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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계에 스타가 없다 (이진재 기자 2000.6.8)

태권도계에 스타가 없다


5월 태권도계에 정말 오래간만에 코끝을 찡하게 하는 사건이 있었다.
자기보다 실력이 월등한 오랜 친구 케이 포가 부상으로 경기에 참여할 수 없게 되자 경기에 참여만 하면 기권승으로 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었던 에스더는 과감히 기권을 선택하여 올림픽 출전권을 양보하였다.

매트를 눈물바다로 만든 두 주인공들은 곧 매스컴에 보도되었고 IOC는 에스더에게 특별상을 주고 부친과 함께 올림픽을 공짜로 구경할 수 있도록 하였다.

축구나 농구와 같은 구기종목이나 골프와 같은 대회를 관심 있게 보고 열광하는 이유는 그 속에 가슴 속 깊이 짜릿함을 전해주는 역전의 드라마와 눈물샘을 자극하는 휴먼스토리가 심심치 않게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태권도계에는 그런 대중적인 맛이 없다.

경기 진행도 밋밋하고 대중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을만한 역경을 딛고 일어서는 모습도 흔치 않다. 가끔 태권도를 통해서 장애를 극복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지만 이런 소식은 비단 태권도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태권도가 아닌 장애 극복에 초점이 맞춰지기 나름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에스더의 선택은 태권도계의 걸출한 스타를 배출하는 하나의 계기가 되었다.
세계 태권도의 1인자 김제경을 태권도인들 대부분이 안다. 그러나 태권도의 문외한은 그가 누군지 모른다. 심지어 한국인들조차도 모른다.

그러나 에스더는 휴스턴의 꼬마 아이부터 가정주부까지 많은 사람들이 알고 메이저리그 휴스턴 애스트로스와 미네소타전을 시청하였던 전세계 시청자들이 알게 되었다. 에스더가 7일 경기에 시구자로 초청되어 관중들로부터 기립박수를 받았기 때문이다.

단지 이들뿐 만 아니라 스포츠 팬들은 그녀의 스포츠정신과 우정에 감격하였기에 종목을 떠나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다. 태권도계에도 전세계적인 스타가 생긴 것이다.

태권도의 무도정신을 가장 잘 보여준, 스포츠를 통해서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태권도를 통해서 그녀가 보여준 것에 대하여 모두들 찬사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 특히 한국인이었다는 점에 대하여 한국인들은 더욱 감사하여야 하며 안도를 하여야 할 것이다.

그동안 정신을 중요시 여겼던 태권도의 종주국 한국에서 실제로 실천하는 태권도인의 모습은 볼 수가 없었다. 남은 하라 하면서 실제 자신은 하지 못했다. 얼마전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김제경에게 양보하였던 후배선수들의 모습이 생각난다. 에스더와 같은 비슷한 상황이었지만 뭔가 어색했고 감격스럽지도 못했고 태권도정신에 위배되는. 메달에 집착하는 모습으로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제 태권도는 세계적인 스포츠로 인정받고 있고 사랑받고 있다. 이제까지는 성공적인 것이었지만 앞으로 버림받지 않을 진정한 스포츠가 되기 위해서 거듭나야 할 시점이라고 본다.

말과 행동이 다르고 가르침과 실행이 다른 이중적인 모습이 없어야 할 것이며 남이 잘 되는 것을 못 보고 헐뜯고 싸워야 직성이 풀리는 관행, 한 명의 진정한 스타를 배출하기보다 모두 자기가 잘 낫다고 나서다가는 태권도는 대중에게서 잊혀질 종목이 될 것이다.

한 개의 메달보다 태권도정신을 위해 수련하는 땀방울과 삶을 바르게 살아가는 모습에 더욱 박수를 쳐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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