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1전설 앤디 훅과 태권도

앤디 훅의 찍어차기
K-1 역사상 최강 선수를 묻는 질문이 있다면 아마 어네스트 후스트, 마이크 베르나르도, 제롬 르 바네, 레이 세포 등 베테랑 선수들의 전성기 시절이 거론되겠지요. 요즘 선수 중에는 지난 월드GP를 압도적인 기세로 제패한 장신의 카라테카(공수도 선수) 세미 슐트가 단연 돋보이고요. 하지만 질문을 바꿔 ‘위대한 선수’를 묻는다면 늘 첫 손에 꼽히는 선수가 있습니다. 요절한 스위스 출신 파이터 앤디 훅입니다.K-1 팬이라면 그를 잘 알고 있을 겁니다. 96년 월드GP에서 우승했고, 97년과 98년에도 준우승을 차지했던 그는 실력도 실력이지만 따뜻하고 인간미 넘치는 품성으로 팬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습니다. 그는 지난 2000년 8월 어느 날 갑자기 급성 백혈병 진단을 받은 뒤 불과 며칠 만에 세상을 떠 많은 팬들을 안타깝게 했습니다.
그가 사망한지 5년째인 지난 해 그의 유족들은 앤디훅닷컴이라는 공식 추모사이트를 개설했습니다. 이 사이트 방명록에는 팬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발 빠른 한국 팬들도 이미 상당수 추모 글을 남겼습니다. 그런데 그 사이트를 살펴보면 앤디 훅과 우리 무술 태권도의 관계가 비교적 구체적으로 언급되고 있어 관심을 끕니다.
“현대 태권도 경기는 공격과 카운터 공격시 유독 다리를 쓴다. 수십년에 걸쳐 이를 최적화하는 수련 방법이 연구됐으며 타이밍과 속도에서 장족의 발전이 이뤄졌다. 앤디는 이러한 트레이닝 방법의 가치를 인식하고 그 중 상당 부분을 습득했다. 그가 이처럼 일찍부터 다리 기술의 발전을 중요시한 것도 그의 움직임을 더욱 다양화 하기 위해서였다.”
훅이 경기 중 전매특허처럼 애용했던 기술중 하나가 다리를 높이 들어올렸다 정수리나 빗장뼈를 내려찍는 ‘내려차기(찍어차기)’입니다. 이 발차기는 카라테에도 있지만 원래 태권도에서 주로 쓰던 것이라고 합니다. 그가 이 동작을 쓰면 일본 현지 무술 관계자들은 이를 태권도 동작에서 가져온 것으로 이해했다고 하는군요. 지난 12월31일 프라이드FC에서 미르코 크로캅이 마크 헌트에게 이 발차기를 세 차례 시도해 눈길을 끌기도 했습니다.
이미 세상에 없는 선수가 과거 태권도를 수련했다는 사실이 새삼 중요할 것이 있겠냐고 반문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사이트를 거의 매일 찾아 들어오고 있는 세계 각지의 앤디 훅 팬들이 이 글을 읽는다고 생각하면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국내 격투기 관련 사이트들을 샅샅이 뒤져봐도 앤디 훅과 태권도의 관계를 언급한 곳은 없다시피 합니다. 그것을 기억해주는 고 앤디 훅과 그의 사이트가 고맙게 느껴집니다.
조용직 기자/ psygra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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