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F, 전자호구 표준스펙 공개
경기운영, 기계적 안전성, 디자인…3가지 부문, 총 42페이지 분량…지난달 신청업체들에게 통보

전자호구 공인의 최대 핵심사항으로 태권도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전자호구 표준 스펙이 드디어 공개됐다. 세계태권도연맹은 지난달 30일 전자호구 공인을 희망하는 업체들에게 공인절차에 따른 세부일정과 함께 표준 스펙을 통보했다.
전자호구 표준 스펙은 지난해 체육과학연구원이 연구 개발하고 세계연맹 전자호구특별위원회의 검토를 거친 것이다. 세계연맹은 전자호구 기준을 설정하기 위해 지난해 9월 23일 체육과학연구원과 계약을 체결했고 체육과학연구원은 약 2개월간의 연구과정을 거쳐 지난해 11월 최종 보고서를 마련했다.
세계연맹이 공개한 전자호구 표준 스펙은 △경기운영적인 규칙(무선규칙포함) △전자호구의 전기 및 기계적 안전에 관한 규격 △태권도 전자호구의 디자인 및 크기 등 3가지 부문으로 나뉘어져 총 42 페이지 분량으로 돼 있다.
‘경기운영적인 규칙’은 센서의 작용범위를 비롯해 전원의 지속성, 연타에 대한 반응도, 정보 데이터 저장 등의 내용들을 담고 있다.‘전자호구의 전기 및 기계적 안전에 관한 규격’은 전기장치의 온도, 외부압력의 손상정도, 액체침입보호 등 인체에 해를 입힐 수 있는 요소들을 배제하기 위한 사항이 주를 이루고 있다. 전자파에 대한 안전사항은 2000년도 정보통신부에서 고시한 전자파 흡수율의 측정기준을 시험절차로 제시하고 있다.
‘태권도 전자호구의 디자인 및 크기’에서는 머리 보호대와 몸통 보호대의 크기, 재질, 치수에서 색상에 이르기까지 보호대 규격을 표와 그림을 삽입해 설명하고 있다. 특히 치수와 관련된 사항은 머리 보호대는 4단계, 몸통 보호대는 6단계로 구분, 보호대 치수를 상세하게 수치로 표시했다. 이 부분의 내용들은 센서부분을 제외하면 일반호구에도 적용이 가능해 보호대에 정확한 규격이 없어 발생했던 문제점들을 일정 부분 해소시킬 수 있을 전망이다. 공개된 전자호구 표준 스펙을 면밀히 분석해보면 전자호구 공인에서 어떤 부분들이 쟁점사항으로 작용할 것인지 짐작할 수 있다.
박수남 세계연맹 전자호구특별위원회 위원장은“표준 스펙에 부합하는 전자호구 제품이 개발돼야만 공인을 받을 수 있다”며“특별위원회에서도 필드테스트 등 철저한 검증작업을 진행해 전자호구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14일 공인을 원하는 전자호구 업체들 신청이 마감됨에 따라 개발업체 접수 현황을 검증기관인 체육과학연구원에 통보하는 오는 17일 공인신청 업체의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전자호구 표준스펙 핵심사항과 향후 과제
- 머리, 몸통 득점 부분에만 센스 부착해야
지난달 30일 세계태권도연맹이 체육과학연구원에서 연구개발하고 세계연맹 전자호구특별위원회에서 검토한 전자호구 표준스펙을 공개했다.
표준스펙에 담고 있는 내용들을 면밀히 분석해보면 전자호구의 제작 기본방향에서부터 제품의 기술력이 드러날 수 있는 부분까지 개괄적인 사항들을 미리 짚어볼 수 있다.
또한 지난해 7월 20일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에서 열렸던 세계연맹 전자호구 시연회에서 전자호구를 제시했던 3개 업체의 제품(Lajust, ATM, Truescore)을 부분적으로 비교할 수도 있다.
- 표준스펙으로 본 전자호구의 방향
전자호구 제작의 기본방향 중 가장 눈여겨볼 부분은 세계연맹의 경기규정에서 득점으로 인정되는 부위에만 센싱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표준스펙의 내용에는 전자호구가 모든 타격에 대해 분별력을 갗추도록 요구되고 있다. 유효득점 부위만 센싱해야 하고 손과 발의 공격을 구분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춰야 할 것, 선수들끼리 껴안았을 때, 자기 자신이 호구를 가격했을 때, 호구를 바닥에 던질 때, 스치는 공격 등에 대해서는 유효 득점으로 인정되지 않도록 할 것 등이 명기돼 있다.
또 추가 사항으로 손기술인 메주먹, 손날치기, 관수찌르기, 손등, 손바닥 및 팔꿈치 등으로 공격했을 때 점수가 들어가서는 안 되고, 발기술의 경우에도 무릎, 정강이 부위로 가격했을 경우 점수가 인정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는 전자호구에 불필요한 센서의 부착을 자제시키고 득점으로 인정되는 부위에만 센서를 부착케 한다는 기본원칙을 알 수 있다. 또한 몸통보호대는 물론 머리보호대(헤드기어)에도 센싱을 해야한다는 것도 표준스펙에서 주목할 부분이다.
지난해 7월 20일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에서 열렸던 세계연맹 전자호구 시연회 당시 한 업체를 제외한 나머지 두 업체는 머리보호대에 센싱을 하지 않았었다. 두 업체 모두 얼굴부분은 심판이 판정하도록 해야 하기 때문에 머리보호대에 센서를 부착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에 공개된 표준스펙의 내용을 보면 머리보호대와 몸통보호대는 무선으로 연결할 것, 몸통보호대는 머리보호대에서 센싱된 데이터를 취합해 컴퓨터와 통신할 것 등 머리보호대에도 센서를 부착해야 한다는 것을 명시하고 있다.
이밖에도 전자호구 제작의 기본방향은 자동의 득점방식을 유지하면서 수동의 득점방식도 병행할 수 있는 두 가지 형태를 갖춰야 한다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센서가 유효득점만 표출하도록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전자호구에 추가적으로 외부 입력(예, 심판에 의한 득점 인정)에 의한 득점이 인정될 수 있는 수동 시스템을 병용한다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완벽한 전자동시스템보다는 자동과 수동을 겸용할 수 있는 전자호구 시스템을 추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공인과정에 따른 향후 과제
전자호구 공인에 따른 향후 과제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많이 대두될 사항은 전파에 대한 부분이다.
조정원 세계연맹 총재 역시 지난해 국내에서 개최한 초청강연 등에서 전자호구에 대해 전파방해, 전자파 유해성 유무가 전자호구 도입에 선결되어야 할 과제라는 의견을 피력했었다.
그러나 표준스펙 내용에서 전파에 대한 부분은 비교적 간략하게 설명돼 있어 정확한 내용을 알 수 없다.
표준스펙의 구성이 구체적인 세부사항보다는 개괄적인 내용들로만 구성됐다는 점에서 전파에 대한 부분이 생략됐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전자호구 표준스펙을 담당한 한 연구원은 “표준스펙은 전자호구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틀일 뿐”이라며“그 동안 연구하고 논의된 자료는 많지만 일종의 전자호구에 대한 헌법인 만큼 전파와 충격량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을 포함시키지 않아 세부적인 사항은 앞으로 추가적으로 제시할 것”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경기와 선수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전파관련 부분은 추가적인 검증작업이 필요할 것이며, 전파에 관련된 부분을 만족시키는 업체가 공인과정에 우선순위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전자호구특별위원회 위원들이 지난해 7월 20일 전자호구 시연회를 보고 평가한 자료에는 3개 업체 제품 모두 득점 표출이 정확하지 않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연타에 의한 득점 표출, 충격량에 따른 득점강도 측정, 다양한 각도에서 이뤄지는 기술의 표출 유무 등을 재검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전자호구 공인과정에 따른 또 다른 과제는 업체들의 과열경쟁을 조절하는 문제이다. 전자호구 공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한 업체는 세계연맹에 전자호구 공인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증명을 보낸 상태다. 내용증명에 담고 있는 내용이 자세히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업체 관계자의 말에 의하면 특정업체를 지원해주기 위해 세계연맹이 공인 시일을 늦추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 업체 관계자는“세계연맹이 지난해 7월과 12월에 결정한다던 전자호구 공인을 지연시키는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며“특정업체를 지원하기 위해 우리 업체의 기술을 공개한 뒤 다른 업체들에게 보완할 수 있는 시간을 부여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체육과학연구원의 한 연구원은 “세계연맹과 체육과학연구원이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는 전자호구 공인과 검증과정에서 특정업체에게 특혜를 부여할 수 있는 사항은 없다”며 “오는 3월까지 3개월 동안 업체들에게 부여한 시간은 검증작업에 필요한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요구되는 시간이다”라고 일축했다.
이와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업체는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는 상태다. 일각에서는 전자호구 공인과정에 따른 문제 제기가 자칫 전자호구 도입자체를 무산시키는 사태로 확산될까봐 우려하고 있다. 따라서 세계연맹은 업체들의 입장을 고려해 업체들이 제기하고 있는 문제점들에 대한 명확한 답변과 일관된 추진계획으로 전자호구 도입 사업이 원만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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