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도사가 만난 무림 고수들
신간 『고수를 찾아서』 의 저자 한병철
국내 유일의 무술전문잡지 《마르스》 발행인이자 칼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다룬 책 『독행도』의 저자인 한병철은 한국 무술계에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존재이다. 그가 무술계를 바라보는 확고한 시선으로 거침없으면서도 유려한 문장으로 풀어낸 글은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언제나 무술계의 큰 이슈가 되곤 했기 때문이다.
그는 과거 피시통신 하이텔 시절부터 고수 또는 명인, 기인으로 이름난 인물을 많이 찾아다닌 것으로 유명하며, 또 그 스스로 고수가 되기 위한 기행에 가까운 수련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의 별명도 ‘한도사’다.
과연 그가 20여년간 만나본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이며, 그 가운데에서 “이 사람은 정말 고수라고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라고 할만한 사람은 또 어떤 사람들일까? 『고수를 찾아서』(한병철 지음/ 영언문화사 발행)는 바로 그 한병철 도사가 만난 고수들의 이야기를 엮어낸 책이다.
무용담과 인터뷰

『고수를 찾아서』(한병철 지음/ 영언문화사 발행)
책의 구성은 모두 ‘월, 검, 인, 풍, 수(月劍人風水)’ 다섯 장으로 나뉘어 있으나 크게는 그가 젊은 시절(물론 그는 지금도 젊다)에 경험했던 수많은 기연과 무용담에 관한 이야기와 그가 무술잡지 《마르스》의 발행인으로 활동하면서 만났던 수많은 자칭 혹은 타칭 고수와의 인터뷰 두 가지로 이루어져 있다.그가 국내 고수로 손꼽는 이는 합기유술 용술관 김윤상 총재(현 합기도 3대 도주), 동이무예 택견 박성호 등이 있으며, 해외고수로는 중국 팔괘장 이공성 노사, 일본 몽상신전류 이시도 시즈후미 범사 등을 들고 있다. 이 밖에도 약 20여 명의 무술인 혹은 도사(?)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그 대부분은 예전에 《마르스》에서 다루었던 내용을 기반으로 하여 잡지에서 하지 못했던 이야기나 한병철 자신의 개인적인 견해를 덧붙여 재미를 더한다. 따라서 《마르스》에서 뭔가 허전함을 느꼈던 독자라면 이 책을 통해 그 부분을 메꿀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 책의 특징 중 하나는 책에 소개된 이들 중에 “이 사람은 고수가 아니(었)다.”라고 단정하기에 가까운 내용도 싣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이 같은 한병철의 직선적인 필치는 그 동안 《마르스》라는 잡지와 온라인 게시판을 통해서도 충분히 익숙해져 있지만, 자신의 책에라서인지 더욱 거침없이 글을 써내려간 느낌이 강하다.
또, 그와 같은 내용도 내용이지만 책 전체적으로 조금씩 소개되어 있는 그의 개인적인 경험담도 상당히 흥미롭다. 이 역시 《마르스》 온라인 게시판을 통해 그간 한병철이 가끔 이야기를 꺼냈던 부분이라, 거기에 궁금증을 품고 있던 독자에게는 본편의 내용보다도 더 재미있게 읽힐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월광검법의 수련 결과, 외국에서의 무용담 등 약간은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이 책이 독자들에게 상당한 논란을 불러올 것이라는 점은 예상하기 어렵지 않다. 많은 무술계, 기공계 인사들이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할 것이며 또, 한병철 자신을 지나치게 미화(?)하고, 비현실적인 내용을 썼다는 비판을 받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책은 그가 언론인으로서 쓴 책이 아니라 개인적인 에세이에 가깝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그래서 잡지에서 할 수 없었던 이야기도 부담없이 실을 있었던 것이고, 읽는 이 역시 가볍게, 소설처럼 읽는 편이 좋겠다.
고수의 의미
얼마 전에 모 격투스포츠 관련 인터넷 사이트에서 중국과 일본의 저명한 선생들의 연무 동영상에 어린 네티즌들이 달아놓은 꼬리말들을 보고 실소를 금치 못했던 일이 있었다. 소위 ‘실전 격투 능력’만으로 모든 것이 평가받는 그 곳에서, 한 명문정파의 장문인이 보여주는 기술은 순식간에 병신 춤으로 전락했으며 생사의 순간을 연무하는 거합의 명인들은 누구 칼자루가 더 멋있는지 자랑하는 노친네들이 되고 말았다.
『고수를 찾아서』는 반평생을 무술이라는 화두로 살아온 한 젊은이가 만나본 고수들의 면면과 그들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을 담고 있다. 그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격투기 붐 속에 잊혀져가고 있던 전통 무술의 가치, 그리고 자신이 생긱하는 진정한 고수의 의미를 다시금 새겨보게 될 것이다. 이 책의 가치는 바로 여기에서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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