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운의 MMA 완전 정복 ② 『오픈핑거 글러브, 얼마나 안전한가?』
얼마 전 이종격투기를 테마로 삼은 1시간 짜리 TV 프로그램이 방영되었다. 이종격투기가 왜 지금 이렇게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끌어내고 있으며 선수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분석하는 한편, 자칫 사회적 폭력 문화와 연계될 수 있는 가능성과 경기 중 선수가 입을 수 있는 위험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함으로써 이종격투기가 하나의 스포츠로 정착해야할 것임을 지적하는 내용이었다. 대체적으로 인정할 부분은 인정하고, 비판할 부분은 비판하는 객관적인 시각을 견지하려는 노력이 보이는 프로그램이었으나, ‘우리 안에서 짐승들이 싸우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것과 같은 일부 극단적인 시각과 표현을 여과 없이 내보낸 부분이 있어 아쉬움을 주기도 했다.
또, 경기 규칙이 매우 위험한 것처럼 묘사하면서 모 복싱 관련 인사가 한 MMA 경기에 사용되는 오픈핑거 글러브를 직접 손에 껴보며 “이것은 전혀 선수를 보호하지 못한다. 두툼한 패드가 있는 부분은 전혀 쓸모가 없고 가격 부위인 너클파트가 고스란히 드러나기 때문에 맨 주먹으로 때리는 것이나 마찬가지라서 매우 위험하다.”라고 평하는 장면도 있었다. 이는 일견 일리 있는 말이기도 하나, 오픈핑거 글러브의 구조와 종합격투기 규칙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복싱의 그것과 동일하게 생각함으로써 나온 오판이라 생각된다.

일반적인 형태의 오픈핑거 글러브(그래플링 글러브 또는 주지츠 글러브라고도 한다)
룰이 지켜준다.

UFC에서 사용하는 것과 같은 형태의
오픈핑거 글러브. 가장 개방성이
큰 형태이다.
그런데 이것을 거꾸로 생각해 보면, 오픈핑거 글러브를 끼고 하는 경기는 그만큼 타격, 특히 펀치의 비중이 낮다는 이야기가 된다. 아다시피 종합격투기는 그라운드에서 교착 상태와 포지션 싸움, 서브미션 시도에 들어가는 시간이 전체 경기의 50% 이상을 차지한다. 펀치 이외의 타격, 예를 들어 손날이나 손바닥을 이용한 타격도 가능하지만, 선 자세에서의 타격이 전혀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다. 한편, 그라운드 상태에서의 펀치는 마운트 포지션에서 제대로 내려꽂는 파운드 펀치를 제외하면 그다지 큰 데미지를 주지 않는다. 마구 내려치는 주먹 같지만 이것도 제대로 위력을 내려면 기술과 요령이 필요하다. 또, 펀치의 위력을 증가시키는 밴디지를 금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선 자세에서 밴디지와 글러브로 무장한 주먹만을 사용해 얼굴과 몸통을 계속해서 있는 힘껏 때려대는 복싱과는 다른 것이다.
더구나 복싱은 도중에 KO가 나오지 않는 한 최소 라운드 당 3분 4라운드부터 많게는 15라운드까지 싸운다. 하지만 킥 계열의 격투기 경기는 길어야 5분 5라운드, 종합격투기는 10분 3라운드 정도로 라운드 수도 적다. 또, 현재 국내 대회들은 대부분 선수 체력과 안전을 고려해 3분 3라운드에 연장 2분 혹은 5분 2라운드에 연장 5분이라는 짧은 경기 시간을 도입하고 있다.
또 KO 개념도 다르다. 종합격투기에서는 한 번의 타격이라도 그에 의해 선수가 순간적으로 의식을 잃었다고 판단되면 다운이 되지 않더라도 그대로 레프리 스톱을 선언할 수 있다. 따라서 큰 데미지가 쌓이지 않은 선에서 경기를 끝내는 것이 가능하다. 솔직히 넉다운되더라도 10 카운트 안에 일어나면 계속해서 경기를 하며 펀치에 의한 데미지를 쌓아가야 하는 복싱에 비해서는 훨씬 안전한 것이 종합격투기이다.
복싱 펀치가 아니다.

프라이드에서 사용하는 것과 같은
형태의 글러브. 대부분 오픈핑거
글러브는 정권 부위를 보호한다.
그러나 그 사고는 예전에 입었던 부상이 완치되지 않은 상태에서 경기 중 펀치 러쉬를 감행하다 재발한 것으로 글러브 탓이라고 보기 힘들다. 또 한 가지 주목해야할 점은 깨진 주먹 부위가 복싱에서 말하는 너클 파트가 아닌 우리가 흔히 정권이라 부르는 곳이라는 점이다. 이는 그 선수가 펀치를 낼 때 사용하는 부위가 복싱식 너클 파트가 아니라 정권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우리나라나 일본 등 동양권에서는 정권으로 공격하는 것이 오히려 더 당연한 것이다.
따라서 오픈핑거 글러브도 너클파트보다는 정권 부위를 보호하는 구조로 만들어진다. 제대로 만들어지고, 제대로 착용한 오픈핑거 글러브는 정확하게 정권 부분을 커버한다. 그런가 하면 복싱 스타일의 펀치를 많이 사용하는 서구권에서는 손가락 2관절까지를 감싸는 형태의 오픈핑거글러브도 많이 사용한다. 물론 그 보호 능력이 두툼한 복싱 글러브에야 비할 바가 아니겠지만, 때리는 선수에게나 맞는 선수에게나 최소한의 역할은 한다고 볼 수 있으며 올바른 오픈핑거 글러브 사용법과 종합격투기 룰에 의해 그 효과는 극대화될 수 있는 것이다.
이상적인 오픈핑거 글러브는?

너클파트를 강조한 스타일의 오픈핑거 글러브
현재 오픈핑거 글러브는 매우 다양한 형태의 제품들이 사용되고 있고 각 제품마다 일장일단이 있다. PRIDE FC에서 사용하는 글러브를 예로 들자면 지금까지 크게 세 번 정도의 개량을 거쳐왔으며, 지금도 개선의 여지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확실히 MMA라는 장르 자체의 역사가 짧은 만큼 아직 완벽하다 라고 할만한 수준의 제품은 나오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그러나 이들 모두 맨손처럼 자유로우면서 선수 안전을 최대한 보장할 수 있도록 고심한 디자인이라는 점 만큼은 한결 같으며 그 노력은 계속될 것이다. 오픈핑거 글러브는 결코 멋을 내기 위한, 혹은 NHB의 위험성을 비판하는 시선을 속이기 위한 장식이 아니다.
댓글 16