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edo
최신뉴스

태권넷 타이거즈 시범단 시드니에 3

드디어 태권넷 타이거즈에 기회가...



9월 14일... 오늘은 시드니에 온지 3일째 되는 날이다. 아침 7시 "오늘도 어김없이 시드니의 하늘에는 해가 뜨는구나. 참 힘이 든다." 내가 일어나자 마자 한 생각이다.졸린 눈을 비비면서 천근 만근이 되는 몸을 이끌고 아침을 맞았다.

이불이 없어서 그냥 잤던 탓인지 약간의 감기 기운이 느껴졌다. 옆자리에 아이들을 보았다. 날씨가 추운 탓인지 모두들 새우잠을 자고 있었다. 아이들에게 미안했다.

좀 더 좋은 환경, 좋은 무대에 충분히 설 자격이 있는 아이들인데... 어제 공연후 실망한 아이들의 모습이 아련하게 내 가슴 속에 스쳐 갔다. 다리를 다쳤는지 붕대를 감고 있는 아이...뜸을 떠서 종아리가 온통 물집 투성인 아이... 가슴이 저렸다. 오늘은 제발... 잘 됐으면 하는 생각 뿐이다.

아이들보다 먼저 공연장에 도착했다. 제법 매서운 바람이 불었다. 오늘도 역시 이 공연장에는 사람이 없었다. 그저 지나가는 노인들뿐... 바다 건너편에 보이는 오페라 하우스가 오늘은 정말 흉물스럽게 보인다.

시드니가 미웠다. 모든 게 짜증이 났다."이제 곧 아이들이 올텐데..." 하는 걱정이 들었다. 이제 아이들이 무섭다. 다른 공연장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 내 머리속을 가득 메웠다. 나와 동행했던 안학선 단장님이 나에게 말을 건넸다. "여기서 또 공연하는 것 보다는 다른 장소을 찾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예예...그렇지요." 대답했다. 자신이 없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허가증은 구청에서 가까스로 받은 Busking (거리공연하면서 돈을 구걸할 수 있는 라이센스)라이센스였기 때문이다. 그나마 사람이 많이 모이는 지역은 그런 호객행위를 금지하고 있었다. 욕이 나왔다. "씨팔..."장비를 그냥 박스채 내려놓고 재영씨와 나는 사람이 많은 항만으로 걸음을 돌렸다.





시드니 항구에는 타이타닉같은 거대한 유람선이 들어와있었다. "참 크다." 그 주위에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마치 한국의 명동을 연상케하는 곳이었다.옆에 작은 무대가 보였다. 아마도 어떤 공연을 하기 위해 항만청에서 준비해 놓은 것 처럼 보였다.

무대위에는 관계자로 보이는 사람들이 서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저런 무대에서 공연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가서 한번 빌어 볼까. 30분만 하게 해 달라고..." 무대위에 올라갔다. 하얀 외국인 여자는 우리를 이상한 눈으로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Could you do me a favor? mam. ...."
"저 이 곳에 오늘 혹시 공연 스케줄이 잡혀 있습니까?"
"무슨 공연인데요?"
그 외국인 여자가 대답했다. (나중에 알게된 이름이지만 그녀의 이름은 제시였다.) 재영씨는 그녀의 질문이 끝나기가 무섭게 타이거즈 시범단 화보집을 꺼내 들었다.

"이게요. 한국 최고의 태권도 시범단인데요.."
빠르게 책장을 넘기는 재영씨의 모습에서 이 사람도 참 속이 탔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O.K. 오늘은 공연 스케줄이 없으니 여기서 공연을 해보세요."
한 참뒤에 나온 말이었다. 우리가 참 불쌍해 보였나 보다. 이빨도 못 닦았으니...우리는 어린아이들처럼 아까의 공연 장소로 뛰어갔다. 아이들에게 이 소식을 알려 주고 싶었다.

무대 바닥에 매트를 깔고, 앰프를 설치하고 분주하게 공연 준비에 들어갔다. 밝은 얼굴을 보니 아이들도 신이 난 모양이다. 갑자기 불안감이 밀려들었다. 아까 그 여자는 속된 말로 파워가 있어보이는 여자가 아니것 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단장님에게 재촉을 했다. "빨리 준비하고 공연을 시작하지요." 공연하고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으면 지들이 쫓아내기야 하겠어 하는 생각에서였다.




준비는 끝났다. 아이들은 매트 위에서 맞춰보면서 몸을 풀고 있었다. 나영이가 말했다. " 우와... 사람 진짜 많다."

호기심 많은 외국인들이 하나 둘씩 아이들의 몸 푸는 모습을 보기 위해 몰려 들었다. 100명...200명...300명... 사람이 지나다니기 힘들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더 큰 불안감이 몰려 들었다. "빨리 해라...빨리 해라..."

태권넷 시범단 단원들이 드디어 잠바를 벗었다. 무대는 온통 새하얀 색으로 변했다. 한국의 태권도복. 뭔지 모를 이상한 기분이 발끝부터 밀려들었다. "이게 바로 애국심인가." 태권도복을 보면서 이렇게 감격적이었던 순간은 없었다.





북소리가 울렸다. 공연이 시작된 것이다.

단원들이 관중들에게 정중히 절을 했다. 우뢰와 같은 박수와 함성 소리가 터졌다. 아이들의 동작은 힘이 넘쳤고, 기합소리는 시드니 전역에 울려 펴질듯 우렁찼다. 함성 소리 탓이 었는지 공중파로 보이는 커다란 카메라를 어깨에 멘 기자들도 몰려들었다.

아이들이 하늘을 나면서 멋진 킥으로 송판을 깰 때는 여기저기서 탄성 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실수도 없었다. 그야말로 멋진 공연이었다.

아이들의 마지막 인사로 공연은 끝이 났다. 박수소리는 끝이 날 것 같지 않았다.하하하...기뻤다. 공연중 혹시 실수를 하면 어떻게 하나하는 마음에 마음을 졸였던 탓인지 기쁨은 배가 됐다.하하하.




우리가 간단히 준비한 태권도 이벤트가 끝나고 사람들은 무대 앞으로 나와 줄을 섰다. 아이들에게 싸인을 받기 위해서였다.

약간은 어색한 듯 보였지만 아이들은 늘상 있었던 일이었다는 듯이 외국인들에게 깨진 송판에 싸인을 해 주었다. 줄은 언뜻 봐서도 족히 30m는 되어 보였다.이때 무대 관리인이 나에게 다가왔다. 약간은 긴장했지만, 그렇게 긴장되지는 않았다.

"일요일까지는 이 곳에서 공연이 없으니 공연을 하셔도 좋습니다. 공연이 참 멋있네요. 원래는 공연을 못하게 막아야 하는 입장이지만 그렇게 하기에는 공연이 너무 멋있네요. Good Luck to you guys "
그는 살짝 윙크를 하고 저편으로 사라졌다.

"Thank you so much...thank you..."
등을 돌리고 사라지는 그의 등 뒤에 대고 나는 계속 말했다.

일간 스포츠, SBS, 호주 방송국 등에서도 취재를 나왔다.
시드니 온 후 처음으로 하늘이 참 맑아 보였다. 반대편에 보이는 오페라 하우스는 세계의 어떤 건축물보다도 웅장하고 아름다웠다. 히히...난 잔잔히 들리는 파도 소리를 감상하며 담배를 피고 있다. 미친 놈처럼 싱글 벙글 거리면서...


댓글 2

밴댕이 2000.09.15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여건에서도 항상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확신을 보여주셔서 참 기쁩니다. 항상 타이거즈를 위해 온 정성을 다하시는 단장님, 단원여러분들을 위해 건강 유의하시고,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도록 기도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언제나 타이거즈를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기억하세요. 시드니에서는 좋은 추억 되시길 빌며.. 타이거즈팀 사랑해요!!!
조기자 2000.09.16
지금.. 시드니 와서 이성찬 팀장 만났습니다. 한껀 하고 갈께여.. 기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