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태권도인의 ‘살인의 누명’

‘살인의 누명’. 학창시절 태권도 유망주였던 한 태권도인과 가족이 지난 10여 년 동안 살인의 누명 속에 고통을 받고 살아왔다. 그런데 최근 그 누명을 벗게 되었다. 뒤늦게 누명은 벗었지만 지난 10년 동안 그와 가족들은 정신적인 고통에 시달려야 했다.
17일 서울고법 형사10부(부장판사 김경종)는 대학 재학시절 동료들과 함께 다른 일행들과 다툼을 벌이는 가운데 1명을 사망하게 한 혐의(상해치사 등)로 기소돼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던 장모(32)에 대한 재심사건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의 판결문에 따르면, 피고인에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무죄를 선고했어야 마땅함에도 원심은 사실을 오인, 피고인을 유죄로 단정한 잘못이 있다는 것이다. 장씨는 1심에서 징역 2년을 받았고, 2심에서는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의 유죄 판결을 받고 상고했지만 대법원이 1997년 이를 기각해 판결을 확정됐다.
당시 사고현장에 함께 있었던 장 씨의 동료 A씨는 <무토미디어>와 전화인터뷰를 통해 다음과 같이 기억을 더듬었다.
“95년 서울 강남역 인근 포장마차에 한국체대 태권도부 93, 94학번 10여명이 술을 마실 때였다. 그런데 상대 쪽에서 우리에게 먼저 시비를 걸어왔다. 당시 TV 드라마인지, 영화인지 모르겠지만 길거리 패싸움을 유행했었다. 그래서 결국 싸움이 붙었는데, 상대방 1명이 넘어지면서 보도블록에 머리를 찧고 뇌진탕으로 사망하게 된 것이다. 급박한 상황이라 누구에 의해 사망한지 다들 몰랐다. 게다가 당시 현장에 있던 포장마차 주인이 경찰조사 과정에서 우리 편에 불리한 진술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결국 3명이 형을 집행 받았다. 장 씨는 사고 이후 집행유예로 학교를 다녔다. 그러나 사고 후유증으로 늘 고통에 시달려야 했다.”
장 씨는 당시 상대편과 합의를 끝내고 모든 기억을 지우려고 했다. 그러나 장 씨의 아버지는 자신의 아들의 살인 누명을 끝까지 벗게 하려고 생업까지 포기해가면서 법정소송을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사고를 잊고 싶었던 장 씨는 아버지의 끝없는 법정소송을 못마땅하게 여기며 적지 않은 갈등을 빚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장 씨의 대학 동료인 A씨는 “그때 사고이후로 OO가 심적으로 많이 힘들어 했었다. 그나마 10년이 지나 살인의 누명을 벗게 되었다니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며 “이제는 마음 편히 지난 고통 속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펼쳐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무혐의로 판결난 장 씨는 현재 칠레에서 태권도팀을 지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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