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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대회인가 (김준성 기자 2000.7.19)


"최악의 대회였다. 국제심판생활을 하며 여러 국제대회를 다녀봤지만 이렇게 엉망인 대회는처음이다."
제1회 국제여자오픈챔피언십에 심판으로 참가한 한 한국 심판의 말이다. 이 심판의 말처럼 이번 대회는 엉망이라고 밖에 달리 표현할 길이 없을 정도로 부실한 대회였다.

대회 기간 동안 그리고 대회를 마친 후에도 이번 대회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심지어는 대회 조직위원회 스탭들도 주저하지 않고 이번 대회를 실패작으로 규정했다.

김영숙 관장의 박세직을 위한 대회-실패사례 1



이번 대회는 김영숙 관장의 박세직 2002 월드컵 조직위원회 위원장을 위한 대회였다. 대회운영에서 차지하는 박세직 위원장의 비중은 거의 절대적이었다. 박세직 위원장은 이번 대회 명예대회장이었다.

조직위원회에서는 박세직 위원장에게 포커스를 맞춰 대회를 진행했다.
이번 대회 기간 동안 조직위원회에서는 취재진에게 두 번 취재요청을 했다. 그 두 번이 다 박 위원장 관련 내용이었다. 한 번은 로스앤젤레스 공항에 도착할 때 취재를 해달라는 내용이었고 또 한 번은 기자회견을 할테니 취재를 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기자회견장에서 취재진들은 하나같이 어이없는 광경을 목격해야 했다. 박 위원장은 공고된 시간보다 약 1시간 정도 늦게 회견장에 도착했다. 그 사이에 기자회견은 계속 늦어졌고 먼저 자리를 잡고 있던 김영숙 관장 지인들의 사교모임으로 모임 성격이 변하고 있었다.

그들은 기자회견을 한다고 기자들을 모아놓고는 명함 주고 받기에 바빴고 서로의 화려한(?) 경력과 백그라운드를 추켜세우며 즐거워했다. 교민사회에서 이런 저런 직함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줄줄이 나와 한마디씩 하는데 하나같이 태권도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얘기들뿐이었다.

그러다가 박 위원장이 도착했다는 소식이 들렸고 김영숙 관장은 부랴부랴 마중하러 나갔다. 김 관장의 안내를 받아 박 위원장은 회견장으로 들어왔다. 그런데 이때 박 위원장의 뒤를 따라 회견장에 들어선 기자는 기가 막힌 장면을 목격했다.

박 위원장이 회견장에 들어간 후 잠시 후 들어가니까 박 위원장이 두 손을 모으고 눈을 감은 채 기도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 옆을 보니까 김영숙 관장이 다니는 교회에서 온 한 여성이 소리를 질러가며 기도를 하고 있었다. 취재진을 제외하고는 모든 사람들이 하나님 아버지를 연발하며 마치 교회 부흥회장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박 위원장이 회견석에 자리를 잡은 후에도 기자회견은 진행되지 않았다. 그들은 기자회견장이 자신들의 배경과 경력, 친분관계를 과시하는 자리로 착각하고 있는 듯 했다. 결국 취재진은 모두 철수했고 그들은 그들대로 모임을 계속했다.

대회를 하는 건지 마는 건지-실패사례 2


이번 대회는 3일 동안 진행됐다. 6일에는 대회 참가자 등록이 있었고 7일에는 유급자 부문 품새와 겨루기 대회, 7일에는 유단자 부문 품새와 겨루기 대회가 진행됐다. 6일에는 개막식이 8일에는 폐막식이 열렸다.


이틀 동안 진행된 대회는 하는 건지 마는 건지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자주 중단됐다. 대회 준비 부족과 진행 미숙, 그리고 참가 선수 부족이 원인이었다. 선수들은 무한정 기다려야 했다. 심지어는 1시간씩 대회가 중단되기도 했다. 어떤 감독은 "자꾸 화가 난다"며 대회에 참가한 것을 후회했다.

이번 대회에 스탭으로 참여한 인원은 약 100여명이었다. 그 중 70여명은 자원봉사자였고 나머지 스탭 30여명 중 실질적으로 대회 진행에 적극적으로 참가한 인원은 서너명 정도에 불과했다. 아무리 작은 규모의 대회라도 대회를 정상적으로 진행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인원이다.

경기 진행 상황을 기록하고 게시하는 컴퓨터가 고장나서 경기가 중단되는 경우도 있었다. 조직위원회 한 관계자는 미리 시스템을 점검하지 않았었느냐는 질문에 "전혀 점검하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이번 대회는 준비 과정에서부터 너무도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 대회"라고 털어놓았다.

참가 선수들이 부족해 경기를 빡빡하게 진행할 경우 반나절도 되지 않아 경기가 다 끝날 수도 있어 전체 진행 스케쥴에 맞추느라고 경기 대기 시간은 무한정 늘어났다.

관중도 아예 없었다. 관중석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이 참가선수단들이었다. 미국에서 치러지는 태권도대회는 선수의 가족들이 함께 참가해 응원을 하는 것이 보통이나 이번 대회는 예외였다. 만명이 훨씬 넘게 들어가는 경기장에 불과 수백명의 인원이 앉아 있었으니 썰렁하기 그지 없었다. 경기장으로 사용된 LA 메모리얼 스포츠 아레나는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때 사용되었던 실내체육관이다.

이번 대회는 사상 처음으로 열리는 여자 태권도인들만의 국제 대회라는 의의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다른 어떤 스포츠 종목이나 무도 못지 않게 여성의 참여가 활발한 태권도 최초의 여자 국제 대회는 참담한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이번 대회를 지켜본 많은 사람들은 실패의 원인으로 대회 조직위원장인 김영숙 관장을 꼽았다. 김영숙 관장이 다른 참가자들을 제쳐놓고 태권도인도 아닌 박세직 2002 월드컵 조직위원장 의전에만 매달린 것이라든지 대회 자체 조직보다는 이희호 여사 등 유명인사들 축사 받으러 다니기에 바빴던 점을 꼬집는 의견들이 많았다.

그밖에도 평소에 미국 태권도계에서 다른 태권도 사범들과 교류를 갖지 않았고 대회 준비과정에서도 성의 있게 선수단 유치 노력을 하지 않아 미국 태권도 사범들 사이에서 인심을 잃었던 점들이 지적됐다.

한편 세계태권도연맹을 비롯한 다른 태권도인들의 외면도 대회를 실패로 이끈 원인이다. 세계태권도연맹은 항상 그래왔듯이 이번 대회에서도 덜렁 승인만 해줬을 뿐 아무런 관심도 기울이지 않아 세계태권도연맹 자체의 권위를 실추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내년에도 이 대회가 계속될 수 있을 지에 대해 이번 대회를 지켜본 그 어떤 사람도 낙관하지 못하고 있다. 당장 이번 대회에 참가했던 사람들부터 내년에는 절대 오지 않겠다는 반응이어서 국제여자오픈챔피언십 2001년도 대회는 벌써부터 어두운 전망을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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