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사람이 아니라 시스템이다
시스템 구축돼야 조직 건강성 담보
새 천년이 시작된 5-6년 전, 태권도계의 키워드(Key word)는 부패 척결과 개혁이었다.
개혁 성향의 태권도인들은 “부정, 비리, 부패가 만연되어 있는 태권도계의 부조리를 근절해야 태권도의 미래가 있다”고 부르짖었다. 개혁파를 대변하던 한 교수는 “조직의 힘이 한 곳에 집중되어 있으면 자연히 부조리가 발생하기 마련”이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새로운 감시-견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 당시 제도권은 옳고 그름이 어떤 원칙과 기준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권좌에 있는 소수 특정인의 주관적인 생각과 독단에 의해 결정되다 보니 각종 비리가 생기고 원칙없는 인사(人事)가 이뤄졌다. 따라서 개혁파들이 역점에 둔 것은 ‘김운용’이라는 특정 인물의 인치(人治)에서 벗어나고 권력의 핵심에 있던 지도층 인사들의 독선과 전횡을 막는 것이었다. 태권도 발전을 저해하는 불합리한 행정 관행과 비민주적 요소가 여기에서 비롯됐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그 후 세월이 흘러 세계태권도연맹, 국기원, 대한태권도협회 등 3대 기구의 수장(首長)이 바뀌고 조직의 핵심 구성원들도 어느 정도 교체가 됐다. 그러나 태권도 발전을 가로 막는 구태는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제도권을 감시하는 언론과 여론의 힘이 커지고 변화를 꾀하려는 일부 제도권 인사들의 노력으로 비리와 부패는 눈에 띄게 사라졌지만, 아직도 사람 중심의 행정 관행이 영향력을 행사하다 보니 불합리하고 후진적인 요소가 남아 있다.
또 조직 구성원 간의 알력과 갈등이 업무의 혼선을 부채질하고, 애써 구축해 놓은 시스템을 무력화시키기도 한다.
이처럼 구태의연한 관행이 여전한 것은 질서있고 합리적인 조직체계, 즉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직을 구성하는 사람만 일부 바뀌었을 뿐 행정과 관련된 업무를 제도화하고 이것을 일관성있게 적용하려는 노력이 미흡하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제 태권도 제도권도 ‘사람이 아니라 시스템이 기능하는 사회’가 돼야 한다. 그래야만이 조직이 건강해지고, 각종 정책을 투명하고 합리적이며 일관성있게 추진할 수 있다. 다행스럽게도 지난 2003년 국기원에 기획조정실이 신설되면서 행정 시스템을 단계별로 제도화하고 있고, 세계태권도연맹과 대한태권도협회도 시스템 구축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문제는 시스템이 구축됐다고 해도 이를 운용하는 사람들이 바르게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제도권의 한 인사는 “태권도계는 사람과 사람 간의 조직이다 보니 많은 폐단이 발생했다”며 “현재 태권도계는 시스템으로 가는 하나의 과도기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건강한 생명력이 넘치는 조직이 되기 위해선 질서있게 잘 짜여진 시스템이 구축돼야 하고, 이 시스템이 그대로 적용돼야 한다.
시스템이 구축되면 폐쇄성보다는 개방성, 당파성보다는 보편성, 모호성보다는 투명성이 확보돼 ‘정도(正道) 행정’을 펼치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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