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정신은 우리들 스스로가 만들어야 한다 (류병관 2000.8.1)

태권도정신은 우리들 스스로가 만들어야 한다
무도를 되살려야 한다는 소리들이 드높다. 태권도가 다시 살기 위해서는 무도성의 회복이 필요하다는 것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 방법이 품새 대회나 격파 대회의 신설과 같은 단순한 구조의 변화만으로 이루어 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태권도는 거대한 민족문화다. 단순한 스포츠의 형태가 아니라 우리민족을 무형으로 감싸고 있는 보이지 않는 문화의 태(態)인 것이다. 이것은 그 동안 우리들의 보편인식을 기반으로 지금의 문화성을 확립해 왔고, 그런 생각들을 근간으로 정신적 세계를 형성해 왔다.
지금 태권도계 내에서, 스포츠냐 무도냐? 체육관이야 도장이냐? 코치냐 사범이냐? 트레이닝복이냐 도복이냐? 의 근본적 문제들이 제기되고 있는 것은 그동안 태권도가 정신과 신체를 포함하는 통합적 몸의 문화로서의 위치보다는 물질적인 하부구조의 형성에만 급급하고 힘써왔기 때문에 생기는 가치관의 혼란과 정체성의 부재의 상황을 안고 있기 때문이라고 밖에는 진단할 수 없다.
태권도 정신은 무엇 무엇이라고 말하는 사람들과 그 정신은 어느 시대의 무슨 정신에서부터 연유해 왔다고 말하는 사람들… 오늘날, 한복과 짚신대신 정체 없는 외국 옷들과 서양 신발들로 몸을 감싸고, 서양식 교육과 서양식 사고에 젖어 있고, 도장 운영에 있어서는 경영논리와 투자의 논리만을 추구하면서도…
감히 그러면서도 태권도 정신 운운하면“태권도 정신은 우리민족 고유의 무슨 정신에서부터…”라고 주저 없이 이야기하는 사람들…. “태권도가 무도 성을 회복하려면 먼저 정신을 살려야 한다”,“태권도 정신을 국기원이나 협회 차원에서 정확하게 정립해 주어야 한다",“어느 시대의 무슨 정신을 태권도 정신으로 계승해 나가야 한다”라고 그럴듯하게 이야기하는 사람들….
그러나 생활 속에서 반영되지 않는 정신이 필요할까? 정신은 삶에서 투영되어 나오는 것이다. 도(道)가 쌓여야 도덕(道德)이 되듯이 입으로 떠든다고 정신이 살아나지는 않는다. 정신은 생활의 반영인 것이다.
지금 현실의 모습 속에서 정신은 살아서 만들어져 나와야 하는 것이다. 겉으로는 무도정신 운운하면서, 뒤에서 남을 헐뜯고, 상대를 비방하고, 담합해서 승부를 조작하고, 실력과 진실보다는 연줄과 권력에 줄 닿기가 난무하고, 정당한 실력에서 나오는 적절한 권위보다는 권력을 앞세워 또 다른 권력을 만들어 나가기에 급급하고, 이기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아첨하고 곡학아세(曲學阿世)하고….
도복은 한번도 입고 수련하지 않아서 살쪄 비만하고, 도장에서 담배 피우고 다방에 커피 시켜 마시고, 유흥과 잡기를 하는 장소가 구분되지 않아 난무하고…, 심지어는 스카우트에까지 상대학교를 중상 비방하고 협박하고, 금전으로 뒷거래를 하고, 확정된 학생에게‘후회하게 해준다’는 등의 협박이나 해대는 그런 정도의 수준을 우리들 스스로 벗어나지 못하는데, 아무리 그럴싸하고 그럴듯한 정신이 있으면 무엇하겠는가!!!!! 그것은 허상일 뿐이다.
태권도 정신은 지금 우리가 현실적으로 가진 생활의 모습, 태권도 인으로서의 삶의 모습들이 배어져 나와서 자연스럽게 그런 모습들이 인정되고 어떤 정신적 실체를 형성해 나가는 것이지 결코 어느 시대의 어떤 정신이 태권도 정신의 뿌리느니, 태권도 정신은 어떠하다는 등의 우리들 스스로의 말장난이어서는 안 된다.
태권도는 예의 무도 라고 수천 번 강조하고 골백번 외치면 무엇하나, 다른 사람들이 우리들이 스스로 보고 말하지 않더라도‘과연 태권도 하는 사람들은 그러하구나’라는 것을 느끼고 그것을 인정해 줄 때, 자연스럽게 태권도 정신의 실체가 형성이 되는 것이다. 화랑도 정신이 오늘날까지 전해 오는 것은 진짜 그런 정신을 그때의 화랑들이 몸소 실천하며 살았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정신은 결국 몸 안에서 심신이 합일되는 상황에서 구체적으로 형상화되는 것이지 단순한 개념적 정신은 결국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다.
태권도가 다시 살기 위해 다시 정신을 재정립하고, 새로운 획기적인 슬로건을 내 거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 태권도인들의 인식이 전환되어 나 스스로의 행동과 삶의 모습이 태권도 정신을 형성하는 모체라는 것을 깨 닳을 필요가 있는 것이다.
정정당당하게 경쟁하고, 스스로 타의 모범이 되는 삶의 모습들을 국민들에게 보이면, 그래서 국민들이 태권도 하는 사람들은 진짜 어떠하다는 평이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태권도인들을 보는 인식들이 바뀔 때, 그때 비로소 진짜 태권도를 살리는 정신이 형성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들 스스로 먼저, 새롭게 인식을 전환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나 스스로의 행동에서부터 태권도 정신이 시작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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