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태권도 호신술, 정체성 찾아야
지난 11월말 국기원에서는 태권도한마당과 세계태권도무예대회가 연이어 열렸다. 겨루기 경기 위주의 대회 형식에서 탈피하고, 다양한 수련 방식의 활성화를 모색한다는 점에서 이와 같은 형식의 대회들이 많아지는 것은 반길만한 일이다.
이런 대회들뿐 아니라 일반 겨루기 대회에서도 어지간해서 빠지지 않는 순서가 있는데, 바로 호신술 시범 또는 경연이다. 특히 여성 한 명이 두세 명의 남자들을 물리치는 여성 호신술이 이런 호신술 부문의 주류를 차지하는데, 갸날픈 여성이 힘세고 거친 남자들을 온갖 화려한 동작으로 제압하는 모습은 언제나 큰 관심의 대상이고 많은 박수 갈채를 받게 마련이다.
그런데 나는 이와 같은 태권도 호신술 시범을 볼 때마다 조금 씁쓸한 웃음을 짓곤 한다. 아마 독자 여러분 가운데에서도 이런 나의 심정을 이해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정말로 호신이 가능한가
호신술은 말 그대로 위험으로부터 자신의 몸을 지키는 기술이다. 따라서 누구나 쉽게 생활 속에서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시범에서 보여주는 호신술은 저런 기술을 쓰려면 얼마나 수련을 해야할까? 싶을 정도로 고난도의 동작이 많다. 게다가 개중에는 상대가 받아주지 않으면 거의 성공할 수 없는 기술도 곧잘 선보인다. 이게 호신술 시범인지 프로레슬링 경기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 순간이다.
그런가 하면 복장이나 액션 등에서 점점 코믹한 요소를 많이 삽입하는 것도 눈에 띈다. 물로 모든 시범이 반드시 진지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도가 지나쳐 기술 시범보다 사람들을 웃기려는 부분이 더 많아지는 것은 곤란하지 않은가.

지난 태권도한마당에서 여성 호신술 장면
태권도 호신술 맞아?
게다가 태권도 호신술 시범은 아무리 보아도 태권도 호신술답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앞에서 호신술은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어야 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평소에 수련하던 기술로 위험에서 벗어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 할 수 있다. 태권도 수련생이라면 무엇보다 발차기 기술로 상대를 제압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그런데 태권도 호신술 시범을 보면 상대를 꺾어 던지고, 끄나풀이나 우산을 이용한 포박술, 제압술 등 마치 합기도 시범을 보는 듯한 기술들이 연이어 나온다. 물론 태권도 품새의 동작들을 잘 살펴보면 그 안에 메치기나 관절기술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평소에 그런 것을 가르치는 도장이나, 수련하는 태권인이 얼마나 될까? 태권도 수련생들은 일상에서 위험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 평소에 배우는 기술 외에 또 새로운 기술을 따로 배워야 한다는 말인가?

세계태권도무예대회에서 호신술 시범의 한 장면
보여주는 것만이 목적은 아니다
어차피 시범이란 것이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보니, 자꾸 보다 더 새롭고 화려한 기술을 추구하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시범이란 단지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모범이 될만한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즉, 시범이란 다른 수련생들이 그것을 봄으로써 무언가 얻어갈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작금의 태권도 호신술이 태권도의 정체성과 호신술이라는 애초의 목적을 잊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또한 이런 문제들은 비단 태권도 뿐 아니라, 최근 많은 무술 시범에서 공통적으로 발견할 수 있는 현상이다. 실상 호신술 시범이란 어느 종목 대회를 가보아도 비슷비슷하다.
진정 자기 류의 특징이 살아있는 호신술, 평소 수련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호신술이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색깔 있는 호신술 시범들이 보여지길 기대해본다.
※ 본 기사에 삽입된 사진은 주제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댓글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