문제였을지도 모르지만 이런 글을 쓰는 이유는 혹시나 태권도를 무예로 착각하고 배우려 하는사람이 있을까봐 쓰는 것이다.
태권도의 동작 이름과 예법을 한국말로 서양인들이 따라한다고 한국문화 전파되었다고 착각하지 말아라. 어차피 서양인은 동양의 도를 절대 이해할 수 없으니.
세상이 좋아져서 무예도 변화되지만 에어로빅 이것 만은 절대 아니다. 이제 난 태권도인도 아니고 태권도 비판한 걸 미안하게 생각하지만 도와 예가 빠진 무술은 단지 싸움닭을 양산할 뿐이고 정신은 잊어 먹고 에어로빅이니 뭐니 하는 태권도는 흔해 빠진 건강법중 하나일뿐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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