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투기 한일전 본격화, K-1칸 vs 슛복싱
한일 전면대항전 분위기 고조

한국 대표 임치빈(오른쪽)과 일 슛복싱 최강자 오가타 켄이치의 경기 장면
日 슛복싱 선수 이치로 ‘30년 망언’ 패러디 도발로 관심 고조
한국 입식타격기대회 ‘K-1 파이팅네트워크 칸’이 일본의 중견 입식타격기단체 슛복싱과 ‘한일 전면대항전’ 시리즈를 추진하고 있다.
축구, 야구 등 메이저스포츠에서도 한일전은 한일 양국의 관심사가 되는 주요 흥행 소재. 격투기도 이제까지 간헐적으로 마련해 온 한일 대결을 정례화 해 본격적인 흥행 구도로 취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근 국내 정상급 선수들의 잇따른 일 슛복싱 원정 출전이 이런 구도의 탄탄한 밑그림이 되고 있다.
특히 지난 25일 일본 도쿄 코라쿠엔홀에서 열렸던 ‘슛복싱 2006 네오 오르트로스 시리즈 2nd’는 본격적인 한일대항전이 팬들의 관심을 모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실히 보여준 대회였다. 대회를 앞두고 일 슛복싱 측 선수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이치로의 ‘30년 망언’을 패러디 하며 한국을 도발하자 한국은 ‘지면 현해탄을 헤엄 쳐 귀국하겠다’며 맞받아쳤다. 이런 설전이 양국 매체를 통해 퍼지면서 대회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졌다.
K-1 파이팅네트워크 칸의 주선으로 이 대회에서 김판수, 김연종의 트레이너로 출장했던 공선택 관장은 “둘 다 지긴 했지만 관중석에서 반응이 엄청났다. 김연종의 경우 오가타에게 코너에서 펀치 연타를 맞고 나서도 언제 맞았냐는 듯 반격에 나섰더니 관중석에서 기립을 하고 환성을 지르더라”며 “슛복싱 측에서 경기 내용과 관중 반응에 크게 만족감을 표시했다”고 말했다.
K-1 파이팅네트워크 칸 측은 지난 해부터 일 슛복싱 측에 국내 선수를 파견해 왔다. 국내 최강 임치빈이 두 차례, 정백호가 한 차례 경기에 나섰다. 먼저 7월 임치빈이 슛복싱 절대강자 오가타 켄이치를 잡으며 선제공격을 날렸고, 이어 9월에는 슛복싱 2인자 시시도 히로키가 임치빈의 발목을 잡으며 ‘멍군’을 불렀다. 올해 들어서 지난 2월 칸 대회에서는 슛복싱 세계챔프이자 K-1 MAX 챔프인 앤디 사워가 등장해 김판수를 판정으로 눌렀다. 이후 김판수의 슛복싱 출전은 필연적인 수순이었다.
단편성 벗어난 장기적 한일 대결구도 조성
이처럼 양국 대회를 오가며 한일전이 연속 편성된 것이 ‘한일 전면전’이란 구도가 구체적으로 부상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낸 것이다. 공선택 관장은 “그 동안 치러진 경기들이 다음 시나리오로 이어질 수 있는 소재가 되고 있다”며 “한일 대항전이 슬슬 본 궤도에 오르고 있다는 게 현장 분위기”라고 전했다.
사실 ‘싸움’이란 이미지를 어느 정도 가진 격투기에 한일전은 써먹기 좋은 흥행 요소. 하지만 대부분 시나리오가 이어지지 않는 단편성 이벤트에서 머물렀다. 이는 한일 양국의 격투기 실력 차가 워낙 컸던 게 주요한 이유 중 하나였다. 팽팽한 긴장감이 있어야 할 경기가 일방적으로 끝나버리거나, 일본에서 B급 이하의 선수를 데려다 경기 수준 자체를 인위적으로 떨어뜨려야 했다. 이러니 재미있어야 할 한일전이 오히려 재미 없는 경기가 되기 일쑤였다.
하지만 근래 들어 한국 격투기 선수들의 기량이 크게 향상된 데다 정상급 선수들을 아우를 수 있는 대회인 K-1 파이팅네트워크 칸이 생겨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일본 정상급 선수들과도 해 볼 만 한 한국 선수들을 계속 링에 올릴 수 있게 됐다. 한일전 카드의 본 매력을 그대로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고 있다.
공선택 관장은 “한국은 임치빈, 김판수, 김연종이 모두 패했다. 이제 갚아줄 차례”라며 5월 개최 예정인 슛복싱 차기 대회에 박력만점의 투지를 보인 김연종을 재투입하는 한편 ‘무에타이 슈퍼코리안’ 신비 태웅(27, 태국)도 출전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용직 기자/ psygra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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