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투기계 쓰바(SSBA) 캐릭터 최영을 말한다
"착한 척 파이터, 됐거든?"

적당주의 파이터에서 악동 파이터로?
연초부터 여기저기 ‘쌍시옷’ 발음이 들려온다. 이른 바 ‘쓰바(SSBA)’ 마케팅이 청장년층을 대상으로 거세게 유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소리를 연상시키는 이 것의 정체는 체면, 도덕경, 착한 아이 콤플렉스, 관습 등 기존 가치나 관념에 대해 냉소와 재미로 반항하는 별종 마케팅 기법이다.네티즌들의 성향과도 닮은 이 마케팅은 심술 고약한 백설공주, 덜 떨어진 왕자 등 고약하면서도 귀여운 캐릭터들을 양산하고 있다. 지속적인 붐을 타며 이제는 문화현상으로까지 인식되고 있는 국내 격투기에도 마침 이런 이미지와 꼭 들어맞는 선수가 있다. 국내 메이저대회 스피릿MC 미들급 준우승자인 ‘대강주의 파이터’ 최영(28, 진무관가라데)이다.
그는 링 위에 서면 호명되기 전까지 캔버스에 벌렁 누워 버린다. 남들이 가드를 올리고 있을 때 그는 쿵푸 동작 같은 포즈로 상대 선수를 현혹한다. 카메라를 갖다 대면 다른 파이터들이 양 손으로 싸울 준비를 하는 소위 ‘파이팅 포즈’를 취할 때 그는 맥주병을 들이킨다. 이것은 단순히 튀는 행동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의 삶의 모토라는 ‘대강주의’는 한 마디로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 그 뜻을 헤아려 보니 역설과 반어법이 함께 매몰돼 있다. 그는 다른 선수들이 ‘최선을 다하겠다’ ‘죽을 각오로 싸우겠다’고 다짐할 때 혼자 “대강 싸우겠다”는 말을 하곤 한다. 이는 대강 싸워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라기 보다는 기존 가치에 대한 반항이다.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뻔한 이야기와 ‘착한 척’ ‘성실한 척’에 염증을 느낀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그런 반항을 코믹하고 재미있는 행동양식으로 팬들 앞에 풀어낸다.
최영은 요즘 국내 파이터 4명의 경쟁과 해외 진출을 다룬 케이블, 위성채널 XTM의 리얼다큐 프로그램 ‘고! 슈퍼코리안’의 주연으로 활약하고 있다. 그런데 그는 여기서 제 역량을 전혀 발휘하고 있지 못 하다. 천성이 ‘쓰바’스런 그가 자못 진지한 모습으로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방영분에서 킥복서 리영철과 그가 스파링 한 모습은 다소 민망했다. 제작진은 최영이 특훈을 통해 달라졌을 타격 실력을 진지하게 묘사하고자 했지만 열악한 제작 환경 탓에 단지 최영은 ‘진지한 척 하는 모습’으로 비쳐졌을 뿐이다.
이럴 바에는 아예 최영의 개성을 충분히 살려주는 것이 어떨까. 그가 자신의 느낌대로 가도록 배려한다면 ‘어색한 키치’ 투를 벗고 요즘 청장년에게 더 어필하는 그림이 만들어질 것 같다. 사실 그보다도 ‘시대를 앞서가고 있는’ 그의 캐릭터가 변조되는 것이 아깝다.
조용직 기자/ psygra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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