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토논단] 여성호신술의 문제점과 현실적 대안
현재의 여성호신술, 정말 실제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을까.

성주환(인천공항 경찰대)
- 여성호신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현재의 일반적인 여성호신술이 과연 실제의 위기상황에서 유용한가에 대한 성주환씨의 글을 게재합니다. 성주환씨는 경찰대를 졸업하고 현재 인천공항 경찰대에서 근무하고 있는 현직 경찰관으로 2005년 개정 경찰호신체포술 개선위원으로 경찰호신체포술 지도자격을 갖추고 있습니다. 아이키도, 합기도, 태권도, 유도 등 여러 무술에 대한 이론과 실제에서 모두 깊이있는 식견을 갖춘 무술전문가이며 특히 아이키도 전문사이트(aikidokr.net)의 운영자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편집부 주)여성호신술의 문제점과 현실적 대안
근래 언론에서 성폭력 관련 보도가 자주 나오면서, 여성의 신체 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에 부응하여 여성호신술 강좌 및 호신장구 판매도 늘고 있다는 기사도 자주 접하게 되는데, 이에 대해 호신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는 현직 경찰관으로서 그에 대한 의견을 풀어보고자 한다.
보통 사람들이 갖고 있는 호신의 이미지는 영화 속의 액션스타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현실은 영화가 아니며, 본인이 경찰관으로서 접하는 현실의 폭력은 호쾌한 액션과는 거리가 너무나도 먼 축축하고 기분 나쁜, 동물적 본능의 충돌에 다름 아니다.
또한 영화 속의 정당방위라는 것은 법치사회에서는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만큼이나 어렵다. 누가 먼저 시작을 하였든지 간에 폭력을 행사한 양측 모두 그러한 상황을 만든 법률적 책임을 지는 것이 현실이다. 게다가 통제되지 않은 위험회피본능의 발현은 역으로 과잉방어를 하게 될 위험이 따른다.
여성에게 있어 적합한 호신술이란 것은 어떠한 것인가를 살펴보려면, 우선 여성이 처하게 되는 상황의 특성을 살펴보아야 한다.
여성이 처하게 되는 상황의 특수성에 대한 이해 필요

"여성에 대한 폭력은 계획적인 경우가 많아"(편집부)
남성과 남성 사이에 이루어지는 폭력이 (주로 알콜을 수반한)우발적 시비로 인한 게 많은 반면, 남성이 여성에게 행하는 성폭력은 계획적 기습이 다수를 점한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다시 말하면, 여성에게 가해지는 폭력은 느닷없는 돌발상황으로 인해 통제받는 피해자와 계획에 의거하여 통제하고 있는 가해자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는 다큐멘터리에서 흔히 보는 육식동물(포식자)가 초식동물(피식자)를 사냥하는 광경을 상상하면 쉽게 이해되리라 본다.인간은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자신이 배우고 경험한 바를 바탕으로 자신의 다음 행동을 결정하는 패턴화된 동물이다. 거꾸로 말하면 자신이 전혀 경험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할 때, 그에 대한 판단과 다음 행동을 결정 하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됨에 따라 패닉 상태에 빠져, 결과적으로 즉시 적절한 대처를 못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영국의 한 연구에 따르면, 아무런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갑작스레 발생한 위험을 본능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은, 연습을 하지 않은 보통 사람의 경우 100명 중 10명이 채 되지 않는다고 한다.
방송, 인쇄 매체에서 소개되는 호신술은 대부분 A상황에서는 A기술, B상황에서는 B기술 하는 식으로 나열하는 경우가 많고 이러한 기술만 익히면 여성의 안전이 보장된다고 주장하는 식인데, 경찰관의 입장에서 볼 때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 계획에 의거한 습격자는 남성으로서도 그리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다. 상식적으로도 묘령의 여성이 갑작스럽게 기습하는 남성을 간단히 제압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유도시합을 보아서도 알 수 있듯이, 사람을 던진다는 것은 간단한 게 아니다. 도장에서 쉽게 던질 수 있는 것은 상호연습이란 그 나름의 전제조건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예를 들어 모 유파의 여성호신술 연무를 보고 있자면 이런 점을 무시한 채 영화와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게 아닌가 의심스러울 정도이다. 부끄러운 이야기이지만, 심지어 경찰이 보이는 체포술 연무에서도 이런 낯뜨거운 광경을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주 볼 수 있었다.
어설픈 급소공격은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

이런식의 공격이 과연 실제로 가능할 수 있을까(편집부)
일반적인 호신술 강좌를 살펴 보면, 앞에서 껴안았을 때는 무릎으로 낭심차기, 뒤에서 껴안았을 때는 업어치기나 발등 밟기, 무기를 든 상대에게 핸드백 휘두르기 등을 지도하고 있는데, 인체의 급소는 실제로는 그리 쉽게 맞출 수 있는 것이 아닌 데다가, 아드레날린이 분출되고 있는 습격자는 이러한 아픔을 예상 외로 잘 느끼지 못하며 오히려 더욱 공격적으로 만들 위험이 있다.또한 상대가 무기를 가졌을 경우는 무술고단자라도 쉽게 처리하기는 힘들다. 이런 경우 일반인으로서는 상대의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리고 그 자리를 회피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필자는 소위 무술인이라는 자존심을 세우기 위해 섣부르게 대응하였다가 오히려 큰 피해를 입는 경우를 수없이 보아왔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행해지는 도장에서의 수련이 무조건적으로 자기방어능력을 높여준다고만 볼 수는 없는 것이다. 도장의 수련과 전문적 호신술 교육은 다른 기준에서 보아야 한다. 이 점을 간과한 호신술 지도자들의 경우 단순히 도장의 커리큘럼을 그대로 옮겨놓는 경우가 많은 듯 하다.
호신술에 대한 대안으로 스프레이나 가스총, 전기충격기 등의 호신장구를 소지하는 걸 권장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 또한 절대적 해답이 될 수 없다. 습격을 당했을 때 즉시 호신장구를 사용할 여유를 확보하여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충족되어야만 하는 것이다. 상대는 내가 품 속에서 장구를 사용할 틈을 주지도 않거니와, 장구를 사용하더라도 적절히 사용할 여유를 가져야 한다.
필자가 알고 있는 사건 중에는, 습격자에게 분사하려던 스프레이를 거꾸로 자신에게 분사하여 피해가 가중된 경우도 있다. 이런 일을 막기 위해 해외에서는 호신장구 구입시 일정기간 강의에 참석하여 사용방법을 익히도록 하는데 반해, 국내에는 이러한 제도적 장치가 없거나 있더라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처럼 일반적인 호신술과 호신장구는 어느 쪽이든 절대적인 정답이라 보기 힘들다.
그렇다면 실제적인 여성호신술로서의 대안은 무엇인가?
그렇다면 여성의 호신술 지도에 있어 가장 중점을 두어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바로 실질적 시뮬레이션의 반복을 통한 위험 대처능력의 강화와 위험을 사전에 인지하는 감수성(육감)의 배양이다.
(1) 우선은 안전을 보장한 상태에서 상정한 각종 위험상황을 경험하도록 하여 익숙하게 만들고,
(2) 여성 개개인에 맞춘 퍼스널 스페이스(간합, 間合)를 몸에 익히도록 한 뒤 이를 침범하는 위험상황을 미리 느끼고 판단하고 회피하는 방법을 중점적으로 지도하고,
(3) 신체의 접촉을 수반하는 기술은 최후의 보험으로서 지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1)번의 위험상황의 경우, 그 상황이 이루어지기 직전, 그러니까 위험성이 0 에서 점차 증가하여 실질적인 위험이 발생하는 경우까지의 다양한 단계를 아울러야 한다. 대부분의 호신술 강좌를 보면 위 (1)-(2)-(3) 단계에서 (1)번은 그저 공격이 이루어진 순간(위험성100의 경우)만을 상정하고 있으며, (2)번은 아예 빠져있고, (3)번만을 중점적으로 지도하면서 그것만이 전부인 것처럼 하는 맹점이 있다.
위에서 언급한 초식동물을 보자면, 평소 자신의 퍼스널 스페이스를 잘 인지하고 주변상황에 주의를 기울여 위험한 곳을 피하며 위험이 감지될 경우 즉시 피하는 개체가 살아남는다. 육식동물에게 포식당하는 것은 대부분 이를 소홀히 하는 늙고 병약한 개체들이다. 이를 여성을 위한 호신술에도 그대로 적용한다고 보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바른 자세로 빈틈 없이 당당하게 행동하며, 자신의 거주지에 대한 안전점검을 일상화하고, 위험이 될 만한 상황이나 장소는 미리 피하며, 위험이 느껴질 경우 논리적 파악보다는 우선 그 자리를 피하는 것을 우선해야 한다. 대다수의 기습은 만만해 보이는 상대에게 실행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접적인 위험에 처하였을 시에는, 냉정하게 들리겠지만 판단은 자기자신이 하여야 하며, 신체의 안전은 그 판단이 결과적으로 옳았는가, 아닌가의 차이일 뿐이다. 위험에 처해버린 이상 자신 이외의 그 누구도 책임져주지 않는다. 호신술을 익히길 원하는 여성이 강좌 또는 도장을 선택하여야 할 경우, 위와 같은 견지를 바탕으로 한 커리큘럼을 갖고 있는지의 여부를 판별기준으로 삼기를 당부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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