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철학의 구성원리' 발간 10주년 (김준성 기자 2000.8.3)
태권도철학의 구성원리 발간 10주년
태권도 역사 다시 쓰게 한 문제작

태권도사를 근본적으로 다시 쓰게 만든 태권도 관련 저서 중 최고의 역작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태권도철학의 구성원리(김용옥 지음)가 오늘(3일)로 발간 10주년을 맞았다. 발간 당시 이 책은 태권도가 가라데의 영향을 받았다는 주장을 담아 태권도계와 한국사회에 큰 충격을 던져줬었다.
이 책의 저자 김용옥씨는 10년 전 이 책에서 당시로서는 굉장히 충격적인 주장을 폈다. 그는 우리나라엔 태권도가 없었다는 다분히 도발적인 제목의 글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문명은 흐른다. 흐를 뿐이다. 그 흐름 자체엔 거짓이나 이유가 없다. 그리고 그 계기도 대부분 우발적이다. 해방 후 우리나라의 당수(공수)는 모두 일본의 카라테의 완벽한 전이일 뿐이다. 그것은 카타와 형의 동일성과 쿠미테와 대련의 동일성에서 증명된다. 그것은 내가 일본에 살면서 확인한 것이다. 세계가 하나된 지금, 우리는 빤한 들통날 거짓말을 하고 살아서는 안된다.
카라테의 완벽한 전이라니 이 얼마나 충격적인 발언이란 말인가? 태권도가 먼 옛날 고구려 시대 때부터 내려온 한국 고유의 전통무술이라고 알고 있던 많은 태권도인들은 이 발언을 접하고 정신적인 혼란을 겪어야 했다.
책이 처음 나왔을 때 김용옥씨는 태권도계 인사들로부터 심한 비난을 받았다. 심지어 테러 위협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용옥은 태권도의 통시태, 재래적 기술의 허구성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다음과 같은 주장도 폈다.
소쉬르의 언어학적 방법론에 의하여 우리는 태권도를 공시태(共時態)와 통시태(通時態)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다. 여태까지는 공시태를 다루었지만 지금부터는 통시태를 다루겠다. 태권도라는 말은 1955년 4월 11일 이전에는 인류사에 존재해 본 적이 없다. 태권도라는 특칭의 무술형태는 그 특칭 자체로 연구되어야 하며, 그 이전의 전통과의 연계성을 확보하려는 어떠한 노력도 일단은 모두 거짓뿌렁이다. 여기에 편협한 국수주의가 개입되어서는 안된다.
한국에는 태권도라는 무술이 본래 존재하지 않았고 일본이 한국을 식민지로 삼고 있던 시절 일본의 당수도 또는 공수도가 한국에 들어와 태권도로 발전했다는 김용옥씨의 주장은 이젠 많은 태권도사 연구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현재 태권도사 연구의 흐름을 보면 그의 주장은 어느덧 주류의 자리를 넘볼 정도로 성장했다.
그러나 아직도 세계태권도연맹이나 국기원의 공식적인 교과서에는 그의 주장이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

10년 전 김용옥씨와 함께 세미나를 가졌던 젊은 태권도인들 중 한 사람인 연세대학교 사회교육원 강사 김영선씨는 이 책에 대해 "역사 문제에 대한 언급으로 태권도계에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지만 태권도를 한국문화의 중요한 일부분으로 인정하고 있고 김용옥씨가 태권도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쓴 책"이라고 지적했다.
김용옥씨는 책에서도 밝히고 있지만 실제로 청도관에서 태권도를 수련한 사람이다. 그런 점에서 태권도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김용옥이라는 태권도계 일각의 비판은 사실과 다르다.
이 책에서 김용옥씨의 관심은 태권도가 가라데의 영향을 받은 무술이라는 점을 밝히는 데 있지 않다. 김용옥씨는 자신의 트레이트 마크인 기철학 체계 내부에 태권도를 포섭하고자 했던 것이다.
그는 태권이 단군 할아버지로부터 내려오는 조선 고유의 무술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나 태권이 일본에서 건너온 카라테임으로 가짜이고 그 진짜 무술이 산 속 도사들에게 보존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나 모두 고유한 것만이 진리라는 터무니 없는 오류에 사로잡혀 있다.고 지적하면서 무술의 고유성이나 정통성을 따지는 것 자체를 비판하고 있다.
한국체육대학교의 안용규 교수는 이 책에 대해 "논란이 있었지만 분명 이 책이 태권도사 서술에 큰 영향을 끼쳤고 태권도 발전에 부정적이기보다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는 의견을 밝혔다.
불행하게도 태권도계에서는 아직도 김용옥이라는 이름 석 자를 듣기 싫어하는 사람들이 존재하고 있고 가라데의 가자만 들어도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모든 새로운 발견이나 학설이 그것이 처음 주장될 때는 이단 취급을 받지만 거듭된 연구를 통해 점차 그 가치를 인정받아 가듯이 이 책 태권도철학의 구성원리도 머지않아 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이 책은 사실 태권도에 대한 새로운 차원의 논의의 첫 페이지를 장식했을 뿐이기 때문이다. 나머지 페이지는 첫 페이지의 지대한 영향 속에서 쓰여지고 있고 또 쓰여질 것이다.


댓글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