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알게 하는 지혜, 그것이 바로 무도의 길이다
자신을 알게 하는 지혜, 그것이 바로 무도의 길이다
세상은 점차 부분적 발달 구조로 빠져들고 있다. 적은 노력으로 결과를 얻고 싶어하고 작은 투자로 더 크게 벌 수 있는 방법들을 강구한다. 이런 인식들 속에 알게 모르게 서양의 이원론적 사고가 깊이 깔려있다.
생산과 제조보다는 주식이나 아이디어를 위주로 하는 벤처로 자금이 몰리고, 같은 돈을 번다면 몸을 사용하는 것은 기피한다. 투자의 원리와 경제성의 원리가 모든 것을 지배하고 모든 것에 선행하는 것이다.
조리하는 시간을 기다릴 필요 없는 인스탄트 식품이 세상의 음식문화를 바꿔놓고 있고, 수십만 가지의 조합에서 나오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들을 컴퓨터에서 미리 찾아내 문제없이 모든 것을 해결해 낼 수 있다. 시행착오나 과정 속에서 얻어지는 체험의 공부는 이미 무능력으로 되어버린 지 오래인 것이다.
농사 지을 돈과 시간의 반만 투자해도 가만히 앉아서 그보다 더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일들을 찾아낼 수 있다고 믿게 만들고 그렇게 가르치고 있다. 그래서 인간의 몸은 간데 없고 정신만이 살아 남는다. 정신만을 만족시키는 방법들이 또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문화들을 주도해 나가는 것이다.
사이버 세상에서 자신을 망각하고 살 수 있고 운동장에서 공을 차는 것보다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게임이 더욱 신나고 재미있는 세상! 그런 세상 속에서 우리는 우리 정신을 그렇게 길들이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신성한 노동의 개념은 이제 어디에도 없다. 어차피 주어진 시간을 살다가는 것이기 때문에 보다 편하고 보다 효율적인 세상을 사는 것이 훨씬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당연한 일일 수 있다.
더 많은 지식이 양산되어 점점 세분화되고 전문화되어 이제는 각자의 분야가 미리 정해져 있는 듯하다. 그러나 문제는 모든 사람들이 일방적으로 일하지 않고 돈을 버는, 노력하지 않고 효율적으로 결과를 얻는 방법들에 치중해 있다는 것이다. 진정한 벤처의 정신보다는 그 결과들의 단맛에만 눈이 가는 형국이다.
이제는 전통이니, 장인정신이니 하는 말들은 우리 세계에서 너무나 특별한 말들이 되어 버렸다. 모든 것이 첨단으로 움직이고, 찾아보면 힘들지 않고도 더 많은 돈을 벌면서 살아갈 수 있는데 왜 굳이 몸을 쓰면서 일을 하냐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그러니 힘들게 운동을 하고 태권도 수련을 하라면 그것이 먹혀들겠는가? 그저 그 시기에는 한번씩 해보는 것쯤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 오히려 더 나은 전략일 수 있도록 되어 버린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총체적이다. 인간의 희망은 인간일 수밖에 없다. 인간의 희망은 결코 세상을 놀라게 하는 어떤 새로운 테크놀로지나 환각적 세상이 아니라 인간 그 스스로의 능력에 달려있는 것이다. 할 수 있는 사람이 자기가 생각하는 길을 찾는 것과 어쩔 수 없이 그 길에만 매달려 있는 사람은 다르다.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는 총체적 능력이 있는 사람이 그런 능력을 기반으로 보다 효율적인 일을 도모한다면 그것은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 그러나 그 일만을 위해 길들여지고 마음의 방향성이 일방적으로 정해져 있다면, 결코 스스로를 변화시키고 스스로 그 안에 있을 수 있는 능력을 발휘하지는 못할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모두 자신의 일과 생활, 그리고 자기 자신 스스로의 모습에 만족하고 살까? 시대에 길들여져 가는 이런 모습들 자체를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이런 모습들을 깨주는 문화는 있어야 한다. 길들여져 살고 있는 자신, 놓여져 있는 모습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자신, 편리와 효율만을 추구하는 자신을 보고 있는 사람들이 기댈 수 있는 문화가 있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무도다. 그것이 바로 태권도인 것이다. 지식은 아는 것이고 지혜는 행하는 것이다. 태권도의 수련은 자신을 알게 하고 자신의 아는 바를 행할 수 있도록 하는 행동적 지식의 원동력을 제공해 줄 것이다. 편하고 빠르고 복잡한 세상에서 스스로 자신을 믿는 마음을 가르쳐 줄 것이다. 자신의 몸과 먼저 대화를 해보자. 태권도는 우리들에게 우리 스스로를 알게 해주는 문화다. 자신을 찾는 작업, 나를 발전시키기 위한 그 어떤 작업보다 선행되어야 할 작업이다.
뛰어 보아야 가슴속에 심장이 들어 있다는 것을 안다. 길게 호흡을 해봐야 폐가 내 가슴 안에 있다는 것을 안다. 상대와 마주해 봐야 비로소 자신이 보이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자기 자신의 모습을 봐야 이기는 방법도 알 수 있는 것이다.
태권도는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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