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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 종목으로는 세계 최대-미국 주니어 대회 (김준성 기자 2000.8.1)

단일 종목으로는 세계 최대-미국 주니어 대회




선수만 4천 여명 참가, 태권도 대잔치

축제가 펼쳐지는 자리에 가면 아무리 성격이 조용하고 차분한 사람이라도 얼마 가지 않아 그 분위기에 젖어 들게 된다. 술이 있고 춤이 있고 나를 반겨주는 사람들이 있는 축제는 그 어떤 사람의 가슴이라도 들뜨게 하는 마력을 갖고 있다.

지난 7월 10일부터 15일까지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에서 열린 제20회 미국 주니어 챔피언십은 술도 없고 춤도 없었지만 대회장을 찾은 사람들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선수단 규모만 미 전역에서 모여든 숫자가 4천 여명. 대회 관계자들은 누구나 그 점을 자랑했다. 단일 종목 대회로는 세계 최대의 대회라는 점을.

심판 및 대회 관계자 그리고 선수들의 가족을 포함하면 대회 기간 동안 줄잡아 2만 여명 이상의 이방인이 미국 남부의 작은 도시를 찾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차분한 인상을 갖고 있는 샌안토니오는 대회 기간 동안 미 전역에서 몰려든 대회 참가자들로 붐볐다.

이번 대회에 대해 미국태권도연맹 언론 담당자인 블레이커씨는 "이번 대회는 제 20회 미국 주니어 올림픽 선수권대회이고 기본적으로 6세부터 17세까지, 녹색 띠부터 검은 띠까지 아이들을 위한 대회"라고 밝히고 "이 대회는 20년 동안 매년 다른 도시에서 열렸다."고 소개했다.

블랙 벨트뿐만이 아니라 칼라 벨트까지, 나이로 봤을 때도 6세 정도의 어린아이까지 참가 대상의 폭을 넓혀놨기 때문에 참가자는 자연히 늘 수밖에 없다. 그런데다가 미국의 태권도대회가 흔히 그러하듯이 겨루기 대회와 함께 품새 대회를 같이 하기 때문에 참가자는 더욱 는다.

태권도의 발상지인 한국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다. 칼라벨트 부문이나 품새 부문을 대회에 포함시키려는 노력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 태권도인들에게 그것은 아직은 낯선 일이다. 미국태권도연맹의 이상철 회장은 올림픽에서도 품새 부문을 하나의 종목으로 추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회 참가자가 많을 수밖에 없는 또 하나의 배경은 바로 미국의 가족 중심의 여가문화다. 미국은 가족 해체 현상이 두드러진 나라로 알려져 있다. 이혼률이 거의 50%에 가깝고 그래서 청소년 문제도 심각하다. 지난해 콜럼바인 고등학교에서 벌어진 총기 난사 사건은 미국 사회의 고민을 잘 말해 주고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컬하게도 미국은 세계 그 어느 나라보다도 가족의 가치를 강조하고 있고 가족 중심의 여가 문화가 발달한 나라다. 한 명의 어린이가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알라스카에서 텍사스까지 올 때 결코 그 어린이의 코치만 동행하는 것이 아니다. 반드시 그 어린이의 어머니 또는 아버지가 동행한다. 함께 온 어린 선수의 가족들은 열심히 응원하며 대회를 함께 즐긴다.

대회가 열린 샌안토니오의 곤잘레스 컨벤션센터는 대회 기간 내내 선수들의 기합소리와 응원단의 응원소리, 장내 아나운서의 안내 방송 소리로 시끄러웠다. 16개나 설치된 링에서는 선수들이 저마다 1년을 준비해온 기량을 혼신의 힘을 다해 뽐냈다.

기자가 미국을 처음 방문했을 때 어떤 사람으로부터 들은 얘기가 하나 있다. 미국은 질서가 전혀 없는 듯 하면서도 보이지 않게 질서가 잘 지켜지는 나라라는 말이었다. 태권도대회 경기장이 딱 그랬다.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이곳저곳에서 동시에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시끄럽지만 아무 탈없이 대회는 진행된다.

이번 대회 블랙 벨트 부문에서 우승한 선수들은 오는 11월 아일랜드 킬라니에서 열리는 제1회 세계 주니어 챔피언십에 미국 대표로 참가한다. 이들은 단 100명도 안 되는 선수들이 참가한 국가 예선을 뚫고 참가하는 작은 나라의 선수들이 부러울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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