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연재

[기자의 눈] 경기장 문화 질서, 경기 관여자 모두의 몫

- 사랑이 듬뿍 담긴 경기장으로 만들자


한혜진 기자

태권도 경기장의 한 코트에서 울먹이는 소리로 심판을 향해 항의하는 지도자, 경기장에 엎드려 눈물을 삼기는 선수, 관중석에서 뭐라 할 수 없이 가슴을 잡아내는 학부모와 동료들. 흔히 태권도 경기장에서 심판 판정에 항의할 때 볼 수 있는 관경이다. 때론 경기장을 가로질러 심판과 본부임원에게 심한욕설과 기물을 파손시키는 막가파(?) 지도자가 나설 때면 검은 양복의 장년들이 그를 에워싸는 모습은 경기장의 긴장감을 한층 고조시킨다. 이에 한 태권도인은 “경기는 흥미가 별로 없는데, 이런 관경은 흥미가 매우 높다”며 태권도 경기장 현주소를 말하고 있다. 경기장 문화질서 한 두 사람의 노력으로 가능한 것일까? 치고, 박고, 윽박지르면 경기의 승패가 올바르게 이뤄질까? 경기장 문화질서는 대회집행부와 선수, 지도자, 학부모, 관중 등 경기에 관여하는 모든 사람들이 풀어야할 숙제다.

지난 10월 울산광역시에서 열린 ‘제86회 전국체육대회’에서 태권도가 문화관광부가 선정한 경기장질서부문에서 41개 경기종목 중 2위에 올랐다. 늘 전국체전기간이면 각시도별 과열경쟁으로 경기장 난동과 판정시비로 난장판이 되었던 태권도장이 ‘질서상’이라니 고무적인 현상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역대 대회 중 가장 조용하고, 공명정대하게 끝났다고 한 이번 전국체전인데, 최근 각종 인터넷 게시판에서는 KTA 모 상임심판이 동료심판과 몸 다툼을 벌이고, 일부 시도협회로부터 대가성 금품을 제공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태권도계에 적지 않은 파문이 일고 있다. 이에 관련자들은 하나같이 “사실무근”이라며 일부주장을 일축했다. 또 의혹을 제기한 정진영(필명)씨는 실명이 아닌 가명으로 밝혀지고 있어, 내용의 신빙성 결여와 익명으로 일방적인 상대방의 명예를 실추되는 사이버폭력에 문제점이 있다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특히 의혹대상으로 거론된 A심판은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경찰에 고발을 한 상태. 하지만 이번 인터넷에 올라온 여러 가지 의혹의 진위여부를 떠나 많은 태권도 경기관계자들은 심판들에 대한 불신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반면 심판부에서는 어느 대회보다 이목이 집중된 만큼 최선을 다했는데, 일부에서 좋지 않은 평가로 모든 심판부를 불신하고 매도한 것에 대해 씁쓸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대한태권도협회를 비롯한 산하단체, 그리고 시도협회에서는 각 대회 개최를 앞두고 대표자회의를 통해 “원활한 경기운영을 위해 여러 지도자 여러분들께서 협조 부탁바라겠습니다”라고 말한다. 이에 지도자들은 “네!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라고 양측간의 합의를 이룬다. 하지만 막상 경기가 시작되면 양측간의 합의는 수포로 돌아가는 형국.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고, 사소한 감정에 얽매어 경기 승패로 상이한 감정이 싹트는 상황이 벌어진다. 일부지도자들의 경우, 아쉽게 패한 경기를 다음경기서 보상받으려고 불필요한 항의를 하는 얌체행위가 이어지고 있다.

올바른 판정으로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판정. 과연 이상적인 기대일까? 심판은 명예를 이루기보다 양심과 사명감을 갖고 경기에 임해야 할 것이다.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한두 번의 실수는 할 수 있다. 하지만 악의적인 실수는 집행부가 일벌백계의 조치로 경기장 중심을 잡기위해 절대 용남해서는 안 될 것이다. 또한 양심적으로 올바른 경기판정을 하는 심판들에게는 지속적인 격려와 공로를 추어주어 침체된 기운을 북돋아 줘야 하겠다.

경기장 문화질서 확립을 위해서는 심판 외에 경기에 참여하는 모든 관여자들의 태도변화도 시급하다. 경기장내에서 폭언과 판정시비, 압력행사, 권의주위, 청결한 경기장 주변 등 자그만 것 하나부터 고쳐져야 경기장문화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혼자가 아닌 모두가 함께 동참해야만 공감대를 형성하고 그 때 비로소 상호간의 신뢰로 질서가 잡히고, 선수들에게는 실력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경기장이 될 것이다. 이에 대해 한 태권도 중진은 “이상적인 발상이다”며 “실효를 거두기에는 총제적인 난제가 많다”고 완전한 태권도 경기장문화질서 확립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반면, 한 경기지도자는 “상호간의 신뢰와 양보가 이뤄진다면 지금보다는 낫지 않을까요?”라며 희망적인 견해를 표시했다.
태권도 종주국으로서 외적인 성장을 기대하기 보다는 내적인 난제들을 풀어 ‘사랑이 듬뿍 담긴 태권도 경기장’을 만드는데 관여자 모두가 동참하기를 기대한다.


댓글 1

태권도 2005.12.28
엄인규,이종우원로들에게배운것이바로그것이아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