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토칼럼] 문동후 총장의 딜레마
"늑대들의 소굴에서는 호랑이가 되지 않으면 늑대들을 부릴 수 없다"
박성진 기자 / 무토미디어 편집장
세계태권도연맹(WTF)의 국제심판관련비리 사건의 추이가 태권도계 초미의 관심사다. 왜 이 사건이 일어났는지, 어떻게 진행이 되고 있는지, 결말이 어떻게 날 것인지에 따라 태권도계를 넘어 국내 스포츠계의 주요뉴스로 부각될 가능성도 크다.이번 일을 통해 WTF, 나아가 태권도계의 큰 부분에서 시시비비가 명명백백하게 가려져 태권도 발전이라는 대의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경찰수사가 터졌다고 비관만 할 일은 아니다. 작은 희망이라도 잃지 말고, 경찰의 수사를 차분히 기다려 볼 일이다.
그런데 결말이 어떻게 나건 간에, 핵심적인 문제들은 이미 어느 정도는 드러난 상태라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문제의 핵심은 WTF가 고질적으로 가지고 있는 조직 내 갈등이 점입가경으로 드러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 문동후 사무총장이 있다.
이번 사건의 발단을 제공한 그룹은 지난해 12월 말에 있었던 세계태권도경영자총연합회 시위사건의 배후와는 또 다른 그룹으로 알려졌다. 둘의 공통점은 이들의 궁극적인 목표가 문동후 사무총장이라는 것이다.
사무총장이라는 자리는 모든 업무의 최고결정위치에서 사무처를 총괄하고 조직을 진두지휘해야 하는 자리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작금의 상황으로 볼 때, 문동후 총장의 WTF 사무처에 대한 장악력은 대단히 부족하다는 평가를 내리지 않을 수 없다.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그 일차적인 책임이 문동후 총장 본인에게 있음을 우리는 또 냉정하게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문동후는 어떤 사람인가

문동후 WTF 사무총장
문동후 총장은 서울법대와 행정고시 출신의 전형적인 엘리트 관료로서 총무처를 중심으로 30여 년간 공직생활을 하며 차관급까지 올랐고, 스포츠 행정 분야에서는 국내에서 첫손에 꼽히는 행정전문가로 정평이 나있다. 특히 2000년 말부터는 2002월드컵 조직위원회 사무총장을 맡아 온 국민들을 월드컵 열기에 타오르게 하는데 막후 연출자로서 공헌했고, 월드컵이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는데 일등공신의 한 사람으로 인정받고 있다.이러한 화려한 경력을 가진 문동후 총장이 그 규모나 인지도 면에서 한참 떨어지는 태권도계에 와서는 그야말로 죽을 쑤고 있는 형편인 것이다. 그 이유는 또 무엇인가.
문동후 총장은 2004년 10월, 처음 WTF에 발을 디딜 때부터 비태권도인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비태권도인이 WTF의 사무총장을 맡아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보아, 비태권도인이라는 문 총장의 아킬레스 건은 치명적인 약점으로 드러났다. 그러므로, 문동후 총장이 비태권도인이어서, 세계태권도연맹의 사무총장으로 업무를 수행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비판은 일면 타당하다.
그러나 여기서 분명히 짚고 넘어갈 것은 결과적으로 문 총장이 비태권도인이어서 업무추진에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를 같은 논리로 비판해왔던 문동후 비토세력에게는 비판의 정당성이 없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바로 그들이 문 총장의 발목을 잡아온 세력들이기 때문이다. 공허한 태권도를 위한다는 말을 내세워 WTF가 국제조직(IF)으로서 자리잡는 데 앞장서서 방해를 해온 세력들이기 때문이다.
문동후 총장은 태권도계를 너무 몰랐다. 그리고 어쩌면 지금도 태권도계를 아직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문 총장은 그가 30여 년간 있었던 공간과 태권도계의 차이를 알지 못했다. 정해진 밥그릇에 따라 밥을 먹고 주어진 일을 하는 공무원들과, 정해진 밥그릇이 따로 없기에 항상 으르렁 거리며 남의 밥그릇까지 노리고 싸워야 하는 태권도계 일부 인사들의 차이점을 문동후 총장은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문 총장에게 태권도는 축구나 야구나 유도라는 고유명사에 다름 아니다. 문 총장이 관심있는 것은 축구 자체가 아니었고, 현재도 태권도 자체가 아니다. 문 총장은 스포츠 거버넌스(sports governance)에 대한 경험과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스포츠 행정전문가일 뿐이다. 그러므로 태권도인들은 문 총장에게 태권도를 배우라고 요구할 것이 아니라, 태권도에 제대로 된 행정 시스템을 도입해서 국제 스포츠로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라고 요구해야 하는 것이다. 문 총장은 모셔야 할 상사가 아니라, 비싼 연봉을 주고 태권도를 위해 일을 하라고 스카우트해온 고급 인력일 뿐이다. 그가 태권도인들 위에 군림하는 윗사람이라고 생각해서는 결코 안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불행한 사실은 우리 태권도계는 이런 스포츠 행정전문가를 제대로 활용할 능력도, 자격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 또는 내 선배, 우리 식구가 앉아있어야 할 자리에 어디서 이상한 사람이 와서 앉아있다는 것이 불쾌한 것이다. 이러한 인식이 퍼져있는 상황에서 태권도가 국제스포츠조직으로 발전한다면 오히려 그것이 놀라운 일이다.
본인이 인정을 하건 하지 않건, 문 총장은 현재 가장 큰 시험대에 올라있다. 그에게는 어쩌면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 자신이 없다면 진작에 포기하고 내려오는 것이 모양새가 좋을 수도 있다. 그것도 아니라면, 웃통은 벗어넣고 난투극도 불사할 각오를 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소시적 강스파이크를 내리꽂던 실력을 발휘해야 할 일이 생길 지도 모른다.
문 총장은 분명하게 알아야 한다. 태권도계는 순한 양들의 세계가 아니라는 것을. 양을 치는 데는 선한 목동과 세퍼드 한마리면 충분하지만, 늑대들의 소굴에서는 호랑이가 되지 않으면 늑대들을 부릴 수 없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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