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자에 강하고, 강자에 약한 대한태권도협회

제35회 소년체전, KTA 상임심판 온갖 폭언과 폭행 등 치욕스런 수모 당해
“약자에게 강하고, 강자에게 약한 사람”

무토미디어 한혜진 기자
위와 같은 유형의 사람들은 단시간 내 성공하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실패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느 누구도 그러한 리더를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중들은 강자에게 강하고, 약자에게 관대한 리더를 동경한다.조직도 마찬가지. 약하든, 강하든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형평성을 유지할 때 조직은 생명력을 갖게 된다. 그런데 지난 20일에 막을 내린 소년체전에서 드러난 대한태권도협회의 모습은 조직의 생명력을 포기한 모습이었다.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울산광역시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제35회 전국소년체육대회 태권도경기에서 KTA 상임심판들이 시도협회 임원 및 관계자들에게 온갖 폭언과 폭행 등 치욕스러운 수모를 당했다.
대회 첫날, 상임심판 A씨는 경기가 끝난 후 울산 모 관장에게 기습적인 업어치기를 당했다. 그리고 대회 마지막 날 심판 B씨는 전남협회 임원들에게 둘러싸여 멱살을 잡혀가며 갖은 욕설과 폭력 등으로 수난을 당했다. 이어 사태를 만류하기위해 다가온 전남소속 심판 C씨도 심판 B씨와 같은 처지가 됐다. 문제는 경기장에 이어 심판대기실에서도 이어졌다. 그러나 KTA 임원과 질서대책부 어느 누구도 전남 측의 항의사태를 대응하지 못해 이를 지켜본 관중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경기판정에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이번 울산과 전남 측 관계자들의 지나친 항의사태는 명백한 실수이자 잘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TA는 이번 사태에 대해 현명하게 대처하지 못했다.
KTA, 경기장 질서가 무너져도 강경하게 대응 못해

29일 사무국 회의실에서 KTA 상벌위원회가 열린 가운데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대한태권도협회(회장 김정길, KTA)는 29일 오후 2시 서울 송파구 방이동 사무국 회의실에서 임시 상벌위원회(의장 황춘성, 이하 상벌위)를 열고, 지난 소년체전에서 일어난 심판 항의사태에 대한 징계여부를 가렸다. 결과는 모두 경고로 끝이 났다.
▶ 항의사태 A(울산). 자격정지 2년에서 ‘경고’로 징계 완화
당초 현장에서 자격정지 2년이 결정된 울산 모 관장의 징계가 경고로 대폭 축소됐다. 상벌위는 대회장에서 타인의 ID카드를 반대로 착용하고 경기장에 진입한 무자격 지도자가 세컨을 보고, 심판판정에 경렬하게 항의 한 행위는 분명 잘못됐지만, 현재 임원도 아니며 본인을 비롯해 울산시협회(회장 김종관)에서 사과문과 탄원서가 제출돼 추후 재발방지가 없도록 강력하게 경고한다는 전제하에 ID카드를 주고받은 자 2명에 대해 경고로 징계 결정을 내렸다.
▶ 항의사태 B(전남). KTA 공식사과문 접수받고 ‘경고’로 일단락
전남협회 임원들의 상임심판 폭력행위 대해서도 상벌위는 고심 끝에 ‘경고’로 일단락 했다. KTA측은 “전남협회 박경환 전무이사가 28일 사무국을 방문해 지난 소년체전에서 불미스러운 사고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며 공식사과문을 제출했다”며 “추후 재발하는 일이 없을 것을 약속해 상벌규정 21조 1항에 따라 경고처리 했다”고 공식으로 밝혔다. 또 “조영기 전남협회장이 해당심판에게 전화를 걸어 직접 사과를 했다”고 덧붙였다.

전남협회가 28일 KTA에 제출한 공식사과문
▲ KTA 현장 초기대응, 울산과 전남 달랐다.
항의사태가 일어난 당시 KTA의 초기 대응은 달랐다. 첫날 울산 관장의 경우 KTA는 긴급 상벌위원회를 소집해 ‘경기장 질서를 문란하게 하였다’며 현장에서 자격정지 2년을 내리면서 강경하게 대응했다. 그러나 마지막 날 전남의 경우는 현장에서 어떠한 징계결정도 없었으며, 이후 10여일이 지난 29일 결정됐다.
대회가 끝난 후 일각에서는 “‘경기장 질서를 문란하게 한 행위’에 대해 현장에서 징계할 수 있다(상벌규정 12조 4항)”던 KTA측의 입장이 다소 일관성과 형평성이 어긋난 것이 아니냐”는 여론이 높게 일어났다. 그래서 이번 상벌위 결정이 전남을 경고 선에서 그치기 위해, 울산도 경고로 축소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난무하다.
KTA 징계처분 결정, 과연 정당한가?
이번 KTA 상벌위의 징계처분 결정이 과연 정당하게 이루어 졌을까? 벌써부터 태권도계 안팎에 의견이 분분한다. 한 태권도 중진은 “중징계만이 경기장 질서를 확립하고 재발을 막는 것이 아니다”며 “대승적인 차원에서 유연하게 결정을 내린 것 같다”고 KTA 상벌위 징계결정에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또 다른 태권도 관계자는 “원칙도 기준도 없이 탁상공론 하는 KTA의 결정에 분통이 터진다. 제도권의 정치적인 이해관계에 어쩔 수 없이 대응하는 집행부는 더 이상 자격이 없다”며 이번 결정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임춘길 전무이사는 이번 상벌위 결정에 앞서 정치(향후 회장선거에 미칠 영향) 및 대인관계(전남 협회장과 부회장과의 오래된 관계) 등의 이유로 전남협회에 강력한 조치를 못할 것이라는 주위의 관측에 “원리원칙대로 징계처분을 적용할 것이고, 양진방 기획이사에게 지시해 대한체육회의 유권해석을 받아오라고 할 것”이라고 지난 22일 강원도 홍천에서 태권도신문(제504호)과 인터뷰를 한 바 있다.
이번 사태에서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심판부 박종명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자리에서 “(KTA)정책적인 결정에 할말이 없다”고 말한 뒤 “종주국 태권도 상임심판원이 되기 위해서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는 능력도 갖춰야 한다”고 기자들의 질문의 핵심을 벗어 답했다. 그는 “심판은 잘하든 못하든 척박한 토양위에 서 있다”며 “심판이 스스로 공정한 판정을 위해 노력할 때 불신풍조도 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KTA 상벌위 결정, 상임심판들 사기저하 우려

대한태권도협회 상임심판
경기장의 판관(判官)! 태권도 상임심판의 권위(權威)와 위상(位相)이 더 이상 떨어지려야 떨어 질 곳도 없다. 상임심판 폭력행위를 보고도 KTA의 경미한 징계는 향후 상임심판원들의 사기가 저하될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가뜩이나 지난 달 아시안게임 대표선발전 중 한 대학 감독이 한 고참 심판에게 경기장 밖에서 폭언과 협박을 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상임심판원들의 심기가 그다지 좋지 않은 상태다.
최근 <무토미디어>와 만나고, 전화통화를 한 상임심판 대부분은 이번 일에 대해 KTA가 강경하게 대응해 줄 것을 내심 기대하고 있었다. 더불어 KTA가 심판원들의 마지막 자존심을 회복시켜주길 바라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KTA 결정은 심판들의 자존심은커녕 권위와 사기를 떨어트리는데 결정적인 쐐기포를 터트렸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징계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이번 상벌위 징계 수위를 놓고 전남협회와 KTA간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게 제도권계의 중론이다. 특히 징계대상자에 오른 조영기 전남협회장은 현재 국기원 비상근 부원장을 맡고 있는 등 국내 태권도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또 현 KTA 집행부와도 불가분의 관계에 있어 상벌위의 징계결정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관측된다. 더불어 권모 부회장(전남협회) 역시 황춘성 의장과 수십여 년 간 태권도계에서 오랜 친분을 이어오고 있는 관계이기도 하다.
KTA 측 입장에 따르면 협회장에게 근신 및 자격정지를 처분 받을 경우 해당시도협회의 공백사태가 발생됨에 따라 시도사업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게 구색한 변명이다. 그러나 사실은 차기 회장선거에 미칠 영향 때문에 이번 징계수위에 많은 고심을 한 것으로 보인다. 만약 중징계가 처분될 경우 전남을 포함하여 가까운 광주 등과 현 집행부 사이에 좋지 않은 감정으로 여러 가지 복잡한 상황에 빠지기 쉽다는 것이다.
KTA는 태권도 종주국을 대표하는 중앙기구이다. 상대가 약하든 강하든 상관없이 중앙협회로서 품위와 공정한 잣대로 수많은 태권도인들을 대변하고 이끌어가는 조직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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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잠깐] KTA 상벌규정 어떻게 되나?
KTA는 상벌규정은 태권도 발전에 공적이 있는 단체 및 개인을 표창하고, 비위가 있는 단체 및 개인을 징계한다. 이번 사안과 같은 징계처리는 상벌위원회에서 결정하며, 종류는 비위의 정도에 따라 △경고 △근신 △자격정지(유기한, 무기한) △제명 순으로 구분한다. △경고는 통보서를 보내는 것으로 징계 처분을 받은 자에게 유의할 것을 알린다. △근신은 일정기간을 명시하여 규정에 따라 모든 행사 및 대회의 참여와 해외 파견이 중지된다. △자격정지는 일정기간 또는 무기한 KTA 회원 신분을 박탈하는 것으로 규정에 따라 모든 행사의 참여를 금지하며, 동시에 모든 단체의 임직원은 자동해임 처리된다. △제명은 KTA 회원의 신분을 상실한 것으로 이 규정에 의한 가장 엄격한 징계처분이다. 더불어 임원의 경우 그 직에서 자동 파면되며 기 취득한 각종 자격증과 성적을 말소 조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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