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이종격투기 더 이상 신뢰는 없다!?

3월 19일 K-1 서울대회에서 최홍만의 깜짝 우승 이후 어느때보다 국내 이종격투기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는 요즘 또 한번 팬들의 기대와 신뢰를 저버리는 일이 발생했다. ‘글래디에이터 FC의 대회 취소가 그것.
대회를 하루 앞두고 개최 취소를 발표한 ‘글래디에이터 FC’는 이종격투기 웹진 MFIGHT와의 인터뷰에서 “출입국 관리법 위반과 저조한 예매율로 대회 진행이 불가능하다”며 대회 연기 사유에 대한 내막을 밝혔다.
예매율 저조를 또 하나의 연기 사유로 밝힌 글래디에이터 FC 정순경 대표는 “관광 비자로 입국한 선수가 경기에 뛸 경우, 출국이 금지가 되어 대회를 감행한다면 선수들에게 돌아가는 부담이 너무 크다”고 말해 예매율 저조가 직접적인 원인이었다는 분석은 설득력을 잃고 있다. 더욱이 예매율이 높지 않았던 작년 대회를 감행한 선례가 있어 저조한 예매율을 원인으로 꼽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고 MFIGHT는 전했다.
주관사측이 위반한 출입국 관리법에서는 ‘관광 비자를 입국한 외국인은 수익활동을 할 수 없으며, 이를 어기고 수익활동을 할 경우 불법 경제 활동으로 간주하여 출국과 입국을 금지한다’는 처벌을 하고 있다. 이 같은 정부 방침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이미 지난 3월에 개최됐던 국내 모 이종격투기 대회에서도 외국 선수들 중 일부 선수들이 관광비자로 입국한 상태에서 출전하여 대회주관사가 벌금을 내고 입국 금지를 당한 바 있다. 이에 다른 주관사는 뒤늦게 5월 개최 예정이었던 대회를 한 차례 연기하면서 ‘단기 취업 비자’를 받아 대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또한 한 달 전, K-1 선수들이 불법 경제 활동으로 적발된 사실이 언론을 통해 발표되기도 했었다.
글레디에이터 FC의 이번 연기는 앞선 두 번의 사례와 언론보도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대비를 전혀 하지 않았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이는 주관사의 대회 준비가 미흡하다는 것을 절실히 들어내고 있는 부분이다.
정순경 대표는 “대회 준비 상에 문제가 있었다. 대회 개최에 대한 지식이 전반적으로 부족했다”며 대회 운영의 실수를 인정하고는 있지만 메이저 지향에 나선 주관사가 기본적인 사항을 준비하지 못했다는 것은 분명 비난 받아야 할 사항이다.
대회 취소가 국내에서만 일어난 일은 아니다. K-1도 7월 개최예정이던 ‘K-1 상해대회’를 지난 4월 취소한 바 있다. 그러나 K-1 상해대회는 주관사의 대회 준비 미흡으로 인해 취소된 국내 경우와는 성격이 다르다. 일본의 역사 교과서 왜곡으로 촉발된 중일(中日) 갈등이 고조된 중국에서 반일(反日) 시위가 대륙을 넘어 중화권 전체로 번지는 양상이었고, 일본에선 오사카 주재 중국총영사관과 중국은행 요코하마지점이 각각 협박 메모와 공기총 공격을 받아 대회를 개최할 경우 양국간의 큰 충돌이 일어날 것을 우려한 것이었다.
당초, K-1측은 밥 샙, 어네스트 후스트, 제롬 르 바네 등 최고의 선수들을 앞세워 화려하게 중국시장의 포문을 열 계획이었지만 K-1을 일본이 주최 한다는 이유에서 중국인들의 반일시위 감정으로 나타난 중국의 여론을 무시할 수 없었던 것이다. 대회 전날 취소를 한 글래디에이터FC와는 달리 3개월 전부터 사전에 개최 어려움을 파악하고 발빠른 대처에 나선 점은 주목할 만하다.
그동안 대회 개최를 미뤄왔던 국내 격투기 단체들에게 최홍만의 K-1 서울대회 우승 여파로 불어온 이종격투기에 대한 국내 관심은 어느때보다도 많은 사회적 분위기에 힘을 실어 주었다. 이에 주관사들은 이종격투기 대중화를 위해 메이저라는 타이틀을 앞세워 대회를 개최하거나 준비해 왔지만 철저한 대회 준비 후 여론에 의해 대회 취소를 결정한 K-1과는 달리 국내 주관사들은 여론보다는 주최측의 운영 미흡에서 야기된 문제점들을 이유로 들어 일방적인 대회연기 및 취소가 되는 경우였다. 앞서 이종격투기 선수의 사망사고로 인해 불거진 선수안전 문제를 포함하면, 주관사들이 메이저를 지향하면서 이종격투기의 활성화에 나섰다고 보기엔 팬들을 실망케 하는 사건의 연속이었다.
더 이상 팬들이 철저한 사전 준비 없는 대회 운영 실수를 애정어린 관심으로 눈감아 주는 일은 없을 것이다. 연이어 터지는 이종격투기를 신뢰할 수 없는 일들은 국내 이종격투기의 부정적 이미지만 제고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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