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태권도와 북한 태권도(김준성기자 2000.6.21)
김운용 세계태권도연맹(WTF) 총재와 최홍희 국제태권도연맹(ITF) 총재가 만난다면?

만일 그러한 사건이 벌어진다면 그것은 아마도 한국의 김대중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만남이 한국인들 사이에서 일으킨 파장 이상으로 많은 태권도인들의 머리와 가슴을 복잡하게 만들 것이다.
국제 태권도계를 양분하고 있는 두 단체의 총재가 만날 날은 얼마 남지 않아 보인다. 세계태권도연맹의 김운용 총재는 그동안 국제태권도연맹을 전혀 인정하지 않았으나 이제는 밉든 곱든 최홍희 총재와 그의 조직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김운용 총재는 현재 한국의 집권당인 새천년민주당 의원이며 대한올림픽위원회 위원장, 대한체육회 회장이기도 하다. 이번 남북 정상회담 때 그는 한국 체육계를 대표하는 인물로 김대중 대통령을 수행해 평양에 다녀오기도 했다. 그는 통일 무드 속에서 한국 체육계를 대표해 북한 체육계 인사들과 대화할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다.
문제는 그가 상대해야 할 북한 태권도는 바로 ITF 태권도라는 점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오늘날 북한 태권도는 최홍희 국제태권도연맹 총재를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그의 깊은 영향력 아래 놓여 있다.
김운용 총재를 비롯해 이제 한국 태권도인들은 북한 태권도인들을 만날 채비를 서둘러야 한다. 이 말은 곧 세계태권도연맹과 국제태권도연맹이 조만간 무릎을 맞대야 함을 의미한다.
자 이제 한국 태권도와 북한 태권도의 차이점을 알아보자.
▲품새
한국 태권도는 기본동작·품새·겨루기·격파·호신술 등으로 구분되며 품새의 경우를 보면 태극, 팔괘, 고려, 금강, 태백, 평원, 십진, 지태, 천권, 한수, 일여 등으로 수련단계를 구분하고 있다.

반면 북한 태권도는 기본동작·틀·맞서기·위력·호신술 등으로 구분되며 틀(품새)의 경우 천지, 단군, 도산, 원효, 율곡 등 총 24개 틀에 180여개의 동작으로 구성되어 있다.
▲도복·띠·착용도구
도복의 경우 한국은 사범과 수련생 도복이 동일한 반면에 북한은 사범 도복 가장자리 선에 검은 줄이 있어 수련생과 구분하고 있다.
띠의 경우 한국에서는 유급자는 경우 하양-노랑-파랑-빨강-검정의 5단계로 구분되어 있는데 비해, 북한은 초록을 하나 더 추가해 6단계로 구분하고 있다.
유단자의 경우에는 한국은 15세 미만은 빨강과 검정이 반반씩 섞인 띠를 착용하는 반면 북한은 구별없이 모두 검정띠를 착용한다.
경기시 착용하는 도구도 한국은 몸통·머리·낭심·팔다리에 보호대를 착용하는 반면에 북한은 보호대 착용없이 장갑과 신발만을 착용한다.
▲경기방식
한국에서는 상대방의 몸에 직접 가격하여 점수를 얻는 겨루기 중심의 풀 컨택(Full Contact) 방식으로 경기가 진행된다. 반면에 북한은 발과 주먹이 가격 전에 몸 앞에서 멈추는 논 컨택(Non Contact) 방식으로 경기를 진행한다.
최근 한국에서는 미국식 도장경영법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한국 사회 전반의 변화를 따라가고 있는 이러한 한국 태권도계의 움직임은 점차 한국 태권도를 수용자 중심의 태권도로 변모시킬 전망이다.
비슷한 맥락이긴 하나 북한에서도 조금 다른 의미에서 태권도의 대중화가 추진되고 있다. 북한에서는 태권도를 모든 학교에서 가르치고 있으며 전 주민이 의무적으로 수련하게 하고 있다. 북한에는 인민체력검정제도라는 것이 있는데 전 주민들의 체력상태를 점검하는 제도다. 남자의 경우 11세부터 60세까지 참가 대상인데 검사 종목에 태권도가 포함되어 있다.
한국 태권도와 북한 태권도를 비교할 때 아마도 가장 두드러진 차이점은 정부의 관심일 것이다. 평양에 있는 태권도전당이 서울에 있는 국기원의 9배에 달하는 규모라는 사실은 바로 이같은 사실을 정확히 말해준다. 북한은 현재 나진·선봉 자유무역지구에 대규모 태권도성전을 짓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점은 한국 태권도인들도 매우 부러워하고 있는 점이다.

북한의 경우 태권도가 정부의 지대한 관심 속에 성장하고 있다면 한국의 경우는 민간 중심으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며 완만하게나마 발전하고 있는 상태다. 한국 태권도인들은 현재 그동안 경기화에 치우쳤던 점을 반성하면서 품새를 새롭게 연구한다든지 태권체조와 같은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등의 노력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 정부는 현재 2007년까지 짓기로 되어 있는 태권도공원 조성 사업 외에는 태권도에 대한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두 나라가 불과 50여년 전만 해도 한 나라였기 때문에 지금도 다른 것보다는 같은 것이 더 많듯이 태권도도 30여년 전만 해도 같은 것이었기 때문에 다른 점보다는 비슷한 점이 더 많다.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서로 다른 점보다는 같은 점이 많다는 사실을 직시했다. 과연 김운용 총재와 최홍희 총재는 그같은 사실을 직시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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