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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 무술계와는 상관없는 남의 일인가?


FTA에 대한 찬반 논쟁.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한국과 미국의 FTA 협상은 그 결과에 따라 우리나라 각 분야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FTA협상과 관련하여 국내 무술시장은 어떤 영향을 받게될까요. 이와 관련하여 용인대학교 태권도학과 류병관 교수의 특별기고를 게재합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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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에 대한 대비 태권도에도 필요하다


FTA 문제가 점점 쟁점화 되고 있다. FTA는 자유무역협정(Free Trade Agreement)의 약자다. 말 그대로 자유무역에 대한 협정을 뜻한다. 이제 우리나라도 자유무역의 세계로 본격적으로 뛰어들겠다는 이야기다. 자유무역을 통해서 다수가 이익을 볼 수 있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문제는 경쟁력이 없는 산업들은 경쟁력 있는 외국 산업들이 그대로 들어오기 때문에 국가적인 보호정책이 없어져 지금보다 훨씬 힘들어 질 수밖에 없다는 데에 있다.

류병관 교수

우리나라는 이미 칠레, 싱가폴, 일본, 멕시코, 캐나다, 인도등과 협정을 하거나 진행 중에 있고 지금 세계 최대의 시장 미국과의 FTA가 국민들의 관심사가 되고 있는 것이다. 세계최대의 시장이기 때문에 미국과의 FTA는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고 정부에서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한∙미 FTA가 불가피 하다는 차원에서 본다면 경쟁력 없는 산업 분야에서의 이에 대한 대비는 반드시 필요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기간산업에서는 이미 통합적 시장 운영이 대세를 이루어 우리나라에서도 외국 상품들이 거의 일상적으로 판매되고 있고 우리상품들도 전 세계적으로 보급되고 있다. 각국이 관세와 보호무역주의를 허물고 말 그대로 제품의 질과 가격만으로 서로 승부를 겨루어야 하는 자유무역의 시대로 돌입해 가고 있는 것이다.

세계는 이제 각국의 고유한 문화만을 고집하면서 살 수 없는 세계화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다양한 문화들이 서로 부딪치고 통합되면서 다문화적 통합의 시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사실 이런 조류가 문화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진행되어 오고 있다. 우리가 영국이 종주국인 축구 때문에 월드컵에서 열광하고 있듯이 우리 국기인 태권도는 세계 170개국에서 5,000만 명의 세계인들이 수련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조류의 한 현상이 문화 역수입이다. 한나라의 문화가 외국으로 나가고 그 문화가 그 나라의 상황과 실정에 맞게 재조명되어서 그 장점들이 다시 본래의 문화 수출국으로 역수입되는 현상이 생기는 것이다. 미국의 태권도 인구가 이미 종주국인 우리나라의 태권도 수련인구를 넘은지 오래고 미국식 태권도 수련 프로그램들을 도입하는 도장들도 점점 많아지고 있는 것은 이런 현상들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제품은 품질과 가격, 문화는 가치의 문제


흔히 미국에서 소나타 자동차를 싸면 훨씬 품질이 좋다고 말한다. 수출하는 제품들이 국내 내수용보다는 여러 가지 품질 규격이 높고 가격도 동일한 제품인데도 싸다. 그것은 국내의 상황이 아니라 미국 본토의 자동차들과 경쟁해야 하기 때문이다. 산업 제품들은 결국 품질과 가격이 가장 중요한 문제가 된다. 좋은 품질과 경쟁력 있는 가격이 있어야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시장 경쟁력을 갖추는 것만이 자유무역의 시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그러나 문화의 경우에는 다르다. 문화의 경우에는 결국 비용을 투자할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영화를 선택할 때 그 돈을 주고 볼만한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는 것이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된다. 그 만큼 재미있든지, 혹은 그 만큼의 감동이 있든지, 전혀 새로운 시도여서 한번쯤 볼만 하다든지 해야만 그 영화가 선택되듯이 문화의 경우는 제품과 다르다. 영화가 싸다고 재미없는 영화를 보지는 않기 때문이다.

태권도는 문화다. 그리고 문화계에서도 앞으로 이런 FTA의 물결은 거세질 전망이다. 이미 전용극장을 내세운 일본의 오페라가 국내 오페라 극단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다. 전용극장에 볼만한 가치가 있는 오페라를 더 싸게 상시로 공연을 하면 소자본의 극장을 빌려 운영하는 국내 극단들이 죽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상품의 품질과 가격 그리고 문화에서의 가치는 사실 동일한 말이지만 상품들은 이미 보편적 필요가 충족되어 있고 문화는 기호적이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영화는 안 봐도 되지만 밥을 안 먹을 수는 없고 자동차를 타지 않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FTA의 물결이 밀어 닥치면 오페라 극단의 문제와 같은 상황들이 문화 곳곳에서 벌어질 수밖에 없다. 스크린쿼터 문제로 영화인들이 띠를 매고 광화문에서 데모를 하는 것도 결국은 같은 문제인 것이다. 태권도장들도 마찬가지다.

슈퍼와 월마트


동네 슈퍼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까르푸나 월마트 같은 대형 활인점이 생기면 당연히 그쪽으로 몰리게 마련이다. 그래서 대형 할인점의 영업시간을 동네슈퍼들을 위해 제한해야 한다는 법안이 상정되기도 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문제들을 태권도 도장들도 이제 남의 일 보듯이 할 수 없는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는 것이다. FTA는 교육과 문화에도 당연히 적용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약 1년 전에 우리 동네에는 400여 평이 넘는 미국식 대형체육관이 들어섰다. 태권도를 수련하지만 농구코트와 탁구대 그리고 다양한 체육시설과 사우나를 갖추고 대형버스를 운영하는 이 체육관이 들어서고 나서 불과 3-4개월 만에 주변의 도장들이 전부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상황들을 옆에서 지켜보았던 것이다. 말하자면 월마트식 대형 도장들의 출현이 서서히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사설학원들로의 외국자본 유입은 생각보다 훨씬 심각한 문제들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을 이제부터 생각해야 한다. 미국자본이 들어와서 미국식 영어교육을 본토의 강사들을 데리고 들어와 보다 대형으로 한다면 작은 사설어학원들은 단번에 문을 닫아야 할 수 밖에 없는 것은 뻔한 사실이다. 10억 엔의 일본 자본만 들어와도 100억 짜리의 대형 학원들을 세울 수 있는 것이다. 고 이행웅 사범이 주도하던 미국 태권도 그룹(ATA)에서 경주에 태권도 공원을 능가하는 “세계무림원”을 건설한다는 계획도 이미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일이다.

더 넓은 공간과 더 나은 편의 시설 그리고 더 나은 서비스를 내세우고 들어 올 수 있는 외국 자본들의 유입은 우리의 도장산업에도 완전히 다른 차원의 소용돌이를 몰고 올 것은 뻔하다. 70-80평 규모의 작은 도장들이 지금과 같이, 아파트 단지의 규모와 위치에 편승하여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하다가는 심각한 위기에 도래하지 않는 다는 보장이 없는 것이다.

태권도의 새로운 블루오션 전략


“블루오션전략”은 프랑스 유럽경영대학원의 김위찬 교수와 르네마보완 교수가 소개하여 전 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는 이론이다. 기존의 소모적인 경쟁 상태에서 벗어나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여야만 미래의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는 것이다.

태권도 도장들이 앞으로 들이닥칠 FTA물결을 극복할 수 있는 것도 더 많은 자본을 투자해서 더 넓은 도장을 만들고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경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가치를 탈바꿈해서 “가치혁신”을 하고 그것을 통해 시장을 선점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태권도장들은 사실 다른 어떤 사설학원들 보다 호황을 누렸던 것이 사실이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대부분이 어린 시절 한번쯤은 태권도를 수련해야 한다는 보편적인 생각들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로인한 자연적인 수요가 있었고, 그런 자연적인 수요가 태권도가 가지고 있는 본질적 가치를 내세우기 보다는 도장의 위치와 영업적 홍보전략 만으로도 충분히 영위할 수 있도록 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사실 그러다 보니까 태권도가 가지고 있는 고유한 가치들은 점점 사장되고 본질적 가치들에 대한 인식도 미비해져 왔던 것이다.

태권도장이 그저 안전하게 신체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인식되거나 대한민국 사람이면 그저 한번쯤은 태권도를 배워봐야 한다는 정도의 가치만이 통용된다면 앞으로 살아남기 힘 드는 지경에 도달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가치가 없으면 수요가 없다.
IMF시절에도 이미 경험을 했고, 요즈음같이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태권도장들이 가장 타격을 받는 것도 결국 우리들 스스로가 그 만한 가치를 인식시키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라는 사실은 심각하게 되짚어 봐야할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힘들고 어려운 일을 겪으면 오히려 도장을 찾아 자신감과 용기와 건강을 만들어야 한다고 믿을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태권도 수련의 본질적 가치들을 수요자들이 인식하지 못하게 만들었던 것이 가장 중요한 가치의 상실에 속하는 것이다.

“블루오션 전략”의 핵심은 바로 “가치혁신”이다. 수많은 외국 자본들이 들어오고 종합체육시설식의 신체 활동만을 중시하는 대 단위의 편의 시설들이 가져다 줄 수 없는 분명한 가치를 창출하고 새로운 시장에 대비하는 것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인 것이다.

FTA를 극복할 태권도의 가치와 도장의 가치


위기는 이미 왔다. FTA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 동안의 태권도장들은 경제상황에 따라 울고 웃는 부가서비스 산업의 근본적 형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시점에서 나는 우리 도장들이 아니 우리 태권도 지도자들이 미래의 잠재적 시장들을 대상으로 하는 가치 혁신적 마인드를 가져줬으면 하는 바램 이다.

중국은 소림사를 관관자원으로 활용하고 공산당 정부가 수많은 지원을 하고 있다. 수많은 학교들을 소림사 앞에 만들고 관광단지를 조성하여 관광객들을 유치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중국정부로부터 한 푼의 지원도 받지 못하고 있는 “태극권”이 오히려 전 세계에 1억 명 이상의 수련자를 가지고 있고, 중국 어느 곳을 가나 아침이면 공원에서 남녀노소가 나와서 수련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시설과 지원이 아니라 “건강양생”이라는 태극권의 본질적 가치가 더 통하고 있기 때문인 것이다.

태권도장은 우리나라 공교육이 할 수 없는 몸의 훈련을 통해 건전한 정신과 튼튼한 몸을 만들 수 있는 유일한 2차 교육의 장이다. 자신감의 배양과 적극적인 행동력 그리고 건강하고 튼튼한 삶을 스스로 영위할 수 있는 능동적인 인간을 만들 수 있는 가장 훌륭한 교육적 가치를 지닌 무도인 것이다.

문제는 이런 가치들을 우리들 스스로가 표방하고 그렇게 국민들에게, 아니 세계인들에 인식될 수 있도록 그 가치를 세우는 일이다. 대용운동으로써의 가치만으로는 경제적 상황을 극복하기도 FTA의 물결을 피해 가기도 어렵다. 국기 태권도가 대만민국 사람들의 국민성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질책을 깊이 생각하고 각 도장들이 미래를 대비할 새로운 가치를 스스로 찾아야할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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