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토칼럼]아이키도인가, 합기도인가
![[무토칼럼]아이키도인가, 합기도인가](https://mookas.com/webzine_img0/con_img/news_image/060520_aiki1.jpg)
柔道를 유도라고 읽는 것처럼 合氣道는 합기도로 읽겠다

박성진 / 무토미디어 편집장
최근 국내에서 아이키도를 대표하는 단체가 협회 명칭을대한합기도회(大韓合氣道會)로 바꾸고 해당 협회에서 하는 무술의 이름을 기존에 사용하던 아이키도와 합기도라는 이름을 함께 사용하겠다고 밝혔다.柔道를 쥬도가 아닌 유도라고 읽는 것처럼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무술인 合氣道를 한국식 한자발음인 합기도로 읽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이다. 일견 맞는 말이다.
국내 상황을 배제하고 국제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한자인 合氣道의 저작권 내지 지적소유권은 일본 아이키도가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아이키도는 우에시바 모리헤이(植芝盛平)에 의해 만들어진 무술로, 1940년대 초반부터 合氣道라는 명칭을 사용하기 시작했고, 1950년대에 들어서는 독자적인 무술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스포츠화된 다른 무술들에서는 느낄 수 없는 독특한 무도철학에 기반해 일본에서는 물론 전세계적으로 많은 수련인구를 가지고 있는 일본을 대표하는 무술이다. 아이키도의 국제기구인 국제아이키도연맹(IJF)은 1984년에 이미 국제경기연맹총연합회(GAISF)에 가입이 되었을 만큼 아이키도는 세계적인 무술로서 인정받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의 합기도가 합기도라는 이름을 가지게 된 것은 다소 우연적이다. 한국 합기도의 시조인 최용술에 의해 야와라, 합기유술, 합기유권술 등으로 불리던 한국의 합기도는 어느 날 최용술의 한 제자가 아이키도 관련 서적을 가지고와서 "이것이 선생님이 하시는 무술입니까?"라고 묻자, "맞다, 이게 내가 하는 무술이다"라고 대답하여 책에 쓰여있는 合氣道를 읽어 합기도라고 정해졌다는 설이 유력하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合氣道라는 이름의 소유권은 일본 아이키도에 우선권이 있다고 볼 수 있다.
한국에서 부르는 합기도는 아이키도가 아닌 한국의 독자무술인 합기도(Hapkido)
그러나, 그것은 한자 合氣道를 Aikido라고 읽는 무술을 지칭할 때에 한정된다. 合氣道를 Hapkido라고 읽는 한국의 무술은 1950년대 이후 50여 년 이상의 역사적 실체를 가지고 있는 독자적인 무술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한국에서 합기도라고 부르는 무술은 일본의 아이키도를 지칭하는 것이 아닌, 1950년대부터 일본에서 유술을 배워온 최용술로부터 시작되어 다양한 분파를 가지고 있는 한국의 독자적인 무술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다시 말해 한국에서 합기도라고 부르는 무술은 아이키도와는 전혀 다른 무술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아이키도단체가 합기도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것이 불필요한 오해와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 아이키도 측에서는 단체의 명칭을 아이키도라고만 사용했을 때, 아이키도의 한자인 合氣道를 한국식 합기도로 읽는 단체가 생겨나서 혼란과 손해를 보는 경우가 있다는 것을 명칭 변경의 가장 큰 이유로 들었다. 그 혼란과 손해는 협회 등록, 대한체육회 가입 등 공적인 업무수행에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오히려 더 큰 혼란을 만들어 낼 수 있다. 한국 합기도가 대한체육회에 가맹이 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아이키도단체인 대한합기도회가 이 명칭으로 대한체육회에 가맹을 한다면, 한국에서 합기도로 표기되는 무술의 대표단체가 된다. 대한체육회에는 같은 이름의 무술에 두 개의 단체가 가맹될 수는 없기 때문에 한국 합기도 단체는 합기도라는 이름으로는 대한체육회에 추가로 가맹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대한체육회 가맹탈퇴규정 제5조 1항에서는 전국을 대표하는 당해 종목 유일의 경기단체나 체육단체일 것이라고 첫번째 가맹요건을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아이키도와 합기도가 전혀 다른 무술이고, 국내에서 합기도라는 무술이 분명하게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아이키도가 합기도라는 이름으로 한국에서 국가적인 공인을 받는다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않을 뿐더러, 실현될 가능성도 매우 희박하다.
아이키도라는 이름 사용이 대한체육회 가맹에 유리
만약, 국내 아이키도 측이 원하는 것이 대한체육회 가맹 등을 통한 국가적인 공인과 지원이라면 굳이 합기도라는 용어를 써가며 기존 국내 합기도와 불필요한 갈등을 야기시킬 필요가 없다. 그냥 아이키도라는 이름으로 대한체육회 가입을 시도하는 편이 훨씬 쉬울 것이다. 아이키도는 GAISF에 가맹이 되어 있으므로 대한체육회에 준회원으로 가입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현재 우슈를 대표하는 단체로 대한체육회에 가맹되어 있는 단체는 대한우슈협회(大韓武術協會)다. 우슈의 한자인 武術를 우리 식으로 읽으면 무술이 되지만, 무술에 전혀 문외한이 아닌 한 중국의 특정무술을 지칭하는 고유명사 우슈를 보통명사인 무술로 읽지는 않는다.
아이키도의 경우도 이와 마찬가지다. 우리가 아이키도라고 읽을 때는 일본의 특정무술을 지칭하는 것이고, 합기도라고 읽을 때는 한국의 특정무술을 지칭하는 것이다.
만약, 한국에 합기도라는 특정 무술이 없다면, 아이키도를 합기도로 읽어도 무방하다. 예를 들어, 가라데의 경우 空手道를 공수도로 표기해도 무리가 없는 것은 한국에 별도의 공수도라는 무술이 없고, 공수도라는 것이 일본의 가라데를 지칭한다는 것이 명백하기 때문이다.
분명한 한국무술로서 합기도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아이키도를 합기도로 읽는 것은 한국 아이키도의 정체성에까지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 이미 이와 비슷한 경우를 우리는 국제연맹 합기회에서 찾을 수 있다.
한국의 아이키도가 올바르게 발전하기 위해서는 합기도라는 명칭표기를 포기하고, 아이키도라는 이름으로 국내에서 그 동안 해왔던 것처럼 수련과 활동을 하는 것이 바람직한 일이라는 것을 분명하게 알아야 한다.
댓글 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