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연재

무술과 의료적 요인의 결합

현대무도의 의료적인 요인은 언제부터 시작인가?


/원시초기부터라는 이론은 논리 빈약/

동양무술은 다른 문화권의 무술에 비해 유난히 호흡이나 명상 등을 강조하는 경향이 강하다. 또한 이를 통해 싸움기술의 향상을 꾀하는 목적을 넘어서 심신의 건강을 추구하는 의료적 측면이 강하게 나타난다. 태극권(太極拳), 형의권, 팔괘장 등으로 대표되는 소위 “내가 권법”의 대부분에서 양생(養生)과 건신(健身)을 강조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그래서인지 내가 계열의 무술은 종종 기공이나 도인술, 양생술, 건신술 등과 유사한 의미로 사용되어지곤 한다. 이와 같이 동양무술에서 양생, 건신, 건강 등과 같은 의료적 측면을 강조하는 경향은 결코 당연한 현상이 아니다.

무술이란 본래 살상이 목적이지 건강이나 치유가 목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을 살상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무술이 그것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사람을 살리거나 건강하게 만들어주는 의료적인 요소들과 결합하게 된 때는 언제이부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계기를 살펴보기 전에 먼저 언제부터 양자가 관련을 맺게 되었을까 알아보도록 하자. 일반적으로 양자는 출발 초기(원시시대)부터 매우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었거나, 고대국가시기(한나라 전후)에 이미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무술, 무용, 의술, 종교는 일련의 상관관계다./

양자가 출발 초기부터 관련되어 있었다는 생각은 미개민족의 생활상을 연구하는 문화인류학의 연구성과에 그 이론적 근거를 두고 있는 듯 하다. 미개사회를 관찰해 보면 대개 한 부족의 족장은 뛰어난 전사(무인)이자, 정치적 지도자이며, 사제(주술사)였고, 춤꾼이었으며, 의사였다. 따라서 무술, 의술, 종교, 무용간에 일련의 상관관계가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단지 가능성일 뿐이다. 한 사람이 여러 가지 활동을 했다고 그 사람이 하는 모든 활동이 서로 연관되라는 법은 없다. 우리는 동일인이 서로 관련이 없는 두 가지 활동을 서로 아무런 연결지음 없이 수행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원시사회의 족장 역시 전사로서 싸움행위(무술)와 주술사로서 병을 고치는 의료행위를 의식적으로 서로 연관지어 수행했을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다음으로 무술과 의료적 요인의 결합이 이미 고대시대부터 존재했다는 생각은 어떠한가? 이와 같은 믿음 역시 그 근거가 부족하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대개 장자의 각의편에 나오는 호흡법과 건강체조의 내용(기원전 370-280년), 장사지방의 마왕퇴 3호분에서 출토된 서한시대(기원전 2세기)의 것으로 추정되는 帛畵(비단에 그린 그림) 《導引圖》의 건강체조, 화타의 오금희(기원후 1세기), 달마대사의 역근경(기원후 5-6세기) 등을 그 근거로서 제시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근거자료들을 무술과 직접 연관짓는 태도는 너무 무모하다. 당시의 이와 같은 행위들은 무술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도교도나 불교도들의 의료건강체조였을 뿐이다.
중국의학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언제나 건강하게 살려면 운동을 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오늘날 태극권의 전신이라 볼 수 있는 화타(華陀)의 오금희(五禽戱)나 갈홍(葛洪)의 도인술(導引術)은 모두 몸을 움직이는 운동이다. 체조의 일종이라 볼 수 있는 오금희는 일종의 신체단련법으로 소화나 혈액순환에 도움을 주어 몸을 튼튼하게 하려고 창안된 운동법이다. 호랑이, 사슴, 곰, 원숭이, 새가 움직이는 것처럼 운동을 하면 건강해진다는 오금희나 새로운 기운을 받아들이고 묵은 기운을 내보낸다는 일종의 호흡법이라 볼 수 있는 도인(導引) 또한 누구나 튼튼하게 살려면 운동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것들이다. 그러나 이러한 의료건강체조를 무술수련에 도입한 것은 그리 오래 전의 일이 아니다.
용인대 양진방 교수는“… 처음부터 싸움과는 아무 상관없이 건강을 위한 운동체계의 발전을 위해 일련의 운동양식을 발달시켜 오다, 일정한 시점에 이르러 싸움의 기술과의 만남이 이루어졌다”고 주장한다. 이것으로 보아 그 역시 무술과 의료건강체조의 결합시기를 고대로까지 소급하지 않고 있다. 또, 동양무술이론에 조예가 깊은 미국인 드래거는 양자의 결합은 근대 이후의 일이라고 주장한다. 그의 주장은 고대중국의 도인사상과 양생사상은 무술과는 별도로 발달되어 오다가 근대 이후에 비로소 권법에 도입되어 내가 체계의 핵심을 이루게 되었다고 확신하고 있다.

/달마는 실존인물이 아니다
<역근경>은 위서일 가능성 높아

그렇다면 약 5-6세기경에 살았던 달마대사가 지었다고 주장되는 〈易筋經〉은 어떤가? 역근경 역시 근육을 단련하는 건강체조로 생각되지만 그것을 권법수련을 위한 근력강화체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무술과 건강사상의 접목이 이미 5-6세기경에 이루어졌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한다. 〈易筋經〉이란 책의 서문에 “이 책은 달마대사의 유작이며 소림사의 권법 원전인 것이다”라고 쓰여져 있고, 그 안에는 인체, 특히 근육을 강건하게 하는 방법이 구체적으로 해설되어 있다. 그러나 오늘날까지 전해지고 있는 역근경은 청나라 후기(1800년 이후)의 것뿐이며, 서문에 나타난 날짜와는 천이백년의 차이가 난다. 당호(唐豪)가 조사한 것 중에서 가장 오래된 것도 청의 도광 3년(1827)에 출판된 것이다. 또한 사학계에서는 달마대사의 존재 자체가 의문시되기도 한다. 즉 사학자들 사이에는 “달마대사는 선종의 포교를 위해 만들어진 가공의 인물이다”라는 설이 유력하다. 그의 존재를 인정하더라도 그의 행적을 다룬 불교서적 중에도 “달마는 소림사에서 종일토록 좌선만 하고 있었다”고 했을 뿐, 〈역근경〉의 이름이나 권법 비슷한 것을 했다는 내용이 전혀 나와 있지 않다. 이렇게 볼 때 〈역근경〉은 근대 이후에 만들어진 위서(僞書)일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이상에서 설명하였듯이 무술과 의료건강체조와의 결합은 사람들이 생각하듯 그리 오래 전의 일이 아니다. 무술과 의료적 건강체조는 오랫동안 별개의 활동영역으로 발전해오다가 근대 이후에 결합되었을 것이다.

도인(導引)이란?


용어가 최초로 등장한 서적은 장자 각의(刻意)편이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吸喉呼吸(흡후호흡 : 뱉고 들이마셔 숨쉰다), 吐故納新(토고납신 : 오랜 것은 뱉고 새로운 것은 들인다), 熊經鳥伸(웅경조신 : 곰처럼 매달리고 새처럼 펴는 것은), 爲壽已矣 此導引之士 養形之人 彭組壽考者之所好也(위수이의 차도인지사 양형지인 팽조수고자지소호야 : 형을 기르는 사람들과 도인하는 사람, 팽조처럼 오래살려고 하는 이들이 좋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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