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프로레슬러 역도산을 벤치마킹하라
천부적인 격투스포츠의 기획가 역도산
한국 격투스포츠계는 진보의 시기를 맞고 있다. 원년인 올해의 이런저런 시행착오들을 수정, 보완하여 2004 시즌엔 대중 스포츠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격투기 대회의 디렉팅에서부터 컨설팅, 마켓팅 분야에 전문 인력이 유입되고 있고 대중들에게 어필하고 다가갈 수 있는 전략들을 속속 준비중이다. 단발성 흥행을 목적으로 하는 주먹구구식의 구닥다리 운영을 벗어 던지고 혁신을 모색하는 이 시기에 반세기 전에 혈혈단신으로 일본열도를 정복한 프로레슬러 역도산에 대한 평전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이전까지 격투스포츠에서 보여지는 엔터테인먼트적 메커니즘을 완성시키고 프로레슬링이라는 격투스포츠를 정점에 올렸던 역도산의 행적에서 한국 이종혼합 격투계가 새로운 변혁을 위해 배워야 할 점들이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현역 프로레슬러이자 PDA컬럼니스트 김남훈씨가 수년간 역도산이란 인물에 대해 연구하고 검증한 끝에 내놓은 책 역도산이 왔다에는 그에 대한 숫한 미스터리에 대한 의문에서부터 전설이라 칭해지는 행적들을 되짚어보며 인간 역도산에 대해 파헤친 일반적인 평전이다. 인간 역도산에 관한 궁금증은 재미로라도 한 번 읽어봄직한 내용이다. 그렇다면 그것이 전부일까? 역도산이 왔다라는 책을 접하면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역도산의 경기전적이라든지 그의 무지막지하게 강함보다 격투가이자 사업가로 매스미디어를 활용하고 적극적인 이미지 메이킹으로 프로레슬러는 위대하다는 지극히 작위적인 프로레슬러의 이미지를 대중화해내는 그의 수완에 있다.
미디어 공략, 활용에 귀재이자 타고난 이미지 메이킹감각을 가졌던 역도산
역도산이 왔다에 소개되는 역도산의 일면들 들여다보자.
역도산은 언론 앞에서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고, 그 언론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는 데 천부적인 재질을 가지고 있었다. 주변에 카메라만 있으면 갑자기 웃통을 벗고 수건으로 땀을 닦는 시늉을 했다. 우람한 상체와 굵은 팔뚝을 자랑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항상 색다른 화제를 몰고 다녔다. 일본 황태자가 엘리자베스 여왕의 대관식에 참석했다가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사용했던 53년형 캐딜락을 구입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역도산의 계산이 맞아 떨어져, 이것은 당시 하와이의 일본계 주민과 일본 본토인 사이에 큰 화제가 되었다.
서슴없는 이벤트로 신문지면을 장악하고, 그 지면 한가운데에 자신을 배치시키는 것이 역도산의 마케팅 전략이었다. 언제나 멋들어진 연출 사진과 훌륭한 가십을 전해주는 역도산을 신문기자들은 좋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외에도 수많은 그의 마켓팅 전략 활용에 대한 이야기가 소개된다. 어떻게 보면 그는 철저하게 링 위에서나 링 아래서나 철저한 프로레슬러였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그런 그에 대한 비판과 찬양은 종이 한 장 차이에 불과했다.
대중들의 잘못된 통념부터 고쳐나아가야 한다.
한국 이종혼합격투기는 타류간의 무술시합이라는 명제로 시작되었다. 무술 종목간의 異種이지 기존의 무술과 다른 MMA룰에서의 혼합격투라는 의미인 異種으로 어필되질 않았다. 그런 태생적 한계랄까, 말이 아다르고 어다르 듯이 현재까지도 많은 관중들은 MMA룰의 혼합격투보다는 천하제일 무술대회를 기대하는 듯하다. 그렇기에 막연히 생각하는 순수 무술가들의 지고지순한 청렴함과는 반대로 엔터테인먼트가 결부된 상업성이 짙은 격투기 대회들이 일반에 외면을 당하는 지도 모르겠다.
Fighting Sports는 그 장르 그대로 봐야한다. 거의 모든 프로 스포츠가 이미 상업성을 가지고 대중들에게 재미와 감동, 만족감을 선사한다. 더 이상 상업적이다, 장삿속이다 하는 말들은 무의미 한 것이다. 한국 이종혼합격투기는 이미 프로화를 목적으로 조성되었고 무술가들은 청렴하고 자기완성을 추구해야한다는 억지성 이데올로기에 파묻혀서는 안될 것이다.
역도산 그는 늘 이태리제 최고급 정장에 기름칠을 해 빗어 넘김 콜드파마머리를 하고 있었고 남성다운 강한 이미지를 대중들에게 각인 시키기 위해 태우지도 않는 굵은 시가를 손가락 사이에 꼭 끼워 넣고 다녔다. 천황 다음 역도산이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일본 내에서 그의 인기는 절대적이었다.
한국 선수들에게 이런 차림으로 부를 과시하라고 선동하는 것이 아니다. 그는 일본으로 프로레슬링을 유입시키는 최초의 인물로 프로레슬링의 판타지와 역도산 개인의 이미지를 대중들에게 어필하는데 귀재였음을 말하고 싶다. 그리고 한국 이종혼합격투기가 대중의 스포츠 문화 코드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수준 높은 기량과 더불어 대중을 사로잡는 그 무언가를 꼭 갖추어야 할 것이다.
2004년이면 Fighting Sports를 대하는 팬들도 언론들도 한 층 더 성숙한 수요자가 된다. 더 이상 원년이고 시작점이라는 매리트는 없을 것이다. 그만큼 한국 이종혼합격투계는 주최측이나 선수들 모두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한다. 그래야 겨우 프로무대에서 살아남을 자격을 갖추는 것이고 그렇다고 해도 도태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염두 해두어야 할 것이다.
반세기 전 일본열도를 프로레슬링 열풍으로 만든 역도산. 아직은 국내에 정착하지 못한 이종혼합격투기를 대중문화 코드로 안착시킬 역량을 갖춘 제 2의 역도산과 같은 이들이 나타나길 손꼽아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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