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바랜 명 경기들, 네오파이트 미들급 4강전 리포트

비록 수준 낮은 대회였지만, 네오파이트 미들급 4강 선수들이 펼친 경기 하나하나는 놀라울 정도로 훌륭하고 흥미진진했다. 멋진 파이팅이 빛이 바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들의 승부를 다시 한 번 되짚어보고자 한다.
준결승 제 1경기 - 홍주표 vs 스코트 시리
예선에서 엄청난 파워의 타격과 서브미션을 선보이며 강하게 각인된 스코트 시리가 홍주표 앞에 어이없이 무너졌다. 먼저 링에 올라선 홍주표는 태권도의 옆서기와 같은 자세를 취하며 치고 빠지는 스텝을 연습했다. 그 모습을 보며 ‘타격으로 갈 생각인가? 스코트 시리를 상대로 괜찮을까’라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기우였다.

강타자 스코트 시리가 홍주표의 암바에 무너지는 순간
예상대로 경기 시작하자마자 홍주표는 긴 옆차기로 스코트 시리를 밀어붙였고, 되돌아오는 시리에게 카운터 펀치와 무릎 차기를 연이어 성공시켰다. 이어 테이크 다운으로 백마운트를 빼앗는가 하면, 곁누르기 자세에서 다리를 이용해 스코리 시리의 팔을 접어 꺾고 넥크랭크를 시도했다. 여기서 경기가 끝나는가 싶을 정도였다. 그러나 스코트 시리는 가까스로 빠져나왔고 상황은 다시 스탠드. 이번에는 허벅다리 후리기에서 스코트 시리가 포지션을 내어주지 않고 오히려 홍주표를 가드 포지션으로 누르며 파운딩을 시도했다. 하지만 홍주표는 침착하게 파운딩을 방어하며 암바를 시도, 무난하게 승리를 거머쥐었다.
준결승 제 2경기 - 임재석 vs 오쿠다 마사카츠
서로 가장 해볼만한 상대라고 자신했던 만큼 둘은 경기 개시 구령이 붙여지자 마자, 과감하게 대쉬하며 펀치를 주고 받았다. 그러나 자연스럽게 이어진 그라운드에서 승기를 잡은 것은 오쿠다 마사카츠. 먼저 사이드 포지션을 빼앗고 팔십자꺾기(암바)를 시도했다. 이에 임재석도 몸을 굴리며 자연스럽게 빠져나오는 기량을 발휘했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었다. 교묘하게 포지션을 선점하고 있던 오쿠다는 어느새 임재석의 발목을 안고 있었고 곧바로 무릎십자꺾기(니바)로 승부수를걸었다. 임재석은 발로 오쿠다의 엉덩이를 밀어내며 빠져나오려 했지만, 결국 버티지 못 하고 탭아웃.

‘니바 대마왕’ 오쿠다 마사카츠, 필살기 작렬!!
임재석도 경기 중에 니바나 앵클 홀드 등 하체관절기를 상당히 능숙하게 구사하는 선수이지만, ‘니바 대마왕’이라는 별명을 가진 오쿠다 마사카츠의 절묘한 그라운드 플레이에는 한 수 아래였다. 너무 짧은 경기 시간에 임재석의 화려한 플레이와 실력을 충분히 감상하지 못한 점이 아쉬움으로 남지만, 이 패배를 계기로 앞으로 더 좋은 경기를 보여줄 것이라 믿는다. 여담이지만, 경기에서 패했음에도 늘 하던대로 상대 선수에게 링줄을 열어주는 굿보이의 모습도 여전했다. ^^
결승 - 홍주표 vs 오쿠다 마사카츠
개인적으로 이 경기는 박빙의 승부였다고 본다. 홍주표는 스탠딩 상태에서 적절한 옆차기와 무릎차기 그리고 택견 기술인 째차기까지 선보였고, 메치기를 여러 차례 성공시키며 포인트를 획득했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겨드랑이에 상대 팔을 거꾸로 끼고 하는 변형 잡기로 옷을 잡지 않고 땀 흘리는 맨몸의 상대에게도 안정적으로 메치기를 여러 차례 성공시켰다는 것이다. 또, 홍주표는 상대가 메치기에서 벗어나려 하는 것에 따라 오금대기, 허벅다리 후리기, 허리후리기 등 다양하게 메치기 형태를 변화시키며 유도 선수 출신 다운 실력을 발휘했다.

홍주표는 변형 잡기의 메치기로 상대 선수들을 여러 차례 내던졌다.
그러나 오쿠다 마사카츠는 부드러운 테이크다운과 군더더기 없는 포지션 플레이로 그라운드에서는 시종 우위를 차지했다. 홍주표는 비록 훌륭한 메치기와 좋은 스췹 능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거기에서 이어지는 포지션 연결이 부족했고, 그 결과 오쿠다 마사카츠에게 팔십자꺾기, 맨손뒤조르기(리어네이키드초크) 등을 여러 차례 허용하며 위기의 순간을 몇 번이나 접해야 했다.
그래도 홍주표는 결정적인 포인트까지는 내주지 않고 버텨냈다. 탭을 하지 않고 결국 기술에서 벗어난 그는 또 다시 오쿠다를 테이크다운시키고 파운딩 펀치를 내리꽂았다. 일본에서도 인정받는 오쿠다 마사카츠와 같은 격투가를 상대로 이런 플레이를 해낸 홍주표는 그만큼 대단한 투지의 소유자이며 훌륭한 파이터임에 분명했다. 만약 그 상황 그대로 판정으로 갔었다면 홍주표 선수가 승리했다 해도 이상할 것이 없었을 것이라는 것이 개인적인 견해이다.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그라운드에서 스탠드로의 회귀가 빠른 네오파이트의 진행 방식을 인정한다는 전제 하에서의 말이다. 현실적으로 그것이 네오파이트의 방식이라고 드러난 이상 그것을 인정하고 경기에 임해야 하는 것이 선수이기에 어쩔 수 없다. 오쿠다는 결정적인 서브미션을 여러차례 시도했지만, 안타깝게도 홍주표는 그것을 모두 견뎌내었고, 주심의 스탠드 명령을 받아냈다. 만약 오쿠다가 좀 더 현실적이고 약삭빠른 플레이어였다면, 굳이 반칙이 아니더라도 상대 신체를 적절히 파괴하거나 심한 고통을 수반하는 기술로 탭을 받아낼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는 충분히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는 정직한 기술로 승부를 걸었고, 홍주표는 적어도 그런 기술을 버텨내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좀 더 약게 굴지 못했던 것, 그것이 오쿠다의 패인이라면 패인이라고 할 것이다.

오쿠다 마사카츠의 조르기를 필사적으로 방어하는 홍주표
경기 후 오쿠다 도장의 료 사범 역시 게시판에 이런 글을 남겼다. “저는 이번 경기에서 오쿠다 사범님이 확실히 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말로 최강을 목표로 한다면 쓰레기 같은 신판들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승리를 해야 됩니다. 목표를 높이 가지세요, 사범님! 여러분들의 고마운 말씀에 만족하면 당신은 거기서 끝입니다. 앞으로 같이 최강의 길로 갑시다.” 일견 억울하게 진 사람에게 너무 냉정한 말이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확실히 옳은 말이다. 끝난 승부에 이랬더라면, 저랬더라면 하는 것은 안타깝게도 진 자의 변명 밖에 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힘듥 얻어낸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는 홍주표 선수 (왼쪽은 음양팔괘문 정민영 노사)
경기가 종료된 후, 홍주표는 자리에 주저앉아 지친 몸을 추스렀다. 그만큼 그는 최선을 다해서 힘든 상대인 오쿠다와 싸웠던 것이다. 게다가 그는 가장 한국 선수 다운 플레이를 보여주는 MMA 파이터로서의 가능성도 보여주었다. 그가 실제로 경기 중에 째차기를 할 것이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겠는가! 그러나 그가 피와 땀으로 얻어낸 힘든 승리는 그가 원하지도 않은 도움으로 인해 그 빛이 바래버렸고, 부끄러운 승리가 아니었는데도 부끄러워 하라는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안타깝다 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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