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기에 대한 맹세'논란, 도장에서는?

"하나의 무도예법으로 이해해야" 중론

"민족주의 이데올로기 파시즘 잔재" 시각도
"나는 자랑스러운 태극기 앞에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을 다할 것을 굳게 다짐합니다."
최근 들어 사회 일각에서 ‘국기에 대한 맹세’를 없애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일선 도장에서 관행처럼 행해지고 있는 ‘국기에 대한 경례’도 재검토돼야 한다는 여론이 조심스럽게 일고 있다. 진보 성향의 학자들은 ‘국기에 대한 맹세’에 대해 “일제 시대 천황에 대한 충성 구호로 출발해 박정희 정권 시절 반공 구호로 이어진 군국주의 파시즘의 잔재”라며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국기를 사용해 무조건적인 애국심을 고취하려고 하는 구시대적 발상이라는 것이다.
현재 일선 도장에서는 수련생들이 태권도를 수련하기 전에 하나의 예식(禮式) 차원에서 왼쪽 가슴에 손을 얹고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한다. 이런 행위에 대해 구효송 영산대 교수는 2001년에 발표한 연구 논문에서 “태권도계가 국가 기관이라면 몰라도 그렇지 않은 바에는 국기에 대한 경례는 더 이상 설득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구 교수는 민족주의 이데올로기가 태권도에도 적용돼 도장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지 않으면 뭔가 불경죄를 저지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며 이같이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구 교수의 이같은 주장은 최근 불거지고 있는 ‘국기에 대한 맹세 폐지론’과 맞물려 태권도계에서도 한번쯤 생각해 볼만하다는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사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국기에 대한 맹세 폐지론’과 태권도장에서 행해지고 있는 ‘국기에 대한 경례’는 그 개념과 성격이 다르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경명 동아대 교수는 “태권도는 자기 수양을 기초로 삼기 때문에 국가(국기)에 대해 경배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며 “이것을 이데올로기나 파시즘의 잔재로 해석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일축했다. 또 오노균 충청대학 교수는 “국기에 대한 경례는 도(道)를 수련하기 전에 국가에 대한 일종의 예의로 보면 된다. 애국심과 인본교육의 발로(發露)”라고 말했고, 이종천 대한태권도협회 도장연구위원회 간사는 “예전부터 해오고 것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지만, 국기에 대한 경례를 왜 해야만 하는지 교육적으로 수련생들을 이해시키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김영선 연세대 대표강사는 “일주일에 한번 정도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한다. 그것을 파시즘의 잔재라는 식으로 몰아가는 것은 도를 넘어선 것”이라고 지적했다.
도장에서의 ‘국기에 대한 경례’ 행위에 대해 무도 전문가인 허건식 박사(소마연구소장)는 “일본 무도의 영향 때문”이라고 접근했다. 허 박사는 “현재 태권도장에서 행해지는 대부분의 의식(예법)은 일본 무도의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라며 일본 무도의 도장삼례(道場三禮) 원칙을 거론했다. “일본 무도의 예법은 철저하게 유교적”이라고 말하는 그는 국가(국기)에 대한 예의, 둘째 사범에 대한 예의, 셋째 상호 간의 예의인 일본 무도의 예법(규범)이 그대로 태권도에 이식돼 ‘국기에 대한 경례’가 자연스럽게 행해진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런 행위가 무도를 수련하는 과정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게 그의 입장이다.
이런 여론을 종합해 보면 ‘국기에 대한 경례’가 군국주의 이데올로기의 산물이고, 파시즘의 잔재이기 때문에 할 필요가 없다는 논리는 태권도계에서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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