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시한 여자용 도복 만들고 싶어요' - 윤영미(조현진 기자 2000.6.19)
섹시한 여자용 도복 만들고 싶어요 -윤영미
태권도 사범 윤영미씨가 디자이너 김은희씨의 패션쇼에 참가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태권도 사범이 패션쇼를 한다? 의아해 하며 패션쇼가 열리는 압구정동에 위치한 메주와 첼리스트라는 의상실로 향했다.
기자가 의상실에 도착했을 때 윤영미 사범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대신 인도, 호주, 멕시코 등에서 온 그녀의 태권도 제자들이 간간이 눈에 띄었다.

태권도 사범 윤영미씨는 태권도계의 마당발로 통한다. 24년 전 17살의 나이에 호신용으로 태권도를 처음 배우기 시작한 그녀는 그후로 외국인에게 태권도를 가르치는 미모의 태권도 사범으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되었다. 이를 계기로 그녀는 자연스럽게 태권도 대사로 국제적으로 활동하게 되었다.
그녀는 또한 단순히 태권도를 가르치고 알리는 일에 그치지 않고 10년 전 서강대학교 주한 외국인 태권도 대회 총지휘를 시작으로 작년엔 경문대학 태권도 대회 그리고 오는 22일부터 3일간 열리는 제 3회 우암컵 국제 태권도 대회 홍보 및 이벤트 등을 맡는 등 기획가로서의 역량도 발휘하고 있다.
그녀는 국제심판, 태권도신문 기자, 태권타임즈 대표이사 등을 거치며 태권도계에서 여성으로는 드물게 확고한 자기 영역을 구축해 왔다.
그런 그녀가 패션 쇼에는 무슨 일로 참여할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얼마 후 쇼가 시작되었고 기자는 10대 패션 모델 사이에서 아주 정열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한 여성을 발견하였다. 그녀가 바로 태권도 사범 윤영미씨였다. 그녀는 40대 초반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몸매와 힘찬 발걸음으로 좌중을 압도했다. 패션쇼가 끝난 후에야 그녀를 만날 수 있었다.
윤영미 사범은 디자이너 김은희씨의 패션쇼에 참여하는 것이 이번이 세 번째라며 왜 그녀가 패션쇼에 참여하게 되었는지 말했다.
"제가 처음에 입고 나온 옷이 바로 태권도 도복으로 만들어진 옷이에요. 갈이라는 소재로 만들어진 것이죠."
윤영미 사범이 입었던 옷은 갈색으로 태권도 도복이라기 보다는 세련된 소위 패션모델들이 입고 다니는 옷처럼 느껴졌다.
"태권도인들은 태권도 도복은 변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태권도 도복에 패션이 없으리라는 법은 없잖아요?"
3년 전 처음으로 디자이너 김은희씨의 패션쇼에 참가한 윤영미 사범은 그때부터 태권도 도복에도 패션이 있을 수 있다며 태권도 도복 패션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녀는 태권도 도복 패션 사업의 첫 단계로 한복 디자이너 허영씨가 만든 태권도 도복을 가지고 작년 1월 미국 애너하임 컨벤션 센터에서 태권도 도복 패션쇼를 열었다.
"현지에서 태권도를 하는 학생들을 모델로 패션쇼를 했습니다. 반응은 아주 좋았구요."
처음으로 태권도 도복 패션쇼를 성공리에 마친 윤영미 사범은 같은 해 12월 경문대학에서 한복 디자이너 이영희씨가 만든 옷으로 두 번째 태권도 도복 패션쇼를 열었다.
"한국 옷이 세계 무대로 나가기는 쉽지가 않거든요. 그런데 이미 세계에 알려진 태권도를 통한다면 조금은 달라질 수 있잖아요."라며 윤영미 사범은 태권도 패션 사업에 대한 그녀의 견해를 밝혔다.
"지금 태권도 도복은 기능성만 강조해요. 또 여자 남자 구분 없이 남자 옷으로만 되어 있습니다. 저는 섹시하게 여자용 태권도 도복을 따로 만들고 싶고요, 그리고 꼭 흰색이 아니라
파랑, 핑크 등 다른 색으로도 도복을 만들고 싶습니다."
윤영미 사범의 말은 태권도 도복은 단지 여자 남자 구분 없는 흰색이라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던 기자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주위에는 꼭 무술을 하지 않아도 무술 도복을 입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저는 태권도 도복을 이쁘게 하나의 옷으로 만들어 태권도 동호인들이나 일반 사람들도 입고 다닐 수 있게 했으면 해요. 이제 겨우 걸음마 단계입니다."
그녀의 태권도 도복 패션에 관한 견해는 분명 이견을 동반할 것이다. 그러나 일단 태권도인 윤영미씨가 시도하는 새로운 분야인 태권도 패션으로 세계 시장에 우리 나라 고유 무술인 태권도의 가치를 한층 높인다면 이는 일단 가치 있는 일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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