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역사 K-1에 태권도 공식 첫 입성

국가대표 상비군 거구의 태권 파이터 박용수

박용수가 최근 진행한 비공개 훈련에서 샌드백을 차고 있다. 사진=조용직 기자/psygra
“페이토사, 크로캅보다 더 멋진 하이킥 보여주겠다”
무술 종류를 막론하고 스탠딩 파이트의 최강자를 가리는 K-1 무대. 그 곳에 한국의 태권도가 입성했다. 첫 단추를 끼운 주인공은 한국 태권도 국가대표 상비군 출신의 박용수다. 그는 오는 6월 3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리는 K-1 아시아 GP 오프닝 파이트를 통해 데뷔전을 치른다.
K-1에 태권도 선수가 출전하는 것은 공식적으로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93년 K-1이 창설하며 카라테, 킥복싱, 켐포, 쿵푸, 태권도 등 ‘K’가 붙는 입식 격투기 세계 최고수들이 모여 최강자를 정하자는 취지를 내세웠던 것이 새삼스럽다. 오랫동안 잃어버렸던 직소 퍼즐의 마지막 한 조각을 끼워 맞춘 듯한 느낌마저 들 정도다.
박용수의 이번 대회 상대인 일본 다이세이주쿠의 신예 리키 죠로 결정됐다. 리키 죠는 박용수와 마찬가지로 K-1 무대는 처음이지만 복싱을 주무기로 기본기가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킥 기술을 앞세운 박용수와 치열한 킥과 펀치의 공방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박용수는 2004년 아테네올림픽 헤비급 금메달리스트인 ‘태권 스타’ 문대성과 두 차례 격돌했던 정상급 태권도 선수다. 그에게 문대성은 훌륭한 선배였지만 자신의 올림픽 행을 매번 저지한 야속한 벽이기도 했다. 2003년 대표 선발전 8강에서 만나 기권패 한 뒤 올림픽 대표를 뽑는 2004년 국가대표 최종선발전에서 두 번째 만났다. 박용수는 경기 중 발목이 부러지는 중상을 입고도 경기를 포기하지 않고 싸웠다. 하지만 결과는 2점 차의 판정패였다.
박용수는 번번히 문대성의 벽에 가로막혀 결국 태권도에서 정상에 서지 못 한 게 한이 됐다. 그런 참에 대학시절부터 선망하던 K-1에 발을 들였다. 기어이 정상을 밟고 말겠다는 의지도 반영됐다. “태권도가 K-1에서 통한다는 확신이 있었어요. K-1 선수들의 경기 모습을 볼 때마다 그들보다 더 멋지고 강력한 하이킥을 보여주고 싶다는 욕심이 들었습니다.”
태권도에서도 얼굴 상단 돌려차기가 주특기였던 그는 K-1에서도 이를 주특기로 삼을 작정이다. 그의 훈련을 6개월째 돕고 있는 육진수 팀맥스 관장은 “태권도에서 쓰지 않던 상체 근력과 펀치 기술을 기르는 게 보완 과제지만 킥은 당장 통할 것으로 본다. 그의 돌려차기가 턱에 들어간다면 일어설 선수는 누구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본적으로 헤비급 선수의 무대인 K-1은 외국인 선수들이 기준이 될 수 밖에 없다. 이 무대에서 통하고 있는 동양인 선수는 최홍만 , 무사시, 카오클라이 캔노르싱 등 체격과 기술에서 첨단을 달리는 소수에 불과하다. 박용수는 일단 2m, 110kg의 좋은 체격과 태권도라는 베이스, 강자를 두려워하지 않는 기질은 갖췄다. 나머지 기술과 경험은 앞으로 철저히 부딪히며 얻어야 할 것들이다.
최홍만이 씨름을 박차고 K-1에 뛰어들 때도 우려와 반대가 심했다. 하지만 그는 보란 듯이 해냈다. 박용수도 이미 태권도 관계자들과 그를 아끼는 팬들로부터 걱정을 사고 있다. 박용수도 이런 상황을 모르고 있지 않다. 하지만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극복하고 태권도의 강함을 천하에 알리겠다는 각오다.
박용수를 발탁한 소속사 티엔터테인먼트의 이학수 미디어 팀장은 “중경량급에는 K-1 MAX에는 임치빈, 이수환에 이어 복싱 세계챔프 최용수까지 우수한 재목이 발을 들이고 있지만 아직 헤비급 무대에는 최홍만을 제외하곤 세계적인 선수가 없다”며 “전통 무술인 태권도를 수련한 박용수가 K-1 정상급 선수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겠다”며 지원을 약속했다.
드디어 K-1이란 아수라장에 뛰어든 태권도. 어떤 전개가 펼쳐질지 이제부터 관심과 흥미를 갖고 지켜볼 일이다.
조용직 기자/ psygra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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