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성훈 과잉징계…‘의혹 투성이’


재일교포 4세 파이터 추성훈(32, 일본명 아키야마 요시히로)이 지난 해 12월 31일 K-1 다이너마이트에서 경기 전 몸에 보습크림을 바른 것이 규정에 저촉돼 실격, 개런티 몰수 처분을 받은데 이어 추가로 무기한 출장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이 일로 추성훈의 파이터로서의 명예는 완전히 땅에 떨어져 버렸다.
과연 추성훈이 저지른 반칙이 이 같은 중징계를 받아야만 마땅한 죄였을까. K-1 주최사 FEG는 어떤 생각으로 이런 조치를 내렸을까. 이 같은 의문과 더불어 추성훈의 프라이드 이적 가능성에 대해 하나하나 비판적 시각으로 점검해 본다.
◆적발은 규정대로, 처벌은 마음대로
추성훈과 사쿠라바의 경기는 종합격투기로 치러졌으므로 히어로즈 공식규정을 따른다. 히어로즈 오피셜 룰 6조 ‘바셀린, 미끄럼방지제 등의 이용의 금지’에 관한 조항에서 제1항은 “선수는 신체에 어떠한 것(오일, 바셀린, 진통제, 마사지용 크림, 정발제, 구두바닥▪발밑 미끄럼방지제 등)도 경기 중에 일절 도포해서는 안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추성훈은 다한증에 따른 건조피부 때문에 보습용 유성크림을 발랐다. 규정상 ‘어떠한 것도 안된다’고 했으므로 위반임에는 틀림 없다. 이와 같은 위반 행위가 적발될 경우 “도포하고 있는 사실이 확인된 경우는 즉시 ‘경고’가 선고된다. 또한 벌금으로서 파이트머니의 10%가 몰수 된다”고 한 제2항을 따르면 된다. 그리고 몸에 발라진 이물질을 닦고 그대로 경기를 속행하면 그 뿐이다. 결코 실격으로 이어질 만큼 중대한 반칙이 아니다.
그러나 추성훈은 ‘경고’ 4회에 해당하는 실격 조치 및 파이트머니 100% 몰수 조치를 당했다. 다만 추성훈은 경기 중엔 적발되지 않았고, 추후 심의 과정에서 반칙 행위가 있었던 것이 발각됐다. 경기 후 적발되면 실격 당한다는 규정이 없는데도 추성훈에게는 실격 조치에다 무기한 출장정지라는 추가 중징계까지 떨어졌다. ‘과잉 징계’로밖에 볼 수 없는 대목이다.
경기 중 적발하지 못했다면, 더욱이 K-1 주최사 FEG 측이 밝혔듯 추성훈이 ‘고의’가 아닌 ‘과실’로 이런 반칙을 저질렀다면 오히려 책임은 주최사와 경기를 운영한 심판에게 더 크다. 그럼에도 FEG 대표는 경고, 해당 경기 심판들은 유기 자격정지를 받는 데 그쳤다.
◆과연 다른 선수들은 몸에 아무 것도 안 바를까
이번 사태를 접한 많은 국내 관계자들은 ‘크림조차 바르면 안되는 줄은 몰랐다’는 목소리가 의외로 많았다. 그만큼 규정이 엄격했다는 반증이다. 그러나 이런 규정을 이제까지 심판들과 선수들이 철저히 준수했냐면 그것은 절대로 아니다.
현장에서 경기를 지켜보면 심판의 지시로 선수가 몸을 타월로 닦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고의로 바셀린 등을 바르고 올라오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경기 중 하나가 김민수와 레이 세포의 경기였다. 세포는 온 몸에 바셀린 떡칠을 하고 버젓이 링에 올라 경기를 치렀다.
타 대회인 프라이드에서도 이런 풍경은 낯설지 않다. 프라이드도 “선수는 신체에 어떠한 물질(오일, 바셀린, 진통제, 마사지용 크림, 정발제 등)도 경기전 및 경기 중에 일절 도포해서는 안된다. 만일 도포한 사실이 확인된 경우는 경기 포기로 간주되는 경우도 있다(오피셜 룰 제3조)”며 히어로즈와 유사한 규정을 두고 있다. 하지만 미노와 이쿠히사와 필 버로니의 경기에서 버로니는 하체에 바셀린 ‘떡칠’을 하고 경기에 임했다.
이런 예로 보더라도 몸에 이물질을 바르는 것이 규정상으로는 허용되지 않을지언정 관행적으로 이를 그다지 엄격하게 적발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히어로즈 규정만 보더라도 이를 로블로, 후두부 가격, 척추 가격 등 우발적으로 벌어질 수 있는 반칙 행위와 같은 수준의 페널티인 ‘경고’를 부과할 뿐이다. 추성훈의 반칙 건에만 세상이 뒤집어질 듯 난리치는 상황이 되려 수상해 보인다.
◆추가 중징계는 추성훈 보호조치?
이처럼 실격 조치로도 과잉징계라는 말이 나올 수 있는 상황에서 FEG는 17일 추가로 추성훈에게 무기한 출장정지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이런 배경에는 일본 인터넷에서 활개를 치고 있는 혐한 세력 및 ‘안티 추성훈’ 세력의 계속된 압박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추성훈에 대해 비난하는 일본 팬들의 목소리는 지금도 끊이지 않고 있다. FEG 측은 “(팬들의 항의 목소리가 있어서) 그런 것도 있다. 다만 팬들이 이렇게 해라 해서 결정한 것은 아니다. 종합적으로 판단한 것”이라며 이에 대해 부분적으로 긍정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FEG는 추성훈에게 더욱 무거운 징계를 내려 이 같은 안티 추성훈 세력을 달래려 했던 것으로 추측된다. 결과적으로 이는 안티 추성훈 세력들이 추성훈을 더 이상 괴롭힐 명분을 찾지 못 하도록 배려한 조치로도 보인다.
◆추성훈 지금 이적하면 ‘도망자’ 신세
추성훈은 이번 무기한 출장정지 처분에 대해서는 겸허히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런데 일본 스포츠지 몇 곳은 이번 중징계로 추성훈이 프라이드 등 타 단체로 이적할 가능성이 있다고 선정적인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추성훈과 K-1과의 계약상 가능성이 열려 있기는 하다. FEG 측은 추성훈의 이적을 구속할 것이냐는 질문에 “하지 않는다. 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추성훈이 계약상 타대회 출전이 보장돼 있거나 계약이 이미 만료된 상태임을 시사한다. 통상 파이터들이 2년 단위 계약을 한다고 볼 때 추성훈은 2004년 다이너마이트로 데뷔했으므로 2006년 다이너마이트로 계약기간이 끝났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프라이드 등 타 단체로 이적을 강행 한다면 징계를 거부한다는 의사로 비쳐질 수 있다는 점은 간과할 수 없다. FEG 측은 “추성훈이 엄한 처분을 납득하고 있다고 말했으므로 그가 타 대회에 나갈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은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추성훈은 일단 일본 안티 팬들의 ‘성난 여론’을 잠재우는 게 우선이다. 그렇지 않은 채 프라이드로 옮긴다면 안티 팬들의 괴롭힘은 계속될 우려가 높다. 억울한 부분이 많더라도 본인이 감수하겠다고 말한 이상 약속을 지키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조용직 기자/ psygra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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