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양론적 관점에서 바라본 무예
현대무예는 양(陽)적 에너지 방출만 충만, 음양(陰陽)의 조화는 유강(柔剛)의 조화
무예의 시범은 주로 수련체계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대부분 그것은 아주 빠르고, 강하고, 거칠다. 숨이 목구멍에 차오르고 얼굴이 벌겋게 상기된다. 아! 젊고 젊은 시범자의 청춘에서 생명에너지가 타들어가는 것이 보인다.
불운이다! 양(陽)적 에너지의 방출은 충만하되, 음(陰)적 에너지가 조화되어 있지 못하다. 무예시범의 특성상 양(陽)적 움직임을 주로 표현하는 것이기에 다행이지 정말로 일상 수련체계에서도 이렇게 음의 동작들이 조화되어 있지 못하다면 문제인 것이다.
택견을 해오면서 그 이전에 여러 무예를 조금씩 접해 본 필자는 나름의 확고한 경험을 했다. 그리고 이제는 칼이든 맨손무예의 수련이든간에 다음의 원리를 염두에 두고 있다.
"음(陰)적인 동작의 반복적 수련 결과는 반드시 양(陽)으로 귀결된다. 양(陽)적 접근 방식의 수련결과는 반드시 음(陰)으로 귀결된다. 이렇게 음양은 하나이다. 그렇지만 음적 수련 방식으로의 접근이 생리적으로 유용하며 무예의 궁극원리에 통달해 가는 순리적인 측면이다. 생리적 유용성에는 수명, 체력퇴화도, 관절/근육/순환계 등이 포함되며, 심지어 감정의 성숙에도 달리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무예수련 방법에 있어 총체적 결과는 ‘음(陰)이 양(陽)을 이긴다"라는 사실이다. 이러한 경험적 논리를 실제의 수련 방법에 적용시킨다는 것에 대하여 다소 의아해 할 지도 모르지만 다양한 방법을 통하여 적용이 가능하다. 다음의 글은 적용의 방법론이 아니라 위 논리에 대한 개론적인 견해이다.
음양(陰陽)은 상호대립과 상호의존이라는 모순적 관계를 통하여 삼라만상의 모습과 이치를 설명한다. 움직임에 있어서 정지한 것은 음이요 움직이는 것은 양이다, 느린 것은 음이요 빠른 것은 양이다. 부드러운 것은 음이요 강직한 것은 양이다. 심리나 생리상으로도 이완되어 있는 것은 음이요 긴장되어 있는 것은 양이다.
우리는 무예하면 “움직인다, 빠르다, 강직하다, 긴장되어 있다”라는 양적(陽的) 이미지를 떠올린다. 이와는 반대로 “정지해 있다, 느리다, 부드럽다, 이완되어 있다”라는 음적(陰的) 이미지는 왠지 무예의 속성에 직결되지 않는다. 물론 음적(陰的) 이미지 중에서 “부드럽다”라는 이미지는 부드러운 것이 강한 것을 이긴다는 유능제강(柔能制剛)이라는 어휘를 많이 접해서 그렇겠지만 "그런 원리가 있을 것이다"라는 생각은 해보았을 것이다.
실제로 쌈 혹은 무예의 견주기에 있어서 음적 요소가 어떻게 작용하는 것일까? 앞서 이야기했듯이 음양은 상호 대립과 의존이라는 동반적 속성을 지닌다. 그리고 이것의 균형이 깨졌을 때는 당연히 불균형을 초래한다. 따라서 우리는 무예에 있어서도 음적인 기술 요소와 양적인 기술 요소는 대립만의 관계가 아닌 보완적 관계라는 가설을 세울 볼 수 있다.
동작의 빠름과 가속력은 긴장의 이완(陰)에서 출발, 최고조의 긴장(陽)은 타격의 순간
그렇다면 무예의 사용에 있어서 음과 양은 어떻게 조화되는가? 동작의 빠름과 가속력은 긴장의 이완(陰)에서부터 출발하며 최고조의 긴장(陽)은 타격의 순간에 이루어진다. 실제로 복싱선수, 검도선수, 병장기 연무자, 테니스 선수, 탁구선수, 야구선수, 풍물, 타악기, 피아노 연주자 등의 모든 사람들의 능숙함과 자유분방함은 기본적으로 이완된 근육속에서 나온다. 이들이 각기의 종목에 처음 접하면서 들었던 말은 "힘빼!"였을 것이다.
“아니! 힘을 넣어도 모자라는 판에 힘을 빼라니?” 하지만 느리고 부드러우며 이완된 상태(陰)로 힘을 빼는 연습에서 시작한 각 기예의 기능자들은 어느새 빠르고 강하게 근육의 긴장을 강화시키며 움직(陽)이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사실 동작의 정확성으로 표현되는 기예의 습득과 빠름에서 수반되는 “힘=질량×가속도”의 습득은 전혀 별개의 문제이다. 그런데도 부드럽고 느린 동작의 반복 수련을 통하여 속도와 힘이 증가한다는 것은 몸의 긴장완화가 가속을 붙이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긴장완화는 타격의 순간에 이루어지는 최종적 긴장에 가장 빠르게 도달할 수 있는 심신의 준비 상태라고 역설할 수 있다. 이처럼 음적(陰的) 수련을 통하여 긴장 완화에 통달한 사람은 누구든지 양적(陽的) 상태인 긴장에도 통달된다. 부드러운 수련 방식으로 이완된 몸의 조직체계는 어느 정점을 넘어서게 되면서 속도와 파괴력을 효율적으로 분출할 수 있는 몸의 반응체계가 완성된다. 그리고 이것이 견주기의 장에 가서는 이완(陰)과 긴장(陽)의 반복된 조화의 체계로 나간다.
그런데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지속적인 수련을 통해서 긴장상태가 딱딱한 양(陽)의 긴장 에서 부드러운 음(陰)의 긴장 상태로 넘어 간다는 것이다. 즉, 강함과 빠름에 대한 양적(陽的) 의식이 결과적으로 근육의 긴장을 초래하여 반사신경을 늦추던 것이 일정한 수련에 의하여 근육의 긴장 완화에 능하게 되면 마음의 긴장 완화가 동시에 이루어지면서 다시금 근육의 반사적 긴장에 능하게 된다. 이는 견주기의 다양한 상황에 따라 몸을 통제하는 능력이 자유롭게 된다는 의미이다. 이것은 중양칙필음(重陽則必陰), 즉 양이 극에 이르면 반드시 음이되며, 중음칙필양(重陰則必陽), 즉 음이 극에 이르면 반드시 양이 된다는 동양 철학의 무예적 현상 반응체계라 할 수 있다.
앞서 음적인 수련 방식에 대해서만 설명했지만 강(剛)을 수련 방식으로 추구하는 무예인은 결과적으로는 유(柔)에 도달하여 강(剛)과 조화를 이루고 유(柔)를 수련방식으로 택한 무예인은 결과적으로 강(剛)에 도달하여 유(柔)와 조화를 이룬다. 그런데 결과만으로 볼 때 양자의 방법이 결국에는 그게 그것일 것 같지만 굉장한 차이를 가지고 있다.
중양칙필음(重陽則必陰)의 원리에 입각하여 빠르고, 강하고, 긴장된 수련을 통하여 무예의 극에 이르는 방법은 양(陽)적인 수련 방법이다. 양적인 수련은 발산하는 기운을 주로 쓰며 견주기에 있어 파괴력(陽)의 모태로 한다. 따라서 그 수련 결과가 빨리 나타나나 점진적으로 쇠퇴한다. 반면에 음적인 수련은 흡수하여 형성하는 과정을 통하여 수련하며 타격 바로 직전까지 이르는 힘의 요체(陰)로 수련결과가 느리게 나타난다. 다시 말해서 총알이 폭발되어나가는 것은 양이요 총알이 나가게끔 탄피속에서 내적으로 응고되어 있는것이 바로 음이다. 결과적으로 싸움에 있어 파괴력(陽)은 탄피내의 화약(陰)의 질과 양(量)에 좌우된다.
따라서 이상적인 무예의 수련 순서는 음이 먼저이고 양이 나중이다. 먼저 부드러운 몸, 완화된 마음이라는 화력을 키우고 강인한 몸, 긴장된 마음이라는 대포를 만들어야 한다. 이것은 어쩌면 중국 무술에서 내가권과 외가권 혹은 내공과 외공의 수련방식 차이와 유사한 면도 있으나 엄밀히 보면 다르다. 왜냐하면 인간은 총과 대포와는 달리 살아 있는 생명체이기 때문이다.
살아있는 생명체는 반드시 생성-발전-성숙-쇠퇴-소멸이라는 싸이클을 걷는다. 그리고 각 과정에서 소모되는 것은 생명에너지며 생명에너지는 선천적인 에너지와 후천적인 에너지로 구분된다.후천적인 생명 에너지는 공기와 음식을 통하여 끊임없이 공급할 수 있지만 선천의 생명에너지는 후천의 에너지로 보완을 받는다하여도 일생을 통하여 고갈되어 가며 그 고갈의 원인은 일상의 생명활동 자체이며 가속원은 주로 스트레스나 극단적인 피로, 극단적인 운동이다. 극단적인 운동이란 강한 순발력, 직선적인 움직임, 한계에 직면하는 지구력 운동처럼 생리적 한계상황에 근접한 수련으로 이들은 에너지를 발산하는데 치우쳐 있으며 양(陽)적인 수련방식을 말한다. 반대로 부드럽고 느린 동작은 들숨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며 이와 같은 음(陰)적인 수련방식은 에너지를 흡수하고 보존하는데 효과적이며 이것이 극에 이를 때는 얼마든지 강하고 빠르게 사용할 수 있다는 무예의 궁극과도 통한다.
결론적으로 무예에 있어 음과 양의 조화는 유와 강의 조화를 말한다. 따라서 견주기에 있어서 유(柔)함만으로는 강(剛)을 이기지 못한다. 대립 상태의 유와 강이 조화함으로써 강을 이기는 것이다. 순전히 유와 강만의 대결이라면 강이 이길 확률이 휠씬 높을 것이다. 유능제강(柔能制剛)이 의미하는 바는 무예 수련이나 견주기시 강(剛)만을 추구하는 수련 태도에 있어 부드러움의 비중과 중요성을 그 만큼 강조한 말일 것이다.
________
가온/ 자연학교 해랑원을 운영했다. 조각과 전통가옥에 몰두하고 있고, 대학에서 무예를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한국무예의 문화성을 연구했다. 연세대에서 강의를 했고, 우리 무예의 실체는 우리 문화속에서 나온다고 주장한다.
댓글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